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막고 공급에 주력한다는 국토부, “오피스텔도 주택 수에 포함할 것”

오피스텔·도시형 생활주택 등 규제 완화 없다 원 장관 “‘빠른 공급’ 외친 비아파트, 형평성에 문제 있어” 상반기 인허가·착공 물량 급감, 안정적 공급에 역량 집중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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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거용 오피스텔을 보유 주택 수에 포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이달 초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공급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겠다던 행보와 상반된 발언으로, 다주택자들이 집을 더 사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배제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원 장관은 17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추석 연휴 전 발표 예정인 주택 공급 대책의 내용에 대해 건설사 착공률을 끌어올려 주택 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청약 시장 과열을 불러온 공급 지연을 해소하고, 올해 목표로 제시한 물량을 공급할 수 있도록 건설업계의 숨통을 틔우겠다는 의지에서다.

다주택자에게 유리한 정책은 배제

이날 원 장관은 추석 연휴 전 발표 예정인 주택 공급 대책과 관련해 “과거 건설경기가 활성화됐을 때 여기저기 투자했다가 분양이 안 된 건설사들의 자금이 잠겨 있는 상태”라고 짚으며 “이런 부분을 고려해서 자금이 융통되게 하고 자잿값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주택자들의 최대 관심사였던 주거용 오피스텔 주택 수 포함 여부에 대해서는 규제 완화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원 장관은 “다주택자들이 집을 늘려가도록 유도하는 정책은 배제했다”며 “이번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원 장관은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 등이 현실적인 주거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빠른 공급에 주력하다 보니 주차장이나 소방 안전 등 다소 점검이 필요한 부분들이 있어 각종 규제를 받는 아파트와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바 있다.

“공급 활성화 중요하지만, 형평성 감안해야”

주거용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 포함한 것은 부동산 시장이 한창 과열됐던 2020년 발표된 ‘7·10 부동산대책’에서 비롯됐다. 해당 대책에서는 규제지역인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3주택 취득세율을 각각 8%, 12% 등으로 대폭 인상했는데, 이후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에서 주택분 재산세를 부과하는 주거용 오피스텔의 경우도 주택 수에 포함하기로 했다.

이는 주거용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것이 집주인이 실거주하거나 주택용으로 임대를 놓은 오피스텔(주택분 재산세 과세 대상인 경우) 보유자가 새로 주택을 취득해도 2020년 8월 이전처럼 기존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이는 국회의 법 개정 대상이 아닌, 행정안전부의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가능한 부분이다.

지난 10일 공공주택 혁신 전문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원 장관은 “현재 우리나라 주택 공급이 아파트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데, 비아파트 부문에서도 공급이 원활히 돌아가도록 해야 할 것 같다”며 “과도한 위축을 풀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건설업계에서는 원 장관이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의 공급 활성화 필요성을 언급한 대목에 주목했다. 국토부가 규제 완화와 공급 촉진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만큼 업계가 활성화될 조짐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당시 국토부 관계자는 “주거용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을 활성화할 수 있는 건축 관련 인센티브를 검토해 볼 수 있지만,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원 장관 역시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 등은 청년들이나 도심에서 생활해야 하는 이들에게는 현실적으로 주거 기능을 하지만, 빠른 공급에 주력하다 보니 주차장이나 소방 등에서 규제를 완화한 부분들이 있다”며 “각종 규제를 모두 받는 아파트와 형평성 문제가 있어 신중히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8월 29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여의도 HUG서울서부지사에서 열린 주택공급혁신위원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국토교통부

집값 상승 심리 확산, 투기 조장 안 될 일

전문가들은 국토부의 정책 수단과 규제 혁신 등이 안정적인 공급에 초점을 두어야 하는 것은 물론, 투기를 조장하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원 장관의 뜻에 동의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연말 인허가 물량은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에 도달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택 인허가 물량은 18만9,213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7.2% 줄었으며, 착공 역시 9만2,490가구로 50.9% 감소했다.

원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토부 출입기자단과의 정례간담회에서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반등하고 청약 경쟁이 과열되는 현상에 대해 “새로운 화살표 방향(집값 상승)이 나타난 것을 유의 깊게 살피고 있다”며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 오늘이 내일보다 싼 것 아니냐는 심리가 확산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정부가 제시한 공급 물량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해 시장의 과열을 막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원 장관은 “국토부가 가진 정책 수단과 관계부처와의 협력 및 규제 혁신 등으로 공급 물량과 시기를 조정하고, 공급이 차질 없이 꾸준히 진행된다는 신호를 시장에 어떻게 내보낼지 집중적으로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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