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일제 및 주 4.5일제 인센티브 지원법 발의한 野, ‘주 69시간제’ 정조준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 4일제·주 4.5일제 인센티브 법안 발의 근로시간 감소 기업에 지원금 주고 있지만, “많은 액수는 아냐” 해외서도 불만 목소리 나와, 아직 넘어서야 할 관문 많을 듯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족친화 사회환경의 조성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주 4일제, 주 4.5일제 등 근로시간 단축제도 시행 사업에 인센티브를 지원하자는 게 법안의 주요 골자다. 최근 정치적 이슈로 떠오른 윤석열 정부의 주 69시간 근로제도를 비판하기 위해 윤 정부의 정책과 상반되는 개정안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가족친화인증제도, ‘일’과 ‘여유’ 두 마리 토끼 다 잡는다
가족친화인증제도란 ‘가족친화 사회환경의 조성 촉진에 관한 법률’ 제15조에 따라 근로자의 일·생활 균형을 지원하고 있는 기업 및 공공기관에 대해 심사를 거쳐 가족친화기업으로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다. 현재 가족친화인증제도는 출산 항목에서 △태아검진휴가 △유·사산 휴가 △산전후휴가 △배우자 출산휴가 △임신 근로시간 단축, 육아 항목에서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육아시간 △자녀돌봄 휴가, 가족 항목에서 △가족돌봄휴직 △가족사랑의 날 △가족친화 사회공헌 등을 시행하는 기업에 인증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시행되고 있다.
가족친화인증제도는 근로자가 적절한 ‘워라밸'(일과 여유시간의 균형)을 가짐으로써 일과 가정 간 균형을 도모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도다. 그런 만큼 제도를 통해 가족친화경영을 확산해 가족친화적인 직장 문화를 형성한 기업엔 심사를 통해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가족친화인증기업은 정부사업 참여 시 가산점 및 우선권을 받게 되고, 금리 우대 등의 혜택도 제공받는다.
그러나 여기에 함정이 숨어 있다. 현 제도 규정에서 근로시간 단축 기업에 대한 지원은 일체 찾아볼 수 없다. 지난 2018년 주 52시간제 추진 당시 노동시간 단축 조기 도입 기업에 가족친화기업 인증 시 가산점을 부여했던 바 있으나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2022년부터는 가점 항목에서 삭제됐다.
이미 유럽 등 외국에선 주 4일제 혹은 주 4.5일제를 도입하기 시작했으며, 국내 기업 중에서도 선제적으로 주 4.5일제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제를 보다 활성화하기 위한 유인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이유다. 이에 김 의원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근로시간 단축제도 도입 기업을 가족친화기업으로 지정될 수 있는 근거를 마련, 인센티브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급여 줄어드는 주 4일제, 육아휴직은 지원금으로 기업 부담 덜어
다만 주 4일제 및 주 4.5일제 시행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치는 직장인들도 적지 않다. 근로시간이 단축될수록 임금이 줄어드는 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육아휴직·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줄어드는 임금은 그나마 정부 지원금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현재 다양한 육아지원제도를 시행 중인데, 여기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지원금 △육아휴직 지원금 △대체인력 지원금 등 다양한 기업 지원금이 포함되어 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지원금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30일 이상 허용한 중소기업 사업주에게 월 30만원을 지급해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었다. 특히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최초로 허용한 경우에는 이후 세 번째 허용 사례까지 월 10만원을 추가 지급해 총 40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육아휴직 지원금은 근로자에게 육아휴직을 3개월 이상 연속해 허용한 중소기업 사업주에게 첫 3개월엔 200만원을, 이후에는 월 30만원을 지급하는 제도다. 대체인력 지원금은 근로자에게 출산 전후 휴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을 30일 이상 허용하고 새로 대체인력을 30일 이상 고용한 중소기업 사업주에게 대체인력 1인당 월 80만원을 지원한다. 이처럼 다양한 지원금 제도를 통해 정부는 기업의 부담은 덜면서 근로자가 육아·가정을 책임질 수 있도록 독려, 나아가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지원금 자체의 액수가 그리 많지 않아 정책의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이번 김 의원의 주 4일제 및 주 4.5일제 지원 방안도 육아휴직 지원금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을 텐데 실질적인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쏟아진다. 지원금에 사용 가능한 가용 예산을 사전에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가 김 의원에게 남은 최대 과제일 것으로 보인다.
주 4일제, 해외에선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현재 해외에선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주 4일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벨기에는 지난해 2월 유럽연합(EU) 중 최초로 주 4일제를 정식 도입했으며, 영국은 지난 6월부터 70여 개 기업의 근로자 약 3,300명을 대상으로 주 4일제를 실험했다. 이외에도 스페인, 아이슬란드, 미국의 캘리포니아 등이 주 4일제를 부분적으로 시행 중이다.
그러나 해외에서도 주 4일제에 따른 ‘임금 삭감’은 예민한 문제다. 스페인의 대기업 ‘텔레포니카(Telefonica)’는 지난 2021년 10월 희망자를 대상으로 주 4일제를 시작했는데, 직원 2만여 명 중 주 4일 근무를 희망한 인원은 전체 직원의 약 0.75%에 불과했다. 텔레포니카 측이 주 4일 근무를 희망하는 근로자의 임금을 15% 삭감하겠다고 발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 일본지사는 ‘워크라이프 초이스 챌린지 2019’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주 4일제를 시행하면서도 2,300여 명의 직원들에게 10만 엔(한화 약 104만원)의 휴가비를 지원하고 통상적인 임금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 결과 직원의 92.1%가 정책과 제도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 일본지사는 대면 회의 시간을 30분 이내로 줄이고 원격회의 횟수를 늘리는 실험도 함께 진행했는데, 그 결과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는 모습이 포착됐다. 업무 시간을 줄인다 해서 생산성이 저하되는 건 아니라는 점이 실험을 통해 증명된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 4일제 및 주 4.5일제를 도입하려면 아직 넘어야 할 관문이 많아 보인다. 근무시간을 단축하되 생산력을 유지하며 근로자와 기업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을 만한 특정한 장치가 필요하다. 김 의원은 이를 ‘지원금’이라는 장치를 통해 해결하려 하고 있으나 지원금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생산력 저하가 정부 지원금을 상회할 경우 기업은 자연스레 임금을 삭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 69시간 탄력근무제냐 주 4·4.5일제냐를 두고 정책적으로 겨루는 모습은 선진적이라 할 수 있겠으나, 이번 문제를 정치적으로 판가름하고 섣불리 제도를 도입하려 들었다간 큰 화를 면치 못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