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14년 만에 적자에 칼 빼든 정부, ‘체질 개선’ 나선다

제10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경상수지 개선 대책 발표 에너지 불확싱설 해소 위해 “국내 전환 꾀할 것” 서비스산업 강화·외환스와프 등 대책도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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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제10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지난 8월 경상수지가 14년 만에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정부가 경상수지 체질 개선을 위해 총력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0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내년 초까지 총 18건의 신규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조선,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바이오 등 주요 수출업종(6개) 경쟁력 강화 전략과 함께 수출 중소기업에 특화된 별도 지원대책을 순차적으로 마련해 시행할 방침이다.

대외 여건 악화 지속에 중소기업 수출 지원 강화키로

특히 수출 중소기업에 특화된 지원 대책에는 수출액이 1,000만 달러를 넘는 수출 유니콘 1,000개 사를 육성하는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우선 조선 분야의 전략으로는 친환경·자율운항 선박 핵심기술 개발 및 액화 이산화탄소 운반선 등 신시장 진출 지원으로 미래 선박 시장의 기술 초격차를 확보하는 방안이 예상된다.

디스플레이는 1조원 규모의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예타를 추진, 초격차 기술 확보에 속력을 낸다. OLED 제조·공정·소재 혁신으로 세계시장의 50%를 점유하겠다는 게 현 정부의 목표다. 다만 디스플레이 산업에 있어 초격차 기술만이 전부는 아니다. B2B 산업인 만큼, 누가 더 저렴한 공급이 가능한지가 관건이다.

이차전지 대책에는 안정적 배터리 공급망 확보 및 사용 후 배터리 관리, 배터리 초격차 기술 확보 등이 포함된다. 바이오는 세포・유전자치료제 범용 생산기술 개발, 지능형 의약품 제조기술 개발을 통한 생산성 향상 등이 담길 예정이다.

최근 글로벌 경제 여건 변화에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 수출 지원에 대한 정부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불확실성이 당장 수출입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빠르게 파악해야만 올바른 대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더욱 촉각이 곤두선다.

지난 6일 정부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무역협회,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 수출지원기관 등으로 구성된 ‘수출상황실’을 설치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수출상황실은 업종별 협의단체와 핫라인을 구축해 업종별 핵심 규제 및 개별 중소기업이 수출입 과정에서 겪는 애로사항을 발굴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수출은 현재 9월까지 23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 중이다. 그러나 수출증가율은 6월 이후 4개월 연속 한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9월 누계 289억 달러의 무역적자가 발생하고 최근 금리 인상 등 경기 둔화가 지속되는 만큼 우리나라의 수출입 여건은 결코 좋은 상황이 아니다.

수입품목 국내 전환 및 효율화 방안 마련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 대란도 수출입 여건 악화에 한몫했다. 우리나라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에너지 수입 비율은 올해 상반기 10.4%였다. 일본 5.1%, 독일 3.4%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로, 이는 곧 에너지 수입 가격의 영향력이 더욱 거세졌다는 의미다. 에너지 국내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부는 친환경·헬스·고급화 등 글로벌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프리미엄 소비재 품목 발굴 및 수출 활성화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에너지 절약 및 효율화 대책’에 더해 소재·부품·장비, 식량 등 여타 주요 수입품목에 대해서도 국내 전환 및 효율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식량 작물의 경우 자급력을 높일 방침이다. 수입 밀 대체를 위해 가루쌀 생산을 단계적으로 늘리고 밀과 콩 국내 생산 기반 확충을 위한 전문생산단지를 조성한다. 이외 핵심 소재뿐 아니라 요소와 같은 범용품에 대한 공급망 지원 체계도 구축할 방침이다.

상품수지 의존 경향 탈피

서비스수지 적자도 경상수지 적자에 영향을 미친 만큼, 정부는 관광, 운송, 콘텐츠 등 주요 서비스산업 강화를 통한 국가경쟁력 제고 방안도 순차적으로 모색할 방침이다. 우선 관광산업 재도약을 위해 민·관협력 국내여행 인센티브를 도입하고 ‘살아보기형’ 관광 등 매력적인 지역 관광자원 개발을 통해 국내여행 수요 촉진을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한류 콘텐츠 해외진출 지원, 디지털 미디어·콘텐츠 산업혁신 및 글로벌 전략, 지식재산권 경쟁력 강화 방안, 고부가 전문서비스 발전전략 등도 함께 준비한다. 이를 통해 K-콘텐츠 수출 시장을 더욱 성장시키겠단 계획이다.

지난해 서비스수지 흑자 폭이 눈에 띄게 확대되긴 했으나, 이는 코로나19 특수의 영향이 컸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수지 적자는 늘었지만, 수출화물운임과 국내 해운사 및 항공사의 화물운송량 증가로 운송수지 또한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상품수지 흑자에 지나치게 의존해왔기에 경상수지의 구조가 상당히 불안정할 수밖에 없었다. 상품수지가 장장 10년 3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선 만큼, 이번을 계기로 경상수지의 구조적 체질 개선을 보다 적극적으로 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4시간 점검체계로 불안요인 점검

이 밖에도 정부는 경상수지 변동성 확대가 외환시장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고 외환수급을 안정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이어가기로 했다. 우선 한국은행·기재부 등 외환당국과 국민연금 간 100억 달러 한도의 외환 스와프와 80억 달러 규모의 조선사 선물환 매도 지원 방안 등 기존에 마련한 외환수급 안정화 조치를 차질 없이 집행한다.

향후 외환 수급 여건과 유동성 상황에 따라 추가 조치를 적기에 시행하는 한편, 유사시 금융기관 등에 대한 외화유동성 공급 채널을 즉시 가동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한다. 정부는 기존에 가동 중인 24시간 국내외 경제 상황 점검체계를 통해 각 부문 동향과 불안요인 발생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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