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와 경제동맹, 오일머니 37조 한국에 온다 “원전부터 방산, 에너지까지 전 분야 협력”

윤 대통령 무함마드 UAE 대통령과 정상회담, MOU 13건 체결 ‘투자 협력 플랫폼’ 구축, 공공과 민간 모두 참여해 투자 이행 지난 정부 폐기했던 ‘원전’도 협력 “탄소중립까지 함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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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각)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한-UAE 확대회담을 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아랍에미리트(UAE)가 한국에 300억 달러(약 37조원) 투자를 결정했다고 대통령실이 15일(현지 시각) 밝혔다. 양국은 UAE 국부펀드의 한국 투자를 늘리는 내용 등을 포함한 13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투자는 UAE를 국빈 방문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과 했던 정상회담에서 이뤄져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UAE로부터 이끌어낸 투자는 원전과 방산, 수소와 태양광 에너지 등 두 나라의 전략적 협력 분야에 고루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원자력, 에너지, 투자, 방산 등 4대 핵심 협력 분야는 물론 신산업과 보건·의료, 문화·인적 교류와 같은 미래 협력 분야에서도 전략적인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자”고 말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UAE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신재생에너지, 수소, 국방 기술 등 전 분야에 걸쳐 한국과의 협력을 획기적으로 확대해 나갈 준비가 돼 있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약속을 지키는 대한민국에 대한 신뢰로 투자를 결정했다”고 했다.

UAE와 한국은 투자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투자 협력 플랫폼’을 구축한다. 산업은행 같은 공공투자기관뿐 아니라 민간 기업과 투자기관 등이 참여한다. 원전을 비롯해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원전 개발, 신재생에너지, 방산 등 각종 분야에 투자금이 집행될 예정이다.

이번 투자 유치와 함께 산업은행과 아부다비 2위 국부펀드인 무바달라는 한국의 유망기업에 함께 투자할 수 있는 ‘전략적 투자 파트너십’ MOU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두 기관은 첨단 분야를 중심으로 한국 공동 투자 기회를 찾고, 제3국 공동진출과 같은 투자 협력을 확대한다. 원전, 에너지, 기업 투자, 방산 등 4대 핵심 협력 분야를 넘어 신산업, 첨단 인프라, 신재생에너지, 보건·의료, 식량·수자원 등 여러 분야로 협력 대상을 넓힐 예정이다. 한국수출입은행과 아부다비국영에너지회사(TAQA)도 금융협력 MOU를 체결해, TAQA 발주 사업에 우리 기업의 참여를 늘리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총 13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첫 번째로 ‘에너지 관계 강화를 위한 공동선언문’이 이름을 올렸다. 세계적 탄소중립 추세에 따라 원전과 재생에너지, 첨단산업 등으로 산업 구조를 전환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임 문재인 정부 때 폐기됐던 원전 협력을 추진해 나간다. 원전 관련 수출 절차를 줄이는 ‘행정 약정’을 체결했고, 탄소중립보다 넓은 개념인 ‘넷 제로(net zero·6대 온실가스 순배출 0)’ 달성을 위해 양국 간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는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두 나라가 다른 나라의 원전 시장에 함께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금융과 투자를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UAE는 중동 나라 가운데 처음으로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청정에너지 중심의 경제·산업 구조로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방위산업 분야에선 ‘수송기 공동 개발 센터’ 운영 협력을 위한 MOU도 체결됐다. 또 우주 협력, 수자원 및 중소기업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UAE 국제공동비축 사업 MOU’를 통해 원유 수급 안정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이들 13개 MOU를 포함해 이번 국빈 방문 기간 40여 개 MOU가 체결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이어 현지에 주둔 중인 우리 군 ‘아크 부대’를 방문했다. ‘아크 부대’는 UAE와 군사 협력을 위해 파병된 부대다.

UAE로부터 영국보다 큰 규모 투자 따낸 한국… “정치적 유대 이어져야”

한국 대통령이 UAE를 국빈 방문한 것은 지난 1980년 양국 수교 후 처음이다. 또 작년 5월 무함마드 대통령 취임 후 UAE에 국빈 방문한 정상은 윤 대통령이 처음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UAE가 한국에 대한 전격적인 투자를 발표하면서 원전과 국방, 에너지 등 전 분야에서 양국의 협력 관계가 심화할 것이란 장밋빛 기대가 나온다. 대통령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은 현지 브리핑에서 “투자 내용이나 규모 면에서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경제 분야에서 한층 더 강화하는 중요한 성과”라고 평했다. UAE의 투자 약속은 그간 UAE의 국가 간 최대 투자 협력 규모인 영국을 상회하는 압도적 규모라는 게 대통령실의 평가다. UAE는 과거 영국에 100억 파운드(약 15조1,900억원), 중국에 50억 달러(약 6조2,000억원), 프랑스에 15억 유로(약 2조200억원) 투자를 약속했다.

UAE와 한국의 협력은 과거 한국 콘텐츠 분야에서 한정적으로 이뤄졌다. 지난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와 아랍에미리트(UAE)의 문화청소년부는 ‘2020-2021 한국-아랍에미리트 상호 문화교류의 해’를 맞이해 ‘한국-아랍에미리트 축제 등 문화행사를 열었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음악 공연과 예술가 공동 전시가 이뤄졌다. 당시 비대면 온라인 케이팝 공연에 273만 명이 시청하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아랍 국가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22년 1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UAE를 방문해 두바이 엑스포 행사장에서 모하메드 알 막툼 당시 UAE 부통령 겸 총리와 회담을 갖고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 ‘천궁Ⅱ’ 계약 등 방산 협력을 포함한 양국 간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하지만 현지에서 예정됐던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제 간 정상회담은 전날 UAE 측 요청으로 취소됐다. UAE 측은 “뜻밖의 긴급한(unforeseen and urgent) 상황”이라는 내용만 밝히고 정확한 이유를 알리지 않았지만, 예멘 후티 반군의 아부다비 공격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언론 분석이 나왔다. 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UAE와 한국이 체결한 정부 주도의 MOU만 13개이고 기업까지 합치면 40개에 이른다”며 “투자 규모만큼 미래 협력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보여주기식 쇼에 그치지 않으려면 정치적인 유대 관계가 꾸준히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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