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논리적 사고 ① 성숙한 시민의식을 위해선 수학교육부터 바로 세워야

‘응보적 사고’ 대신 ‘인과적 사고’가 필요하다 수학 교육 커리큘럼 변화해야 전반적인 논리성 강화 교육 시스템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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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하면 안 한 잘못도 뒤집어쓰는 대한민국

대한민국에서 사과하면 안 된다는 일종의 통념이 현실에서 통하는 이유는 한국인들이 가진 오류에 가까운 사고 경향성 때문이다. 바로 특정인의 과오에 의해 사건이 터졌다고 여기는 ‘응보적 사고’다. 어떤 문제가 터졌을 때 진짜 원인을 찾는 논리적 담론보다 책임을 전적으로 물을 범인을 색출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과하는 순간 범인으로 스스로를 지목하는 꼴이 돼지지 않아도 될 책임마저 뒤집어쓰게 된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3일 중앙일보 칼럼에서 이러한 경향성을 일컬어 “나랏돈으로 12년 동안 의무교육을 시켜줘도 우리는 ‘인과적’ 사고보다 ‘응보적’ 사고에 익숙하다”고 했다. 그렇게 ‘범인’을 색출해서, 그를 희생양으로 만들고 모든 죄를 덮어씌운 다음에 실컷 비난하면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하는 것이 때때로 사람들이 범하기 쉬운 생각 상의 오류다.

응보적 사고의 반대말은 ‘인과적 사고’ 혹은 ‘논리적 사고’다. 사안의 진짜 원인과 그 여러 원인의 기여도를 정확히 따져보는 식의 사고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 사람들의 논리적 사고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논문이 있다. 지난 2009년 한국과학교육학회지에 실린 ‘우리나라 중학생들의 논리적 사고 능력에 대한 메타 분석’을 참고하면, 논리적 사고력 측정 테스트인 GALT 검사에 의한 논리적 사고 형성자 비율은 한국 중학생 기준으로 32% 정도로, 50% 정도의 비율을 가진 일본 중학생들보다 많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외에도 한·일 간 논리적 사고력과 과학 탐구 능력을 비교한 여러 연구에서 우리나라 중학생의 논리적 사고 수준이 일본 중학생의 그것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된 것들을 찾아볼 수 있다.

저질의 수학 교육이 논리성 부재를 부른다 

한국인들은 논리적 사고력이 떨어진다는 일부 주장이 왜 나오는 것일까? 여러 가지 원인이 거론될 수 있다. 평상시에 대화할 때 사리판단을 명확히 하려는 사람들을 꺼리는 문화부터, 논리 교육을 부담스러워하는 교육 풍토 등이 지적된다. 일단 교육과정상에서 논리적 사고력을 배양하는 비중이 극히 작다. 초·중등 수학 교육 기준으로 논리성 교육의 핵심적 내용은 집합, 함수, 명제 등인데 교육과정이 개편될 때마다 그 부분들이 축소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논리적 사고력을 기르는 과정인 수학 교육 차원에서, 많은 아이들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점수를 따는 과목으로 생각하고 문제 풀이 스킬만 연습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한국인들의 논리적 사고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학 교육부터 바뀌어야 한다. 일단 수학 교육과정 내에서 집합, 함수, 명제 등의 개념들의 학습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또한 수학 실력 평가 차원에서, 짧은 시간에 많은 문제를 풀어내는 능력 이외에도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여 매우 깊이 있는 문제를 본질에서부터 접근해가면서 풀어내는 능력을 테스트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이는 최기영 전 과기부 장관이 낸 아이디어다. 그는 “실제 사회에 나와서 풀어야 하는 수학적인 문제들은 시간제한이 없다”며 “근본 원리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중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에서는 수학 교육뿐만 아니라 그간 암기형으로 운영되어 왔던 과학, 사회 탐구 영역도 논리적 이해 및 추론 위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암기가 중요시되다 보니 학원가에서는 요약정리 노트가 돌아다니고, 학생들이 암기하기 쉽도록 가르치는 강사가 뛰어난 강사 대접을 받는 것이 현실이나, 교육 방식이 개선될 경우 암기식 효율성을 최대화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학원가의 분위기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수학, 과학, 사회 등의 특정 과목의 문제가 아니라, 최단 시간에 효율적으로 점수 잘 받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현재의 사교육이 변화하거나 개선되어야 하는 것이 한국 교육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사고력, 논리력 확장을 위한 도전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결국 교육이 바로 서면 한국 사람들의 사고의 효율성이나 합리성이 증대되고 그들이 성인이 됐을 때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고 정치행위를 할 수 있게 변할 것이다. 비합리적인 정치문화 개선을 위해선, 한국 유권자들의 의식 변화가 중요하다는 뜻이 된다. 알렉산더 토크빌의 말처럼 모든 국민은 자신의 수준에 걸맞은 정부를 가진다. 논리적 사고 배양을 통한 현명한 유권자층의 등장이, 한국 정치를 바꿀 키워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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