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이차전지 R&D’ 투자 본격화, 전고체·나트륨 전지 등 핵심기술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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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고성능 차세대 배터리 기술개발 사업' 공고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사업에 관심
국내 기업들 해외 생산 비중 높아, 실효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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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오창공장 직원들이 전고체 배터리를 소개하고 있다/사진=LG에너지솔루션

정부가 올해 전고체 배터리를 비롯한 차세대 배터리 연구개발(R&D) 투자를 본격화한다. 가격, 에너지밀도, 안정성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상용화 기술을 확보해 초기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정부, 차세대 배터리 연구개발에 대규모 투자

10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친환경 모빌리티용 고성능 차세대 배터리 기술개발 사업’ 제안요청서(RFP)를 공고했다. △전고체배터리 △리튬메탈배터리 △리튬황배터리 상용화와 관련해 400Wh/kg급 배터리 제조 관련 기술 전반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400Wh/kg급은 현재 상용화한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가 약 40% 높은 수준이다. 해당 사업에는 올해부터 2028년까지 총 1,173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번 사업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들 기업은 중견·중소 기업, 대학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과제 수주를 위한 물밑 경쟁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다수 대기업이 컨소시엄 구성에 나서 대기업이 직접 과제를 주관하거나 수요기업 형태로 참여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 4월엔 ‘저가격·장수명 나트륨 이차전지 핵심소재 및 셀 제조 기술개발사업’을 공고한 바 있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 총 300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현재 주류를 차지하는 리튬이온배터리를 대체할 나트륨이온배터리 상용화 기술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나트륨이온배터리는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상업화를 시도하고 있는 차세대 배터리로 에너지 밀도가 낮지만 화학적 안정성이 높다.

산업부는 앞서 진행한 배터리 사업 등 성과 분석을 통해 사업 기획을 지속하고 투자 규모도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진행 중인 ‘리튬기반 차세대 배터리 성능 고도화 및 제조기술 개발(’20~’24, 288억원), 기판실장용 산화물계 초소형 적층세라믹고체전지 개발(’23~’26, 174억원) 등을 포함하면 배터리 R&D 투자규모는 2,000억원이 넘는다.

전기차 캐즘에도 ‘차세대 배터리’ 시장 높은 성장률

현재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는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세대 배터리는 타 산업 대비 여전히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이차전지 팩 가격이 2028년부터 100달러대 아래로 떨어지면 내연기관 자동차와 가격이 비슷해지기 때문에 전기차 시장이 더 성장할 가능성도 높다. 현재 국내 이차전지 3사가 수주한 배터리 규모만 1,200조원으로 전년 대비 15배에 달하기 때문에 증설 투자 및 R&D가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22년 11월, 2030년까지 1조원 이상 R&D 투자로 기술격차를 벌리겠다는 내용의 ‘배터리 산업 혁신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주요 R&D 방향으로 △삼원계 기술의 성능 극대화 △LFP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고체·리튬황 등 유망 기술개발 △탄소저감 공정, 사용후배터리 등 기술개발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정부는 차세대 이차전지 기술개발을 위해 ‘친환경 이동수단용 이차전지 기술개발 사업’을 지난해 국가전략기술 프로젝트로 선정했으며 패스트트랙으로 예타가 통과됐다. 해당 사업은 △전기차용 고안정성 황화물계 전고체 이차전지 △전기차용 황화물계 전고체 이차전지 △도심항공용 초경량 리튬황 이차전지 개발을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올 7월부터 2028년까지 총 1,172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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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차전지 제조기업의 해외생산 비중 증가, 정책 성과로 이어질까

다만 일각에서는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최근 이차전지 제조기업의 해외생산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국내 투자 둔화 및 기술·인재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지난달 6일 기획재정부의 ‘해외 직접 투자 동향’을 보면, 지난해 해외직접투자(FDI)액은 633억8,000만 달러(약 87조원)로 집계됐다. 5년 전만 해도 500억 달러대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최근 해외직접투자가 크게 불어난 셈이다. 해외직접투자는 외국에 영업소를 설치하거나 외국법인의 주식 10% 이상을 취득한 경우 등이다.

해외직접투자 급증은 국내 반도체·자동차·이차전지 대기업들이 북미에 핵심 공급망을 구축해야 보조금을 주는 미국의 정책(인플레이션감축법, 반도체지원법 등)에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음을 방증한다. 지난해 한국 해외직접투자액이 가장 많이 몰린 국가도 미국(277억2,000만 달러·약 38조원)이다.

이 같은 해외직접투자 증가는 수출액 감소로 직결된다. 지난해 이차전지 수출액은 98억3,000만 달러(약 13조5,000억원)로 전년 대비 1.5% 감소했다. 2015년 이후 첫 감소세 탓에 이차전지 산업 위기론이 퍼지기도 했다. 문제는 국외 생산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와 이차전지 3사 등은 미국을 중심으로 국외 공장 신설 계획을 줄줄이 발표한 상태다. 물론 국내 기업이 국외에 현지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자국 위주 산업정책 시대가 열리면서 통상 압박 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투자 둔화와 기술·인재유출, 외국의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투자 위험 등을 비춰볼 때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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