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고, 다치고’ 안전 사라진 건설 현장, “제도·비용만의 문제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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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작은 사고로 인적·물적 피해 잇따라
건설 업계는 신뢰도 회복 위해 안전 강화 제스처
“현장 관행이 원칙에 앞서는 인식부터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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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업계의 고질적 안전불감증이 도마에 올랐다. 소위 ‘1군’이라 불리는 대형 건설사가 신축한 아파트에서는 올 한 해 부실시공과 관련한 입주민들의 원성이 끊이지 않았으며, 일부 건설 현장에서는 인부들이 중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는 인사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시행 2년을 앞두고 건설사들의 인적·물적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정작 산업안전 강화의 효과는 드러나지 않고 있어 업계의 위기감이 커지는 양상이다.

끊이지 않는 사고로 정부·소비자 신뢰 잃은 건설 업계

2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 중 가장 대규모의 물적 피해로 이어진 사례는 4월 인천 검단 신도시에서 발생한 GS건설 신축 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다. 4월 29일 오후 11시 30분께 발생한 해당 사고는 검단신도시안단테(AA13-2블록) 아파트의 3402동과 3403동 사이에 위치한 지하 주차장 1∼2층 상부 구조물이 무너지며 발생했다.

당시 사고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지하 주차장 2개 층 지붕 구조물 총 970㎡가 파손됐다. 시공사인 GS건설은 공정률 70%를 기록 중이던 17개 동을 모두 철거한 후 전면 재시공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당시 사고 현장을 찾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GS건설과 발주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직접적인 경고의 말을 남겼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가량 지난 5월 7일에는 검단신도시와 멀지 않은 인천 미추홀구에서 사고가 일어났다. 같은 달 입주를 시작한 신축 아파트에서 옹벽이 무너지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다행히 인명사고는 없었으나 단지 내 조경을 비롯한 일부 공용 시설에 피해가 발생했다.

대우건설에서는 철근을 누락한 사례가 적발돼 공분을 샀다. 대우건설은 서울 은평구 불광동 푸르지오 발라드 단지의 기둥과 벽 등 부재 1,443개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한 결과 주차장 기둥 7곳에서 띠철근 누락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띠철근은 건물 하중을 지탱하기 위해 주철근을 감싸 시공되는 철근으로, 대우건설은 누락된 기둥 외부에 철판을 덧대는 방식으로 보강 공사를 진행했다.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로 현장의 인부들이 다치거나 심한 경우 목숨을 잃는 사례도 속출했다. 가장 큰 인명 피해를 낸 건설사는 DL이앤씨로,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모두 7건의 사고에서 8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다. DL이앤씨는 사망 근로자들의 유족에게 배상금과 공식 사과를 전했고, 자체 진상조사 보고서를 시민대책위원회에 전달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간 기업 활동 위축 등을 이유로 들며 중대재해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 각종 제도 완화에 목소리를 높여 왔던 건설 업계는 잇따른 부실 공사와 안전사고 발생으로 숨을 죽이는 모습이다. 심지어 임원진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안전 점검에 나서는 등 안전 강화의 제스처를 보이는 기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건설 현장에서 각종 사고가 속출하면서 업체들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건설업에 대한 정부와 국민들의 신뢰도 회복을 위한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안전관리 비용 늘었지만 사고 감축은 ‘전혀’

문제는 건설사들이 막대한 안전관리비용을 투입하고 있음에도 전혀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시행 1년이 지난 올해 1분기 상위 100대 건설사의 전국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55건으로, 법 시행 1년 전인 2021년 1분기(49건)와 비교해 오히려 증가했다. 심지어 처벌을 피하기 위한 건설사들의 노력이 고스란히 하청 업체들의 부담으로 전가되는 등 갈수록 커지는 안전관리비용 부담은 업계의 손실을 키우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비용의 문제가 아닌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건설업은 이제 제도적 개선보다 실행 역량에 중점을 둬야 하는 시점”이라고 짚으면서 “원론적인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기업이 원칙에 충실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건설 업계에서 원칙보다 관행이 우선시된 만큼 이를 바꾸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렇게 해야 우리 사회가 보다 안전하고 투명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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