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중국] 中 인민은행 “주택대출금리 지속 인하”, 부동산 장기침체 막아 경기회복 촉진
인민은행 하반기 업무회의 개최, 시중은행에 지속적으로 주택대출금리 인하 유도 주택구매 초기 계약금도 낮추고, 저소득층에도 주택 건설 관련 금융지원 강화 中내수부진에 국내 제조업 경기도 불황, 부동산 부양책에 韓부동산 악영향 우려도
중국 중앙은행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하는 등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한 지원에 나섰다. 최근 경기 부양책의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까지 침체 우려를 낳자 지원책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부양책이 국내 부동산을 소유한 중국 투자자들의 갈아타기를 유도하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거란 주장도 나온다.
주택대출금리 낮추고, 부동산 계약금 비율도 인하
신화사 등 중국 관영 매체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은 1일 국가외환관리국과 함께 진행한 하반기 업무 회의에서 시중은행에 주택대출금리와 선지급금 비율을 낮추도록 유도해 주택 수요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번 완화책은 2020년 하반기 부동산 시장의 투기 과열을 잡기 위해 강력한 규제 조치를 내놓은 지 약 3년 만이다.
인민은행은 부동산 첫 계약금 성격의 ‘서우푸(首付)’ 비율 또한 인하함으로써 부동산 구매 문턱을 낮추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서우푸는 부동산 매매 대금의 일정 비율을 일시불로 선납입해야 하는 제도로, 베이징시 기준 서우푸 비율은 생애 첫 주택 구매의 경우 35%, 두 번째 이상 주택 구매의 경우 80% 수준이다.
아울러 보증 대출 지원 계획의 기한을 연장하고, 부동산 관련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한 조치도 발표했다. 인민은행은 이날 공개한 발표문에서 “부동산 시장의 안정적이고 건전한 발전을 위해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부동산 금융지원 패키지 조치인 ’16개 금융조치’를 잘 이행해야 한다”면서 “주택대출 및 성중촌(城中村·이주민 위주의 주거 환경이 열악한 도시 외곽 지역) 개조, 저소득층 주택 건설 등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 통한 국가 경제 회복 ‘큰 그림’
중국은 앞서 지난달에도 무주택자 기준을 완화해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선지급금 비율 우대 혜택을 주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최근 중국 경기가 전반적인 침체 조짐을 보이자 국내총생산(GDP)의 약 20%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마저 장기 침체에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바꿔 말하면 부동산 경기를 부양해 국가 경기 전반을 되살리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중국을 비롯한 대다수 국가는 경제 활성화 수단으로 부동산 경기부양에 힘써왔다. 그간 건설산업을 통해 경기 회복을 유도하고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전통적 거시경제정책이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부동산 및 건설경기 활성화를 통해 국가 경기 전반을 활성화시키려는 정책적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에 빠진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공급 기반 강화, 거래 활성화 및 수요 확대, 조세체계의 합리화 등의 완화적 부동산 정책 방향을 설정했고, 이후 4대강 사업을 비롯해 외환위기 당시와 같은 수준의 주택경기 부양 및 규제 완화 정책을 최대로 동원했다.
박근혜 정부도 부동산 시장 정상화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구사했다. 특히 2013년 4월 취임 직후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다른 어느 정책보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우선시했다. 당시 수출 부진으로 국내 경기가 위축되고 있는 시점에서 LTV 및 DTI 규제 완화, 부동산투자 이민제 확대 적용, 청약제도 개선, 재건축. 재개발규제 개선 등의 완화책을 발표한 바 있다.
‘중국 경기 둔화 및 부동산 부양책’이 주변국에 미치는 영향
금융 및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의 잇따른 경기 부양책 발표에도 중국 경기는 최근까지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분위기다. 중국 경기동향을 나타내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달까지 4개월째 위축 국면에 있다. 서비스업 등 비제조업에선 소폭이나마 경기 확장이 유지된 반면, 중국 경제의 성장동력인 제조업이 정부의 소비 활성화 대책에도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선 중국 경제 둔화가 세계 제조업계 전반을 불황으로 이끌 것이란 전망이 공감을 얻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 분야의 제조 강국인 우리나라 경제에 더욱 부담을 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중국 경제 둔화가 장기화되면서 아시아 주요 제조국들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최근 PMI 지수는 제조업 기반으로 경제를 이끌어 온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전망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중국의 이번 부동산 경기 부양책이 국내 부동산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거라는 주장도 있다. 국내 부동산을 취득한 외국인 중 중국인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가운데, 이들이 자국 내 부동산으로 갈아타는 시도가 나타나면서 국내 부동산 경기 회복이 주춤할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중국인의 국내 토지 보유는 2016년 2만4,035필지에서 지난해 6만9,585필지까지 급증했다. 공동주택의 경우도 중국인이 주택수 4만3,058호, 소유자수 4만 6,065명으로 외국인 가운데 가장 많았다.
국내 J대학 부동산학과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국내 부동산을 소유한 중국인 가운데 주택 및 건물을 1채만 보유한 경우는 드물다. 이들 대다수가 자국 내 부동산 규제를 피해 투기 목적으로 국내로 눈을 돌린 투자자”라면서 “부동산이라는 매매가 수월하지 않은 자산의 특성상 단기적으론 중국 부동산 부양책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이나, 장기적으론 국내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는 데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