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미국의 반도체 산업 리더십 지키기
미국, 칩스법 도입에도 반도체 산업 위기의식 여전
설비 구축 지연, 기상 재해, 중국 도전 등이 산업 내 지위 위협
동아시아 국가와의 협력 통한 공급망 안정화 필수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반도체 제조 부문 육성과 해외 의존도 최소화를 위해 미 정부가 도입한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칩스법)에도 불구하고 미국 반도체 산업이 다수의 문제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자금난과 공급망 붕괴, 중국과의 지정학적 갈등을 포함한 당면 과제 해결은 미국 경제와 국가 안보는 물론 반도체의 연관 산업의 파급력을 감안할 때 글로벌 경제에도 중요한 사안으로 판단된다. 중장기적 관점의 정책 지원과 전문 인력 양성,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다자간 협력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다.
美, 반도체 제조 부문 육성에 599조원 투입
반도체 산업이 가전, 방위, 자동차 등을 포함한 현대 기술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미국 반도체 제조 부문의 미흡한 규모와 과도한 해외 의존은 국가적 우려의 대상으로 자리해 왔다. 설계와 라이선싱에 주력한 미국 반도체 산업 구조는 올해 글로벌 반도체 매출 점유율 46%, 제조 점유율 12%라는 불균형을 낳았고 위기의식을 느낀 미 정부는 2022년 칩스법을 도입해 2032년까지 반도체 제조 부문을 200% 성장시킨다는 계획을 가동시켰다.
미국 반도체 산업협회(Semiconductor Industry Association)에 따르면 칩스법을 통해 지금까지 4,500억 달러(약 599조원)의 민간 자금이 반도체 산업에 투입돼 56,000개의 일자리와 25개 주에 걸쳐 83개의 반도체 관련 프로젝트를 창출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미국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위기의식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업체 자금난·해외 의존·중국 도전 등 과제 산적
먼저 천문학적 자금 투입에도 반도체 산업 내 다수의 중소기업이 연구개발 및 생산 설비 구축을 위한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애리조나주의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 공장과 오하이오주의 인텔(Intel) 설비 건설은 전문 인력 부족과 시장 상황 악화, 과도한 정부 보조금 의존으로 연기되기도 했다.
또한 글로벌 수요 과잉으로 인한 공급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상 기후로 인한 재난 위협까지 더해 공급망 문제를 한층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미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반도체 공장들은 산불과 가뭄 등 극심한 기상 조건에 시달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미국 마이크로칩 제조업 점유율(11%)이 말해주듯 동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과도한 공급 의존 역시 미 국가안보와 공급망을 위협할 수 있는 중대 이슈로 거론된다.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지정학적 갈등과 무역 규제, 역내 불안정 등이 곧바로 미국 반도체 공급망을 악화시켜 자동차부터 방위 산업에 걸친 전방위적 생산 차질로 연결될 수 있어서다.
반도체 산업 헤게모니를 장악하고자 하는 중국의 도전 역시 미국의 산업 내 지위를 위협하는 핵심 변수다. 중국이 ‘중국제조 2025’(中國製造2025) 프로젝트를 통해 내년까지 반도체 생산의 70%를 국산화한다는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자국 기술과 부품에 대한 수출 규제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 있지만, 2023년 북미 지역 반도체 생산 장비 시장이 121억 달러(약 16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반면, 중국 시장은 366억 달러(약 48조6,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중국의 잠재력은 위협적이다. 2023년 31%였던 반도체 국산화율도 2027년 39%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문 인력 육성 및 재정 지원, 동아시아 국가와의 협력 통해 풀어가야
이 같은 위협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대응은 먼저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중장기적 정책 목표의 수립과 실천으로 요약된다. 특히 미국 내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 과정의 강화와 이민법 개정을 통한 숙련 기술 인력 수급 문제 해결이 산업 내 혁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 요소로 판단된다. 아울러 반도체 설비 구축과 기후 재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재정 지원도 시급하다.
외교적으로는 글로벌 반도체 제조 부문을 주도하는 한국, 대만, 일본과의 긴밀한 경제 및 안보 협력을 통해 공급망 안정화와 기술 혁신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엔비디아(Nvidia) 첨단 마이크로칩의 90%를 생산할 정도로 시장지배력을 인정받는 대만의 전략적 중요성을 고려한 외교 안보 정책이 반드시 실천돼야 한다.
원문의 저자는 하루카 사타케(Haruka Satake) 존스홉킨스대학교(Johns Hopkins University) 라이샤워 동아시아학센터(Reischauer Center for East Asian Studies) 연구원입니다. 영어 원문은 Securing the US semiconductor sector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