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중동 붐 시동, 한국-사우디 ‘탈석유’ 핵심 파트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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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경제 사절단으로 국내 135명의 기업인들 대거 참여 
플랜트, 수소, 전기차, 바이오, AI·로봇 등 46건의 MOU 체결
탈석유 위해 막대한 오일달러 붓는 사우디에 '제2의 중동 붐' 기대도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리야드의 야마마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와 함께 걷으며 대화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윤석열 대통령의 첫 국빈 방문을 계기로 21조원 규모의 투자 협약을 체결하면서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경제협력 모멘텀을 마련했다. 이는 지난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방한 당시 체결한 290억 달러(약 39조원)의 투자 MOU(양해각서)와는 별개로, 특히 ESG·ICT·신산업에 이르기까지 양국 간 협력 범위가 크게 확대되는 성과를 내면서 ‘제2의 중동 붐’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한·사우디 투자포럼 개최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 국빈 방문을 계기로 22일(현지시간) 사우디 리야드 페어몬트 호텔에서 한국경제인협회와 사우디 투자부가 공동으로 주최한 ‘한·사우디 투자포럼’이 열렸다. 포럼에는 윤 대통령을 비롯해 양국을 대표하는 경제인과 정부 인사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우리나라 측 경제사절단으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등 총 135명의 기업인이 자리했다. 사우디 측에서는 야시르 알루마이얀 사우디 국부펀드(PIF) 총재와 사빅(SABIC), STC, 아람코(Aramco), 마덴 등 주요 기업 관계자를 포함해 총 200여 명이 포럼을 찾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양국 경제인들을 격려했고, 칼리드 알 팔레 사우디 투자부 장관, 압둘아지즈 빈 살만 에너지부 장관, 반다르 알코라예프 산업광물자원부 장관도 양국 간 강화된 파트너십에 지지를 보냈다. 윤 대통령은 “첨단 기술력과 성공적인 산업 발전 경험을 보유한 한국과 풍부한 자본과 성장 잠재력을 가진 사우디가 손을 잡으면 그 어느 나라보다 강력한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후변화와 디지털 대전환을 맞아 ‘사우디 비전 2030’이라는 담대한 국가 전략을 제시하는 포스트 오일 시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첨단기술력과 단기간 성장 경험을 가진 한국과, 에너지 자원 부국인 사우디가 협력했을 때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또 “특히 수소 생산에 방점이 있는 산업과 수소 유통 활용 측면에서 최고 수준인 대한민국의 기술이 힘을 합치면 글로벌 수소경제를 선도해 나갈 수 있다”며 “양국 정부가 합의한 수소 오아시스 이니셔티브는 청정수소의 밸류체인 전 분야에 걸쳐 양국기업간 협력을 뒷받침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가운데)이 22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과 사우디 국부기금 간 자동차 생산 합작투자 계약에서 기념촬영을 하며 박수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총 46건의 MOU 체결

이날 포럼에서 우리 기업과 사우디는 플랜트, 수소, 전기차, 바이오, AI·로봇,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46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국빈 방문 기간에 이어진 행사에서 체결된 협약까지 더하면 총 51건이며, 금액으로는 156억 달러(약 21조원) 규모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11월 양국 수교 60주년을 맞아 방한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와의 회담에서 체결한 290억 달러 규모의 투자 MOU·계약과는 별개다. 이번 MOU 추가 체결로 윤 정부 들어 사우디와 맺은 투자 유치 및 사업 협약 규모는 60조원으로 늘어난다.

분야별로는 ▲에너지·전력 분야 7건(계약 2건·MOU 5건) ▲인프라·플랜트 8건(계약 1건·MOU 7건) ▲첨단산업·제조업(전기차 등) 19건(계약 2건·MOU 17건) ▲신산업 10건(계약 1건·MOU 9건) ▲금융 협력 등 기타 MOU 2건 등이 체결됐다.

먼저 첨단 산업 분야에서는 이번 포럼을 계기로 현대차가 사우디 국부펀드와 약 4억 달러(약 5,410억원) 규모의 합작 투자로 자동차 조립 공장을 설립하기 위한 계약이 체결됐다. 킹압둘라 경제단지에 건설되는 자동차 공장은 2026년부터 연간 5만 대의 전기차와 내연차를 양산하게 되는데,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중동 지역 자동차 공장 설립이다. 이 밖에도 제조업 등 분야에서 전기차 충전, 공장 기술 이전 등 총 19건의 협력 성과를 거뒀다.

사우디 내 식량안보를 위해 농심과 사우디 그린하우스와의 스마트팜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됐다. 의료기기·희귀질환 진단 바이오, 주방 자동화로봇, 드론 등의 로봇을 포함해 스포츠 비즈니스까지 신산업 분야에서 총 10건의 계약과 MOU 교환을 진행했다.

금융 분야에서는 한국무역보험공사와 사우디 아람코가 우리나라 기업의 아람코 발주 사업 수주를 지원하기 위한 30억 달러(약 4조원) 규모 MOU가 맺어졌고 디지털, 의료, 로봇, 스마트팜, 관광·뷰티 등 신산업에서는 국내 스타트업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이 가운데 한국 스마트팜 스타트업과 사우디 농산물 유통업체 간 500만 달러(약 67억원) 규모의 MOU가 3건 체결됐다.

탈석유 미래 꿈꾸는 사우디와 ESG 기술력 갖춘 한국의 시너지

특히 주목되는 분야는 ESG 관련 산업이다. 최근 중동 주요국들이 석유 없는 미래를 건설하는 데 천문학적인 규모의 오일 달러를 쏟아붓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가 중동 탈석유 경제 건설의 주요 파트너로서 경협 지평을 넓혀 ‘제2의 중동 붐’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포럼 당시 에너지 분야에서는 총 2건의 계약과 5건의 MOU가 체결됐다. 포럼에 앞서 윤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 회담에서 양 정부 간에 이뤄진 ‘수소 오아시스 협력 이니셔티브’ 체결에 이어 포럼에서는 한전, 포스코홀딩스, 롯데케미칼이 사우디 아람코와 블루암모니아 생산 사업 협력 의향서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우리 기업은 155억 달러(약 21조원) 규모의 블루암모니아 생산 사업에서 지분투자, 구매 등의 방식으로 사업에 참여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도 사우디 교통공사 등과 ‘수소모빌리티 생태계 조성에 대한 협력 MOU를 체결했다. 양측은 수소 생산과 공급, 충전인프라 구축, 수소 정책과 기술동향 공유 등의 협력을 추진할 예정이다.

한국과 사우디는 지난해 11월 빈 살만 왕세자가 한국을 다녀간 이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고, ‘네옴시티’, ‘사우디 비전 2030’ 등을 통해 양국의 경제협력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산업화의 대전환을 꿈꾸는 사우디에 있어 한국은 전쟁으로 무너진 겅제 기반을 재건해 단기간 내 제조업을 연착륙시키고, 첨단기술을 선도하는 국가로 도약한 롤모델로 인식된다. 더욱이 한국은 반도체·바이오·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 분야부터 중공업, IT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산업 분야에 걸친 튼튼한 가치사슬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산유국 탈석유 개혁의 핵심 파트너로서의 역량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풍부한 일조량 등 우수한 기후 조건과 저렴한 토지비용으로 대규모 수소 생산시설 확충, 태양광 발전 설비 등에 최적화돼 있는 사우디에 ESG 산업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의 기술력이 더해지면 양국 경제 협력의 지평이 확대되는 것은 물론, 국내 ESG 사업에도 한층 더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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