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AI 방역 강화, “작년보다 올해 위험도 높다”
정황근 중수본부장, “농장에서 철저히 소독하면 고병원성 AI를 예방할 수 있어” 조류인플루엔자, 닭 분변 1g에 10만~100만 마리 닭 감염시킬 수 있는 고농도 바이러스 인체 감염 보고도 드물게 있으나 지속적인 감염 증거는 없어
정부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위험주의보를 발령하고 전국 가금농장을 대상으로 일제 검사를 실시하는 등 방역 조치를 강화한다고 전했다. 29일 고병원성 AI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경북 예천군 소재 종오리 농장에서 지난 10월 17일 고병원성 AI가 처음 확진된 이후 현재까지 23건 발생했다.
중수본, 현장점검반 동원해 집중 점검
이에 따라 중앙사고수습본부는 고병원성 AI의 사전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해 전국적으로 강화된 방역 조치를 추진한다. 우선 AI 사전 위험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12월 5∼18일 전국 가금농장을 대상으로 일제 검사를 시행한다. 또 12월 1일부터 20일까지 방역 취약 축종과 농장을 대상으로 392개 현장점검반(농림축산검역본부, 지자체 합동)을 동원해 소독 시행 여부 등에 대해 일제 집중 점검을 시행한다. 관련하여 중수본 관계자는 “축산농가가 자율적으로 농장 내 사람·차량 출입을 통제하도록 점검하고 고압분무기 등 소독장비가 동파되지 않도록 관리해줄 것”을 당부했다.
앞서 중수본은 지난 23일부터 다음 달 20일까지를 ‘전국 일제 집중소독 기간’으로 정하고 전국 가금농장과 주요 철새도래지, 가금농장 주변 도로, 논밭 진입로에 대해 소독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 고병원성 AI가 연이어 접수된 전남 지역의 경우 소독 실태를 특별 점검 중이다.
정황근 중수본부장은 “바이러스가 외부에 퍼져있어도 농장에서 철저히 소독하면 고병원성 AI를 예방할 수 있으므로 농가에서 소독을 철저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사육 가금의 이상 여부를 매일 확인하고 폐사 증가, 산란율 감소, 사료섭취 저하 등 의심 증상이 있을 때는 즉시 방역 당국에 신고해달라”고 강조했다.
전남도, 조류인플루엔자 연쇄 감염으로 비상 상황
전남 나주 소재 가금농장 2개소에서도 H5형 조류인플루엔자(AI) 항원이 검출됐다. 산란계 5만5천 마리 및 육용 오리 4만5천 마리를 사육하는 농가로 폐사체가 증가하고 있다는 신고를 통해 확인됐으며 검역본부의 정밀 조사 결과 고병원성으로 판정됐다. 이들 농장은 앞서 확진된 나주 육용 오리 농가와 같은 방역대에 있었다.
전남도는 1㎞ 내 5개 농가 46만5천 마리에 대해 신속하게 살처분했으며 동일 계열 85곳, 41개 역학 농장을 대상으로 일제 검사를 진행 중이다. 반경 10㎞ 방역지역에는 52개 농가에서 291만9천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최근 가금류 사육 밀집지에서의 연쇄적인 감염으로 전남도는 그야말로 비상 상황이다. 고병원성 AI는 지난 17일 장흥 육용 오리농장을 시작으로 나주에서 고흥, 그리고 또 나주에서 연이어 확진됐다. 전파 범위를 점점 넓혀가는 추세다.
조류인플루엔자, 가금류에 발생하는 조류의 급성 전염병
조류인플루엔자란 바이러스에 의해, 닭, 칠면조, 오리 등 가금류에 발생하는 조류의 급성 전염병이다. 바이러스의 병원성에 따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분류)’ 및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로 구분된다. 조류인플루엔자는 주로 직접 접촉에 의해 전파되며 바이러스에 감염된 닭 분변 1g에는 10만~100만 마리의 닭을 감염시킬 수 있는 고농도의 바이러스가 들어 있다. 장거리 전파는 주로 야생 철새의 이동에 따라 일어나는 것으로 보고되지만, 인접한 농가 간에는 바이러스에 오염된 공기 중의 부유물이 바람에 의해 이동되면서 전파될 수도 있다.
앞서 지난 5월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국제 곡물 가격 상승으로 소, 돼지, 닭 생산비가 크게 오르면서 치킨, 삼겹살 등 밥상 물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AI 영향으로 산란계 수가 줄기 시작하면서 산란계 병아리값도 크게 뛰었는데 산란계 병아리는 2020년 1마리 1,038원에서 지난해 1,694원으로 63.3% 급등했다. 이에 따라 달걀 가격(10개 기준)도 전년 대비 14.1% 증가하며 소비를 위축시켰다.
한 업계 전문가는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해 잘 모르는 채로 조류인플루엔자가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게 되면 당연히 소비는 위축된다”며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잘 모르는 문제에 대해서는 행동을 자제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러한 행동은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해 정보가 많이 없을 경우 ‘그럼, 당분간 닭과 달걀은 피하자’라고 생각하는 심리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인플루엔자는 다양한 동물에서 발생하지만, 종간 장벽으로 인해 사람은 감염시키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1997년 H5N1형 조류인플루엔자 인체 감염 사례를 시작으로 드물게 발생하고 있으며 인체 감염 사례의 대부분은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가금류와의 접촉 또는 감염된 조류의 배설/분비물에 오염된 사물과의 접촉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람과 사람 간의 간헐적 감염 보고도 있었으나 지속적 감염의 증거는 아직까지 없다. 다만 향후 바이러스의 변이 등을 통해 사람 간 전파가 용이해질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