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없이도 행복하다” 혼인 기피하는 청년층, 초혼 연령 급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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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 건수 '반짝 상승' 후 하락세, 초혼 연령은 역대 최고치
결혼장려금·세액공제 등 정부 지원도 소용없다
'결혼 외' 길 찾아가는 청년들, 어디까지가 가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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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초혼 고령화’ 현상이 점차 심화하고 있다. 초혼 적령기인 20~30대의 절대적 인구가 꾸준히 감소하는 한편, 결혼을 기피·연기하는 청년들이 늘며 혼인 시기가 점차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및 지자체의 결혼 장려 정책이 좀처럼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한국이 고정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맞이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흘러나온다.

줄어드는 청년들, 늦어지는 초혼

1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4,000건으로 전년 대비 1%(2,000건)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억눌렸던 결혼 수요가 사태 종식과 함께 폭발하며 일시적인 증가세가 나타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팬데믹 혼인’ 수요가 지난해 상반기 중에 정리됐다고 본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 전년 대비 혼인 건수는 7월(-5.3%), 8월(-7.0%), 9월(-12.3%), 11월(-4.4%), 12월(-11.6%) 등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였다.

남녀의 평균 초혼 연령은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 34.0세, 여자 31.5세로 1년 전보다 각각 0.3세, 0.2세 상승했다. 10년 전(남자 32.2세·여자 29.6세)과 비교하면 남자는 1.8세, 여자는 1.9세 많아진 수준이다. 남자의 연령별 혼인 건수는 30대 초반이 7만 건으로 36.3%를 차지했으며, 이어 30대 후반(3만7,000건) 19.2%, 20대 후반(3만5,000건) 17.9% 순이었다. 여자는 30대 초반이 6만8,000건으로 35.1%를 차지했고, 이어 20대 후반(5만6,000건) 28.8%, 30대 후반(2만6,000건) 13.2% 순으로 많았다.

차후 혼인 건수는 점진적인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초혼 적령기인 20~30대 인구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20대 인구는 전년 대비 19만 명 감소한 654만 명, 30대 인구는 전년 대비 1만 명가량 감소한 686만 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30대 인구의 경우 10년 전인 2013년 12월(801만5,414명) 대비 14.41% 급감하며 근본적인 인구 구조 변화를 견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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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자체의 혼인 장려 정책

혼인 제도가 청년층의 외면을 받는 가운데, 정부와 각 지자체는 청년층의 결혼을 장려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혼인 감소는 사실상 저출산 현상 심화 및 인구 위기의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우선 경상북도의 경우, 중소기업 미혼 청년 노동자를 대상으로 ‘청년 근로자 사랑 채움 사업’ 참여 대상자를 모집하고 있다. ‘청년 근로자 사랑 채움 사업’은 청년이 2년 동안 한 달에 15만원씩 총 360만원을 저축할 경우, 경상북도와 시군이 700만원(약 5,200달러)을 추가 적립해 주는 결혼자금 지원 사업이다.

대전시는 2025년부터 2026년까지 1조567억원(약 8억 달러)을 투입, ‘청년 신혼부부가 살기 좋은 하니(HONEY) 대전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다.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대전시는 혼인 신고 전 일정 기간 이상 대전에 거주한 만 19∼39세 이하 초혼 부부에게 각각 250만원씩, 가구당 최대 500만원의 결혼 장려금을 지원한다. 아울러 초혼 부부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2030년까지 청년주택 2만 호를 공급하고, △행복주택 임대료 감면 사업 ‘아이플러스’ △전세자금·주택구매 대출이자 지원 사업 등 각종 주거 지원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2023 세법 개정안’에 결혼 시 최대 3억원까지 증여세를 공제하는 법안을 포함했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부모 각각 5,000만원까지 증여세를 면제받을 수 있지만,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혼인신고일 전·후 2년 이내로 각각 2억원(부모 합산)의 증여세 면제 혜택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증여세 없이 지원받을 수 있는 금액이 총 3억원(약 22만 달러)까지 늘어나는 것이다. 이는 증여세 부담 경감을 통해 청년층이 맞닥뜨린 ‘결혼 비용 장벽’을 일부 낮추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해답은 ‘새로운 형태’의 가족?

문제는 이 같은 정부·지자체 지원이 이렇다 할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쏟아지는 지원책에도 불구, 청년층의 결혼에 대한 인식은 꾸준히 악화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3’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결혼에 대한 태도 조사에서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 또는 ‘하는 것이 좋다’고 대답한 여성은 20대 27.5%, 30대 31.8%에 그쳤다. 2008년에만 해도 70%에 육박했던 남성 청년 응답률 역시 20대 41.9%, 30대 48.7%로 미끄러졌다.

반면 20~30대의 독신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2015년 39.1%에서 2020년 47.7%로, 동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2015년 25.9%에서 2020년 40.6%로 눈에 띄게 개선됐다. 청년층 사이에서 ‘결혼’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인식이 형성된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한국 사회가 혼인 제도 외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받아들일 때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외의 사례를 참고해 ‘등록 동거혼’ 제도 도입 등을 검토, 가정 형성의 장벽 자체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등록 동거혼’은 동거하는 남녀를 가족으로 인정해 법적·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로, 프랑스가 1999년 민법에 포함한 시민연대계약(PACS:팍스)을 참고해 만들어졌다. 동거혼이 보편화한 프랑스에서는 등록 동거혼 신고 건수(2022년 기준 17만389건)가 혼인 신고(15만4,581건) 건수를 뛰어넘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비혼 출산율도 자그마치 60%에 육박한다. 가정 형성 부담이 적은 동거혼 제도 하에서 수많은 가족이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에서도 이 같은 동거혼 제도 도입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당장 동거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기는 어렵지만, 점진적인 인식·제도 개선을 통해 청년층이 보다 부담 없이 가정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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