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유치원 폐원 문제 ‘심각’, 서울에서만 하루에 한 곳 문 닫았다
‘영유아 교육 인프라 공급 진단’ 보고서
돌봄 시설 폐원-인구 소멸 악순환 예상
정부·지자체 재정 및 보조인력 지원 움직임
전국 어린이집 및 유치원의 폐원율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6세 미만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며 돌봄 시설의 폐원을 앞당기는 가운데, 정부와 전국 지자체는 저마다 대책 마련에 돌입한 상태다. 영유아 교육 인프라 취약 지역의 경우 인근 초등학교나 행정복지센터의 유휴 시설을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2026년 0세 인구 20만 명 하회 예상
30일 육아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 어린이집은 3만923곳으로 4년 전인 2018년(3만9,171곳)과 비교해 21.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유치원 또한 9,021곳에서 8,562곳으로 5.1% 줄었다. 신생아 수와 영유아 수가 급감한 데 따른 여파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육아정책연구소는 향후 심각한 저출산 상황이 이어지면서 문을 닫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연구진은 ‘저출생 시대 어린이집·유치원 인프라 공급 진단’ 보고서에서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저위 추계)를 기반으로 취원율과 정원 충족률이 동일하게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향후 어린이집과 유치원 수를 예측했다. 연구 결과 2022년 3만9,000여 곳 수준이던 전국 어린이집·유치원 수는 오는 2028년 2만6,637곳으로 약 31% 줄어들 전망이다. 6년 사이 10곳 중 3곳이 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문을 닫는다는 의미다.
갈수록 줄어드는 영유아 인구 추계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보탠다. 통계청 인구 저위 추계에 따르면 2024년 1,897,480명 수준인 영유아(0~6세) 인구는 2026년에는 1,632,100명 수준으로 줄어들며, 2028년에는 1,503,934명까지 감소한다. 특히 0세 인구는 2026년 20만 명을 밑돌며 저점을 찍을 것으로 추산됐다.
육아정책연구소는 “낮은 정원 충족률로 힘겹게 운영을 이어가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많은 탓에 앞으로 기관 폐원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내다보며 “영유아 인구가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는 읍·면 지역에서는 어린이집 및 유치원이 폐원할 가능성이 높아 해당 지역의 인구 소멸을 가속하는 등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초등학교나 행정복지센터 내 유휴 공간을 개조하고, 여기에 보육교사를 파견하는 등 취약지역 영유아 돌봄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지자체, 적극적 지원으로 돌봄 시설 폐원 막는 데 총력
갈수록 늘어나는 영유아 돌봄 시설 폐원은 서울시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의 조사에 의하면 서울 시내 동마다 평균 14개씩 있던 어린이집은 2018년 이후 하루에 한 곳 꼴로 문을 닫으며 현재 10.5개로 급감했다. 이 기간 서울시 내 어린이집 평균 정원 충족률도 86.2%에서 72.7%로 감소했다.
운영난을 이유로 폐원을 검토하는 곳이 늘자 서울시에서는 일부 어린이집을 ‘동행어린이집’으로 지정하는 등 문을 닫을 위기에 놓인 어린이집을 지원하기도 했다. 맞벌이 가정 등 영유아 보육이 절실한 가정의 경우 인근 어린이집이 문을 닫으면 멀리 이동해야 하는 불편이 생기는 등 보육 인프라가 무너지면 저출생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동행어린이집으로 지정되면 재정 및 환경개선, 보조 인력 등을 지원받게 된다.
서울시는 이같은 재정적·인적 지원을 통해 보육교사 등 영유아 돌봄 업무 종사자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보육 품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저출생으로 폐원하는 어린이집이 늘면서 지역 내 보육 인프라 유지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영유아 수가 감소하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꾸준히 양질의 보육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전개된다. 대다수가 아파트 단지 내에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특징에도 높은 폐원율을 기록한 민간·가정 어린이집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문을 닫는 일이 없게 하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육아정책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민간 어린이집은 2018년 1만3,518곳에서 2022년 9,726곳으로 28.1% 줄었으며, 같은 기간 가정 어린이집은 1만8,651곳에서 1만2,109곳으로 35.1% 급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의 주도로 전개되는 영유아 돌봄 지원은 2세 이하의 영아에 집중됐다. 민간·가정 어린이집의 영아반 현원이 정원의 50% 이상인 경우에 한해 부족한 인원당 0살은 월 62만9,000원, 1살은 34만2,000원, 2살은 23만2,000원의 기관 보육료를 해당 어린이집에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민간·가정 어린이집은 국공립 시설과 달리 보육교사 인건비를 보육료(부모보육료+기관보육료)만으로 충당하는데, 소규모 어린이집의 경우 아동이 1명만 부족해도 교사 임금 지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쉽게 폐원 위기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막대한 예산 투입이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이와 같은 정부의 적극적 지원 외에는 영유아 교육 인프라를 유지할 방도가 없다는 데는 사회적 의견이 일치해 한동안 돌봄 시설에 대한 대규모 자금 지원은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