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양도세 과세기준’ 10억원→50억원 이상으로 상향, 세(稅) 부담 완화에 증시 변화 나타날까
오는 26일 국무회의 거쳐 연내 시행령 개정 내년 1월 1일 이후 양도분부터 적용 연말 대량매도 줄어들면 증시 변동성 낮아질 가능성↑
정부가 내년부터 주식 한 종목을 10억원 이상 보유하더라도 평가금액이 50억원 미만이면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도록 과세기준을 완화했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고금리 기조와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 등에 따른 연말 자본시장 상황을 고려한 조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재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 예고
21일 기획재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현행 1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높여 세 부담을 완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은 오는 26일 국무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시행령 개정 사항은 국회 법률 개정 없이 정부 판단으로 추진할 수 있다. 개정이 완료된 이후 조정되는 기준은 내년 1월 1일 이후 양도분부터 적용된다. 현재 상황에서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면하려면 이달 마지막 거래일인 28일의 2거래일 전인 26일까지 주식을 매도해야 한다.
현행 소득세법 및 시행령에 따르면 종목별 보유 금액이 10억원 이상이거나 코스피에 상장된 특정 회사 지분율이 1%(코스닥 2%·코넥스 4%)를 넘으면 대주주로 간주하고, 이들에 대해 일반 투자자와 달리 양도 차익의 최소 2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렇다 보니 연말이면 대주주 지정에 따른 과세를 피하기 위해 고액 투자자들의 주식 매도가 몰리면서 주식시장이 출렁이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졌다.
실제로 신한투자증권이 2017부터 지난해 연말까지 개인들의 매도 비중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개인 매도 비중은 대주주 판정 기준일 5 거래일 전 50%를 하회했으나, 이후 크게 늘어 기준 당일 65%를 웃돌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해 과세기준일 하루 전인 12월 27일에는 개인투자자가 상장주식을 1조5,370억원어치 매도했고, 증시가 호황이던 2021년에는 무려 3조1,587억원을 팔아치우며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기도 했다.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에 대한 엇갈린 평가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증시 변동성이 낮아질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부자 감세’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제도 변경에 따라 국내 증시 고액 투자자들의 직접적인 감세 혜택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매물이 쏟아지는 것을 막으면 일반 소액 투자자의 손실도 줄어들 것이란 입장이다. 기재부는 “이번 조치는 고금리 환경,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 등 자본시장 상황을 고려했다”며 “연말 주식매도에 따른 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등장한 선거용 정책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A 대학교 정치연구소 관계자는 “그간 추경호 경제부총리나 최상목 기재위 장관 후보자 등 정부 주요 인사들이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와 관련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견해를 밝히면서 주식시장 참가자들의 성토가 이어져 왔다”며 “그런 상황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수세에 몰린 정부는 갑작스럽게 정책을 선회했다. 사실상 연말 주식 투자자들의 표심을 겨냥해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증권가에선 이번 한도 상향 조치가 적절하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국내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대주주 기준이 강화됨에 따라 세금을 피하기 위해 연말 주식을 대거 매도하는 꼼수를 쓰는 대주주들이 생겨났고, 이는 결국 주식시장의 불안전성이 심화되는 부작용을 낳았다”며 “양도세 완화 기준을 일정 수준 완화될 경우 연말 증시 왜곡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주식 양도세 과세가 시작된 2020년만 해도 대주주 기준은 지금의 10배인 100억원이었지만, 이후 2013년 50억원, 2016년 25억원, 2018년 15억원을 거쳐 현행 10억원까지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