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내려도 여전하네” 가라앉은 건설 경기, 건설사 줄줄이 자산 매각·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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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하 이후로도 건설 업황은 한겨울
생존 위해 움직이는 건설사들, 중견·중소 업체들은 '줄도산'
"살길 찾자" 건설업계, 금리 인하 발맞춰 '수익형 부동산'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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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의 체감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음에도 불구, 각종 시장 악재가 누적되며 업황 전반이 가라앉는 양상이다.

자산 팔아치우는 대형 건설사들

17일 업계에 따르면, 건설업계의 체감 경기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에도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공사비 급등·수주액 급감 등 악재가 겹친 가운데, 미분양 물량 적체로 자금 회전에 차질이 빚어지며 업황 회복이 지연되는 양상이다. 국토교통부의 8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6만7,550가구이며, 이 중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만6,461가구에 달한다. 이는 2020년 9월(1만6,883가구)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시장 상황이 악화하자 대형 건설사들은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우선 GS건설의 경우 지난달 25일 GS엘리베이터 지분 매각에 관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GS엘리베이터는 GS건설이 2020년 세운 엘리베이터 제조업체다. 2012년 인수한 스페인 수처리 자회사 GS이니마 역시 매각 수순을 밟고 있다. GS이니마는 GS그룹 신사업부문 매출의 38%를 책임지는 알짜 자회사로 꼽힌다. 증권업계에서 추산하는 GS이니마 기업가치는 1조6,000억원 수준이다. 

SK에코플랜트는 최근 미국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전문기업인 어센드 엘리먼츠 지분 전량을 9,823만 달러(약 1,300억원)에 매각했다. 2022년 프리 IPO(상장 전 투자유치) 라운드에서 약속한 상장 기한(2026년)이 다가오는 가운데, 자산 매각을 통한 재무 건전성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워크아웃을 통해 재상장을 노리는 태영건설 역시 여의도 사옥 등 자산을 속속 매각하며 1조6,000억원 규모 자구안을 이행하고 있다. 태영건설의 모회사 티와이홀딩스는 알짜 계열사인 에코비트를 2조700억원에 처분하기도 했다.

중견·중소 건설사 유동성 ‘비상’

유동성 위기에 빠진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줄도산’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9월(10일 기준) 누적 기준 부도가 난 건설업체(금융결제원이 공시하는 당좌거래 정지 건설업체, 당좌거래정지 당시 폐업 또는 등록 말소된 업체 제외)는 모두 23곳으로 확인됐다. 이는 동기 기준(1~9월) 지난 2019년(42곳) 이후 최대 수준이다. 건설사 폐업 신고 수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들어 8월까지 집계된 누적 종합건설사 폐업 신고 건수는 330건으로, 전년 동기(266건) 대비 24.1% 늘었다. 같은 기간 접수된 전문건설사 폐업 신고는 1,410건으로 107건 증가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통계에 집계되지 않은 소규모 건설업체의 도산 사례가 다수 존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규모가 있는 건설업체의 경우 당좌거래를 이용하는 만큼 부도 사실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지만, 소규모 업체의 경우 부도 이후에도 확인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라며 “업황 악화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 중소 건설사들은 (통계를 통해) 확인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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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교클라우드시티’ 조감도/사진=현대엔지니어링

업계의 수익원 다각화 움직임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침체 국면이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평도 제기된다. 많은 건설사가 오피스 빌딩·물류센터 등 수익형 부동산을 활용한 수익원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차후 점진적으로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한국은행의 피벗(통화 정책 전환)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금 경색 국면이 완화됐고, 오피스 빌딩 매매 시장이 되살아나며 수익형 부동산이 다시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며 “다수의 건설사가 이에 발맞춰 관련 서비스·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는 추세”고 말했다.

실제 건설사들은 수익형 부동산 시장 공략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최근 상업용 빌딩 내 필요한 서비스를 통합한 새 빌딩 플랫폼 ‘바인드(Bynd)’를 공개했다. 기존에 분산되어 있던 서비스들을 통합해 빌딩 내 근무자와 방문객, 시설 관리자 등 다양한 이용자들에게 필요한 기능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다. △전용 모바일앱 △디지털트윈 키오스크 △웹 등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통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경기 용인시에 고급 비즈니스 플랫폼 ‘신광교 클라우드 시티’를 조성하며 업무용 빌딩 상품성 향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최고 33층·5개 동으로 조성되는 신광교 클라우드 시티는 △지식산업센터(2,769실) △창고(282실) △업무(28실) △근린생활(60실) △운동시설(1실) 등을 갖춘 대형 복합 업무 시설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신광교 클라우드 시티에 각종 고급 커뮤니티 및 서비스를 도입, 입주 직원들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화 건설 부문은 최근 삼일씨앤에스, 원탑구조엔지니어링과 물류센터용 ‘Longspan-Wide Beam System PC공법'(L-WBS공법) 공동개발 추진 협약을 체결했다. 이 공법은 기둥 간 거리가 11m가 넘는 물류센터 하역장 등에도 적용이 가능한 새로운 PC공법이다. PC공법은 기둥·보·슬라브 등 콘크리트 구조물을 사전 제작해 건설 현장에서 이를 조립하는 공사 방법으로, 그간 기둥 간 거리가 11m를 넘지 않는 물류센터 내부에만 적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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