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견제 나선 일본, 자국 내 공항·항만 군사적 이용에 속도 높여
日 자위대 이용 관련 ‘공공 인프라 정비’ 원안 발표
군사적 이용 위해 활주로 연장 등 시설 강화 박차
동남아 국가들과 적극 협력, 중국 강하게 견제
일본이 방위력 강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자국 내 14곳 공항과 24곳 항만의 자위대 이용 연장 또는 확장에 돌입하면서다. 현재 일본 자위대는 유사시에 한해 공항, 항만, 도로 등을 우선 사용할 수 있는데, 이를 평시에도 사용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연합훈련을 확대하기 위한 ‘원활화협정’(RAA) 관련 교섭에 나선 일본은 이번 방위력 강화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에 대한 견제를 한층 강화하는 모양새다.
지자체와 물밑 협상 진행 중
27일 아사히 신문을 비롯한 다수의 현지 매체는 일본 정부가 추진 중인 공항 및 항만 등의 자위대 이용과 관련한 ‘공공 인프라 정비’ 원안에 대해 보도했다. 이번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자국 내 공항과 항만 등 시설을 유사시 부대 전개에 활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강화한다. 활주로 길이가 짧은 일부 소규모 공항과 얕은 수심의 항만이 그 대상으로, 전투기 및 함선 운용이 가능한 수준으로 개선한다는 설명이다.
일본은 지난해 12월에도 향후 안보 관련 3대 핵심 내용을 발표하며 “유사시 대응 능력 강화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인프라 정비 및 확대 후보지로 37곳의 공항 및 항만을 발표했다. 당시 발표된 후보지 중 약 70%에 해당하는 28곳이 오키나와 및 규슈에 집중됐다.
일본 정부는 이번 인프라 정비 관련 비용을 2024년도 예산안에 반영할 방침이며, 이미 해당 지자체들과 물밑 협의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특정 공공시설 이용법」에 따라 일본 자위대와 해상보안청은 평시에 공항, 항만, 도로 등의 우선 사용을 위해 해당 지자체와 협의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앞서 이달 초에도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필리핀을 방문해 자국 자위대와 필리핀군의 상호 방문을 원활하게 하는 RAA 체결을 위한 교섭에 나서는 등 군사 동맹국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RAA는 둘 이상의 국가가 연합훈련을 위해 상대국을 방문할 때 병사들의 입국 절차 및 무기 반입에 이르는 각종 절차를 간소화하는 협정이다. 이전까지 일본은 동맹국인 미국을 비롯해 호주, 영국과만 해당 협정을 맺어오고 있었다.
사실상 ‘공격 권한’ 갖춘 日 자위대
자국 내 군사 인프라 강화와 RAA 대상국 확대에 속도를 높인 일본 정부의 움직임을 두고 현지 매체들은 일본 정부가 류큐 제도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군사력 확장에 대한 대응책으로 풀이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필리핀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한 것이 이에 대한 방증이라는 설명이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반세기 넘게 자국의 안보에 직접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태를 한반도 또는 대만과의 충돌을 의미하는 ‘주변 사태’(옛 극동 사태)로 한정해 왔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중국이 오키나와 및 대만과 밀접한 남중국해 등에서 주변국들과 마찰을 빚자, 그동안 유지해 온 안보 전략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2015년 미국과의 동맹을 글로벌 동맹으로 격상하며 집단적 자위권을 문서화하고, 이후 한국 및 호주와의 군사 협력 강화에 나선 것은 이같은 안보 전략 수정에 따른 움직임이다.
올해부터는 한층 공격적인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타국의 침략으로부터 자국을 지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무력만 허용했던 자위대를 사실상 군대 수준으로 강화하면서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2월 기시다 총리 주재 각의에서 ‘반격 능력 보유를 비롯한 자위대 방위력 강화’ 등 내용이 담긴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결정했다. 반격 능력은 적국 기지 및 사령부 등을 무력으로 공격할 수 있는 권한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국제 안보 전문가들은 일본의 방위력 강화가 류큐 제도를 포함한 난세이 제도에 집중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난세이 제도는 일본 규슈 남단에서 대만 동쪽 해협에 위치한 2,500여 개 섬을 일컫는 말로, 해당 해역은 중국이 설정한 제1다오롄(Island Chain)이라는 가상의 선과 상당 부분 겹친다. 중국은 태평양 진출을 위해 난세이 제도 남쪽 섬들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 때문에 제1다오롄은 중국의 해양 진출에 가장 중요한 교두보이자 정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난세이 제도를 둘러싼 일본과 중국의 야망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아시아·태평양’의 유지라는 기본 가치관을 공유하는 동맹국들과 적극적인 협력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