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 재차 질타한 이복현 금감원장,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 힘 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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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원장 "한국적 기업지배구조 특수성 문제, 개선 방안 논의해야"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비율 논란, 주주가치 훼손 우려 여전
오랜 기간 소요된 지주사 전환 정책, 지배구조 개선도 상당한 시간 필요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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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금융감독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를 재차 질타하고 나섰다. 한국 기업지배구조의 특수성이 밸류업의 걸림돌이 되고 있단 시선에서다.

이복현 금감원장 “기업지배구조가 밸류업 걸림돌”

21일 이 원장은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상법 분야 학계 전문가 초청 ‘기업지배구조 개선 관련 간담회’에서 “한국적 기업지배구조 특수성과 국내증시의 투자자보호 미흡이 밸류업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적 기업지배구조의 특수성으로는 ▲지배주주의 낮은 지분율 ▲낮은 주주환원율 ▲빈번한 일반 주주 주식가치 침해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이사의 충실의무 논의가 상법 관련 사항이지만 투자자 및 자본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자본시장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기업의 철저한 인식 전환을 위해 개별적 규제 방식보다 근원적 개선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학계 전문가 다수도 ‘주주 충실의무’ 명문화에 의의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상법상 이사의 주주 이익 보호가 당연함에도 일부 판례에서 이를 부정하고 있어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관련 의무를 법에 명시하는 것이 유의미하다는 취지다. 이외 주주 충실의무 도입 시 배임죄 폐지 등 이사의 과도한 책임 경감 방안에 대해선 ‘시기상조’라고 일축했지만 특별배임죄 폐지 등을 통해 형사 책임을 민사책임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방향성에 대해선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를 마치고 이 원장은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가 배임죄 등 형사적 이슈로 번져 경영환경이 과하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우리 자본시장의 지속적인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방안에 대한 각계각층의 의견을 모으고 관계 부처와 긴밀히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밸류업 의지를 재차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주주 전횡은 현재 진행형

이처럼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에 거듭 비판이 나오는 건 대기업 대주주들의 전횡이 잇달아 터져 나오고 있는 탓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대표적이다. 양사가 논란에 직면한 건 국내 의결권자문사 서스틴베스트(Sustinvest)의 문제 제기 이후부터다. 앞서 서스틴베스트는 “동일한 최대 주주를 둔 상장회사 SK이노베이션과 비상장회사 SK E&S 간 합병 과정에서 이해상충 이슈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SK이노베이션 일반 주주들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합병 비율이 산정됐다”며 “중장기적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합병 비율은 자본시장법을 따르고 있는 만큼 법률 위반은 아니다. 다만 이사회 결의일 기준 SK이노베이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36으로 역사적 저점에 있고 동종업계 PBR을 크게 밑도는 수준에서 합병가액이 산정돼 회사의 주식가치를 적절히 반영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서스틴베스트의 주장이다.

‘SK E&S의 상대적 합병 가치를 고려 시 시가 적용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SK이노베이션의 입장에 대해선 “합병 비율 측면에서 분명 자산가치 적용이 유리하며 최선임에도 불구하고 시가 적용을 최선의 선택이라고 설명하는 건 회사의 전체 주주 관점에서 판단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기준시가 또는 자산가치 중 어느 기준으로 합병가액을 산정하는지에 따라 지배주주인 SK와 일반 주주의 합병회사에 대한 지분율 차이가 8%p 이상 발생하는 만큼 이해상충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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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지배구조 개선, 중·장기적으로 풀어가야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사례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본격화한 가운데서도 주주 이익을 고려하지 않는 기업들의 행태가 노출되고 있음을 가시적으로 보여준다. 밸류업을 위해선 지배구조 개선을 시급히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시장을 중심으로 쏟아지는 이유다.

문제는 실질적인 지배구조 개선에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단 점이다. 앞서 정부는 지배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지주회사 전환 정책을 펼친 바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오너가 지주사 주식을 팔아 실질 이익을 거두기 전까지 과세를 이연해 주는 제도를 운영하기도 했고, 해당 특례의 일몰 기한을 2년 늦춰주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선 지주사 전환이 활발히 이뤄지진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굵직한 기업들은 이미 지주사 전환을 마친 상태인 데다 과세 특례를 한 차례 연기하면서 오히려 시장에 ‘한 번 더 연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퍼뜨린 탓이다. 결국 지주사 전환을 독려하기 위해 상당한 세제 혜택과 시간을 줘야만 했단 의미다. 이번 밸류업 프로그램 역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풀어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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