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오는 사람은 없고 나가는 사람만 있는 등록임대 시장, 엉뚱한 곳 긁는 정부
200만 가구 넘던 등록임대주택 '4분의 3토막'
10년 임대 의무 기간 못 채우고 과태료 내는 임대인 수두룩
"혜택보다 무거운 의무" 제도 실효성에 의문
올해로 도입 30년을 맞이한 다주택 등록임대사업제도가 시장 참여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전 정부 시절 대폭 줄어든 등록임대사업 혜택과 까다로워진 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이유로 많은 사업자가 임대사업에서 손을 떼면서다. 국회는 등록임대주택이 공공임대주택과 미등록 임대주택 사이에서 서민들에게 안정적인 민간주택 공급자 역할을 해왔던 만큼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지만, 아직 구체적인 논의는 시작조차 하지 않고 있어 임대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올해 신규 등록임대주택 10만 가구 이하 예상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1년 전국의 등록임대주택 재고량은 144만 가구로 집계됐다. 2018년 212만 가구로 정점을 찍은 임대주택 재고량이 기존 등록임대사업자들의 이탈에도 신규 공급으로 채워지지 않으며 대폭 줄어든 것이다. 실제로 2020년 28만 가구에 달했던 신규 등록임대주택 물량은 2021년에는 19만 가구로 줄어들었으며, 지난해에는 13만 가구에 불과했다. 올해 역시 남은 두 달의 신규 등록임대주택을 모두 합산해도 10만 가구를 하회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또 임대 의무 기간 종료로 자동 말소되는 등록임대주택 물량은 지난해까지 누적 72만 가구에 달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주택임대사업자 과태료 부과 현황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의무기간 동안 임대를 하지 않거나 타인에게 주택을 양도하는 등 이유로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를 처분받은 경우는 8,712건에 달했다.
현행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이하 민간임대법)에서는 “등록임대사업자는 의무 임대 기간 종료 전 파산이나 부도, 대상 부동산의 정비 사업 포함 등 일부에 한해 말소나 주택 양도가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등록임대주택의 임대 의무 기간이 10년에 달하는 만큼 해당 조항이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와 관련해 지유리 전국임대인연합회의 회장은 “과태료를 처분받은 사업자들은 대부분은 과도한 규제를 이유로 사업을 포기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짚으며 “제도를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다주택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무주택자들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는 여러 주택을 보유한 소유자에게 실제 거주하는 하나의 주택을 제외한 나머지 주택에 대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고 법정 요건에 맞춰 임대를 하면 임대주택의 취득, 보유, 처분 단계에서 발생하는 각종 세금을 일부 또는 전부 감면해 주는 제도다. 전월세 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 등 공적 규제는 그대로 적용받지만,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소득세 등에서 감면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각종 혜택과 규제가 1~2년 단위로 바뀌며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의 불만이 이어졌다. 특히 전임 정부는 2020년 7월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서 고공 행진 중인 집값을 잡겠다며 단기 매입과 건설임대를 폐지하고 등록임대주택의 임대 의무 기간을 8년에서 10년으로 늘렸다. 이와 동시에 60㎡ 초과 중대형 아파트 등록임대제도는 아예 폐지했다. 2020년 이후 등록임대주택이 꾸준히 줄어든 것은 규제 강화와 혜택 축소가 맞물린 결과인 셈이다.
“현실 반영 못 한다” 지적 이어져
민간 등록임대주택의 급감으로 주택 공급에 차질이 예상되자, 현 정부는 지난해 12월 아파트등록임대제도를 대폭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전용면적 60㎡ 초과 85㎡ 이하 아파트도 매입해서 임대사업자 등록이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을 완화했고, 공시가 기준 수도권 6억원 이하 또는 비수도권 3억원 이하의 새 아파트를 매입 및 등록해 임대하는 사업자에게는 주택 규모에 따라 취득세를 감면해 주는 내용이 골자다. 또 조정대상지역의 매입 임대주택을 등록하면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와 종부세 합산 배제, 임대주택 양도에 따른 법인세 추가 과세 배제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의 발표 직후 전문가들은 해당 개정안이 여전히 부동산 시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임대사업 등록을 하면 10년의 임대 의무 기간을 지켜야 하는데,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장기 임대를 위해 시장에 선뜻 발을 들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 임대료 인상률을 연 5% 이하로만 가져갈 수 있다는 점 역시 고금리인 현재 상황에서는 각종 세제 혜택을 고려해도 수익보다 투자 비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회에는 임대 의무 기간 도중 공공임대 사업자에게 주택을 양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 총 10건의 민간임대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하지만 여야가 견해를 좁히지 못하며 이들 개정안 모두 이번 회기 내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민들의 주거 안정에 필요한 임대주택을 공공이 전부 감당할 수 없어 일부를 민간에 의지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가 혜택보다 큰 의무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