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미사일 이전 관여 기업·개인 제재 나선 미국, 우려는 엉뚱한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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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3곳·개인 1명 제재, 항공기 4대 자산 동결
젤렌스키 “세계 평화 위협 독재자에 교훈 남겨야”
동남아 무기 시장 장악한 한국에 우려의 시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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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사진=미국 국무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하는 데 북한에서 개발·생산된 탄도미사일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미국 정부가 북한산 탄도미사일을 러시아로 이전하는 과정에 개입한 러시아 기업 및 개인에 대한 제재에 돌입했다. 국제사회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방산 국가들이 의도치 않게 러시아의 무기 공급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북-러 무기 거래 관여자 제재 위해 모든 수단 동원할 것”

11일(현지 시각)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북한 탄도미사일의 러시아 이전은 러시아의 무력 전쟁을 지원하는 행위이자, 우크라이나 국민들 고통을 더해 글로벌 비확산 체제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강조하며 러시아 기업 3곳과 개인 1명에 대한 제재 조치를 선언했다. 제재 대상에는 △러시아 국영항공사 제224 항공단 △제224 항공단 수장 블라디미르 블라디미로비치 미케이치크 △블라디미로프카 첨단무기 및 연구 단지(VAWARC) △아슈루크 미사일 시험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미 국무부는 이 가운데 제224 항공단이 러시아 공군에서 분리된 상업용 운송 서비스 회사라고 설명하며 해당 항공사의 화물기 2대가 지난해 11월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미사일 관련 부속 화물을 운송하는 데 동원됐다고 밝혔다. VAWARC 또한 비슷한 시기 북한 탄도미사일의 러시아 이전 및 시험에 동원된 시설, 비행장, 미사일 시험장 등을 제공했다는 전언이다.

이들 기업 및 개인에 대한 제재와 별개로 미 국무부는 러시아군 수송항공사령부(VTA) 소유 4대의 항공기에 대해서도 자산 동결 조치를 시행할 방침이다. 문제가 된 항공기들 역시 지난해 11월과 12월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부속 화물을 이전하는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우리는 러시아가 무기를 들여오는 데 대한 대가로 북한에 제공하는 각종 지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에 연관된 단체와 개인을 철저히 추적하고 제재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보다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않겠다”고 추가 제재 가능성 또한 시사했다. 앞서 4일 미국 백악관은 “러시아가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걸쳐 북한으로부터 수십 발의 탄도미사일을 건네받았으며, 그중 일부는 이미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됐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의 무기 수출 차단, 한국에도 독 되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11일 에스토니아를 방문해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100만 발이 넘는 탄약을 공급받았다”며 무기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러시아의 행보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우크라이나는 미사일과 드론 공습에 맞설 방공 시스템이 턱없이 부족한데, 최근 러시아가 북한에 이어 이란과도 미사일 거래를 위한 협상에 들어가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들이 침략으로 야기한 모든 범죄와 파괴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며 “러시아가 경제적 책임을 지게 된다면,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다른 독재자들에게도 중요한 교훈을 남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한국을 비롯한 방산 수출국들이 시장 개척이라는 큰 기회와 함께 의도치 않게 러시아의 무기 공급국이 될 위기에 놓여있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오랜 시간 최대 무기 공급원이던 러시아가 수출을 차단하고 도리어 수입을 확대하면서 무기 거래의 흐름이 방향을 바꾸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국은 동남아 일대 국가들의 최대 무기 공급원이 됐으며, 토착 방위산업이 없는 동남아 국가들에 우리 기술을 적극적으로 전파 중이다. 문제는 동남아시아에 판매·전수된 우리 무기와 기술이 언제든 러시아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가 갈수록 수위를 높이면서 러시아의 무기 제작에 필수적인 첨단 기술 접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우려에 무게를 싣는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가 동남아 지역 최대 무기 공급원이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그 지위를 한국에 뺏겼다”고 진단하며 “적어도 지금까지의 최대 승자는 한국”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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