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조직화·딥페이크 활용 등 진화하는 몸캠 피싱 범죄, 가해자 검거율 ‘26%→8%’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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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캠 피싱 범죄 검거율 급감, "해외서 조직적으로 활동해 검거 어려워"
여러 국가서 분산적으로 활동하는 가해자들, '일망타진'은 사실상 불가능
몸캠 피싱에 딥페이크 악용, SNS서 사진 확보해 거짓 음란 영상물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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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 화상 채팅을 유도해 이를 녹화한 뒤 영상을 유포하지 않는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는 ‘몸캠 피싱’ 범죄 검거율이 최근 5년간 크게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범죄 조직이 해외 서버를 이용해 다국적 활동을 벌이는 탓에 수사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게 경찰 측의 설명이다.

몸캠 피싱 사건 증가세인데 검거율은 ‘뚝뚝’

9일 경찰청 사이버 금융범죄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에 접수된 몸캠 피싱 사건은 3,545건으로 집계됐다. 몸캠 피싱 사건은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였다. 지난 2018년엔 1,848건에 불과했지만 2020년 2,583건, 2021년 3,026건, 2022년 4,313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엔 3,545건으로 다소 줄긴 했지만, 이 역시 2019년과 비교하면 거의 2배 늘어난 수준이다.

반면 몸캠 피싱 범죄의 검거율은 거듭 하락하고 있다. 2019년 검거율은 26% 수준이었으나 2020년 20%, 2021년 23%로 내려간 뒤 2022년 10%로 급감했고 지난해엔 8%까지 떨어졌다. 최근 5년간 검거율이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한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범죄 조직 대부분이 해외에서 현지 서버를 이용해 움직이고 있다”며 “해외 범죄 조직을 잡으려면 현지 수사 당국에 납득할 만한 증거를 보여주며 공조 수사를 설득해야 하는데, 해외 서버는 증거 수집이 어려워 공조 수사가 시작되기까지 넘어야 할 벽이 많다. 검거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해외서 몸캠 피싱 수사 본격화 수순

다만 최근 들어선 긍정적인 소식도 하나둘 들려오고 있다. 해외에서 몸캠 피싱 관련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단 게 대표적이다. 외신에 따르면 앞서 미국 경찰은 몸캠 피싱으로 청소년 피해자를 죽음으로 몰고 간 나이지리아 출신의 사무엘 오고시과 삼손 오고시 형제를 검거, 송치했다. 이들 형제는 피해자에게 접근해 성적인 사진을 받아낸 후 수백 달러를 요구하며 협박을 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피해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두 형제는 미 재판부로부터 징역 17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해당 사례처럼 몸캠 피싱 가해자가 강력히 처벌되는 사례가 늘면 해외에 포진돼 있는 관련 범죄 조직의 힘이 약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사가 본격화할수록 한국 경찰과의 공조가 활발히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몸캠 피싱 가해자를 향한 수사망이 점차 좁혀질 수 있단 것이다.

문제는 몸캠 피싱 범죄 조직이 여러 국가나 지역에서 분산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탓에 일망타진이 거의 불가능하단 점이다. 일례로 지난 2020년 우리 경찰이 중국 공안과 협력해 항저우, 다롄 등에 근거지를 꾸린 몸캠 피싱 등 범죄 조직 구성원 8명을 검거한 바 있으나, 해당 조직은 여전히 건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후 지난 3월 조직원 29명, 지난달 26일 총책 4명 등을 추가로 검거했지만, 아직도 범죄 조직을 완전히 소탕하진 못했다. 몸캠 피싱 범죄 조직 수사를 진행해 왔다는 충남경찰청 관계자는 “조직 규모 자체가 큰데 이들이 여러 지역에 분산돼 있다 보니 한 번에 여러 명을 검거해도 남은 조직원들이 새로운 조직원을 채용해 범행을 이어간다”며 “해외 피싱 범죄 조직은 생존력이 거의 바퀴벌레 수준”이라고 어려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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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몸캠 피싱, 딥페이크 기술 활용하기도

이렇다 보니 일부 전문가는 몸캠 피싱 피해 방지를 위해선 스스로 조심하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한다. 보안 수칙을 준수하고 만남 등을 내세운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등 범죄자가 침투할 만한 상황 자체를 주지 말아야 한단 것이다.

다만 최근엔 이 같은 사전 방지책도 제 역할을 못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몸캠 피싱 범죄 방식이 기술적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눈에 띄는 건 딥페이크(deep fake) 기술의 활용이다. 이에 대해 몸캠 피싱 대응기업 디포렌식코리아의 김현걸 대표는 “몸캠 과정에서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며 “SNS로 접근하는 수법을 활용하면 쉽게 피해자 사진을 확보할 수 있다. 앞으로 몸캠에 딥페이크가 악용되는 사례가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딥페이크는 AI를 활용해 동영상에 사진을 합성하는 기술로, 몸캠 피싱범들이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하면 피해자의 SNS 계정에서 확보한 사진을 통해 손쉽게 음란 영상물을 제작할 수 있다. ‘몸캠을 촬영하는 데 피해자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몸캠 피싱 범죄의 기본적인 전제가 사라질 수 있단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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