‘바이든 후원금’ 또 트럼프 압도, ‘고령 리스크’ 딛고 승기 잡을까
바이든 선대위, 현재 1억3,000만 달러 자금 보유 여론조사는 트럼프 우세, 후원금은 바이든 '압승' '기억력 나쁘지만 악의 없는 노인', 고령 리스크 정점
오는 11월 대선에 재도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올해 1월 한 달간 총 4,000만 달러가 넘는 후원금을 모금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선에서 재대결이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각종 여론조사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후원금 모금에서는 기세를 올리는 모습이다. 후원금 규모는 후보의 영향력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승기에 한발 다가섰다는 해석도 있으나, 최근 정점에 이른 고령 리스크가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바이든, 1월 4,200만 달러 모금으로 트럼프에 화력 과시
20일(이하 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 선거대책위원회는 선대위를 비롯해 2개의 후원 위원회와 민주당 전국위원회를 포함한 조직에서 지난달 4,200만 달러(약 560억원)에 달하는 모금액을 거둬들였다고 공개했다. 이로써 선대위는 현재 총 1억3,000만 달러(약 1,735억원)의 선거 자금을 보유한 상태다. 이는 같은 시점 기준 역대 민주당 후보 가운데 최고 수준의 총액이라고 선대위는 강조했다.
선대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모금 시작 이후 지난달에 가장 많은 소액 후원자가 집중됐다. 또 지난달 15일 공화당의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압승을 거둔 직후 사흘 동안 바이든 대통령에게 매일 100만 달러(약 13억원)에 달하는 소액 후원금이 몰려든 것으로 알려졌다.
줄리 차베스 로드리게스 선대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1월 후원금 모금은 전적으로 풀뿌리 후원자들이 이끌었다”며 “이는 대선이 치러지는 한 해의 시작으로서 아주 강력한 일”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후원금 규모를 공개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지난해 4분기 모두 1,900만 달러(약 254억원)의 후원금을 거둬들였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 2,500만 달러(약 333억원)에 비해 감소한 수준이다.
“미국 선거는 돈이 좌우한다”, 후원금이 곧 후보 영향력
미국 대선이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 구도로 굳어지면서 두 후보의 후원금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미국 선거는 ‘Money talks(돈이 좌우한다)’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금권선거의 양상이 강하다. 실제로 지난 2020년 미 대선에 소요된 비용은 최소 140억 달러(약 18조원)로, 한국 대선 비용(약 1,300억원)의 150배가 넘는 규모다. 이처럼 대선에 천문학적인 돈이 오가는 배경에는 개인, 기업, 특정 단체의 정치 후원금 기부액 상한선이 없는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 제도가 있다.
현재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각종 여론조사 수치에서 밀리고 있으나 후원금 모금 면에서는 지속적으로 압도적인 기세를 올리고 있다. 미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2억800만 달러(약 2,770억원)의 정치 자금을 모금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 지원 슈퍼팩인 ‘퓨처포워드’와 비영리단체인 ‘퓨처포워드 USA’ 모금액을 합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거물들에게도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 미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소셜미디어 링크트인의 리드 호프먼 공동 창업자는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의 슈퍼팩에 200만 달러(약 27억원)를 기부했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바이든 측에 50만 달러(약 6억6,700만원)를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요 슈퍼팩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아직 지난해 모금액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 슈퍼팩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추정된다. MAGA는 지난해 상반기 1,500만 달러(약 200억원)를 모금해 3,100만 달러(약 413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퓨처포워드의 지난해 상반기 모금액은 5,000만 달러(약 666억원)로 집계됐다. 바이든 캠프의 곳간 또한 트럼프 측보다 넉넉하다. 지난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캠프 측은 슈퍼팩 모금액과 별도로 1억1,700만 달러(약 1,560억원)의 현금도 보유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측보다 80% 많은 규모다.
정점에 달한 바이든 ‘고령 리스크’, 공화당 맹공
다만 현재 바이든 대통령이 직면한 고령 리스크는 당선 여부에 있어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의 부통령 시절 기밀문서 유출 사건을 조사한 특검이 지난 8일 불기소 결정을 내리면서 조사 보고서에 ‘기억력은 나쁘지만 악의는 없는 노인’으로 표현해 정치적 난관에 봉착한 상황이다. 부통령 재직 시기와 장남인 보 바이든의 사망 연도를 기억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백악관과 민주당은 “정치적 동기’를 품은 보고서였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당 일각에서는 “임기 중 최악의 날”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등 충격파가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기억해 내지 못해 애를 먹는 모습도 포착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6일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지원을 포함한 긴급 안보 예산안의 조속한 처리를 의회에 압박하는 연설 직후 중동 상황에 대한 질문에 “미국의 힘에 대한 문제”라며 예산안 처리와 중동 해법의 상관관계를 강조했다. 당시 “약간의 움직임이 있다”고 말한 뒤 한참 동안 단어를 떠올리던 바이든 대통령은 “반응이 있었다”며 주체를 명시하지 못한 채 말을 맺었다. 이후 “반대편으로부터 반응이 있었다. 그렇다. 미안하다. 하마스로부터 반응이 있었다”며 어렵사리 하마스를 떠올렸다.
앞서 지난 5일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현 프랑스 대통령과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을 혼동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유세 당시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뒤 참석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자신이 “‘미국이 돌아왔다’고 선언하자 독일의, 아니 프랑스의 미테랑이 나를 보더니 ‘얼마나 오래 돌아와 있을 것이냐’고 말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미테랑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상원의원으로 활동하던 1981~1995년 프랑스 대통령을 지냈고 28년 전인 1996년 별세했다. 백악관은 이후에 바이든 대통령 발언 속기록을 문서로 배포하면서 미테랑에 줄을 긋고 마크롱으로 정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942년 출생으로 올해 만 81세다. 미국 역사상 최고령 현직 대통령이며 올해 대선에서 이길 경우 집권 2기 말경에 87세가 된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말실수가 나올 때면 인지력에 문제가 있어 대통령직에 부적절하다는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같은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리스크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ABC방송과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지난 12일 발표한 여론조사(2월 9~10일, 미국 성인 528명 대상) 결과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을 하기에 너무 늙었다’는 답변이 전체의 86%로 나타났다. 반면 77세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고령이라는 응답은 전체의 62%에 그쳤다. 응답자의 59%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고령이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