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토지거래 허가구역 재정비에 상업용지 규제 해제 가시화했지만, “아파트만은 예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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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거래 침체에 칼 빼든 서울시, 토지거래 허가제 실효성 검토 나섰다
상업용지 규제 해제가 중점, "과도한 규제 시정하겠다"
아파트 규제 해제는 '일축', "섣불리 풀었다간 쏠림 현상 나타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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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토지거래 허가구역 제도 실효성 검토에 나섰다. 심의 기간을 다양화하거나 소위원회를 만드는 등 제도를 보다 유연화하겠단 취지다. 이에 따라 서울 내에서 토지거래 허가 규제를 받지 않는 구역이 추가로 생겨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아파트에 대한 규제는 여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투기의 대부분이 아파트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아파트에 대한 토지거래 허가구역 해제는 위험 부담이 높기 때문이다.

토지거래 허가제 재정비, 규제 해제 기대감 ↑

4일 서울시는 ‘2024년 부동산 시장 관리 효율화 추진 계획’ 수립 사실을 알렸다. 부동산 거래가 침체하고 시장이 내림세로 전환하자 새로운 계획을 마련한 것이다. 이 중 하나가 토지거래 허가구역 제도 실효성 강화다. 토지거래 허가구역은 일정 규모 이상 부동산을 거래할 때 관할 시장, 군수, 구청장 허가를 받도록 한 제도로, 시장 과열 우려가 있는 지역 내 투기를 사전 차단하고자 시행됐다. 토지거래 허가구역 내에선 실거주 목적으로만 매매를 할 수 있기에 전세를 끼고 사는 이른바 갭투자는 아예 불가능하게 된다.

현재 서울에 지정된 토지거래 허가구역 면적은 총 55.85㎢이며,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추진되는 곳은 대부분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다. 한 번 구역에 지정되면 1년마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재지정 여부를 검토한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1년 단위로 심의했는데 필요하다면 3개월이나 6개월 단위로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주민 불편을 줄이고 제도를 유연하게 운영하는 방법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4월엔 강남구 압구정·영등포구 여의도·양천구 목동·성동구 성수동 일대에 대한 토지거래 허가구역 재지정 여부 심의가 예정돼 있다. 이곳엔 재건축·재개발 사업지가 몰려 있어 재지정이 유력한 상황이지만, 서울시는 정비사업이 추진되지 않는 지역에 규제가 과도하게 적용되는 건 아닌지 자세히 살피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일각에선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 일대 국제교류복합지구에 속한 아파트 단지가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해당 지역들은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인해 정비사업이 이뤄지지 않는데도 아파트를 매매하기 위해 구청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불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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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토지거래 허가구역 현황/사진=서울시

상업용지 규제 해제에도, “아파트는 예외”

서울시가 토지거래 허가구역 재정비에 나선 건 지난해부터다. 서울시는 우선 공공재개발 후보지와 신속통합기획 예정지 등에 대해선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을 연장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공공재개발 후보지는 8개소(12만7,126㎡)가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됐으며, 신통기획 재건축·재개발 예정지는 10곳이 1년 연장됐다. 신통기획 재개발 예정지인 중랑구 면목동 172-1번지 일대의 경우 기존 4만7,915㎡에서 4만7,798㎡로 면적을 변경해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을 연장했다. 재지정 및 연장을 통해 사업 안정성 및 실효성을 제고하겠단 취지다.

불필요하게 묶인 상업용지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규제를 풀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강남·송파구 지역 규제 일부가 해제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당시 서울시는 잠실·청담·삼성·대치동 일대 14.4㎢ 구간에서 따로 허가를 받지 않고도 부동산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로써 해당 지역에선 상가와 오피스텔은 물론 단독·연립·다가구·다세대 주택(빌라)을 매매할 때 허가가 필요 없게 됐다. 투자 용도로 해당 부동산을 매수할 수 있게 됐단 의미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해당 지역은 외국인이 토지거래 허가를 받아 부동산을 취득한 사례가 거의 없고 투기나 특이동향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특이 동향이 발생하면 허가구역 지정 여부를 적극 검토할 수 있겠으나, 현재로서는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라고 전했다.

다만 아파트에 대해선 여전히 강력한 규제를 이어나가겠단 입장이다. 실제 강남·송파구 지역 규제가 해제될 시점에도 아파트만은 예외로 뒀다. 부동산 투기의 대부분이 아파트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아파트를 포함한 토지거래 허가구역 해제는 오히려 자충수로 작용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또한 이 같은 결정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금리에 영향을 많이 받는 데다 빌라·연립 등은 선호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수요가 많이 붙지 않을 테지만, 아파트 시장은 상황이 다르다”라며 “재건축 이슈가 많고 수요자들도 똘똘한 지역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어 한꺼번에 확 풀었다간 쏠림과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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