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공급과잉’ 중국산 후판 반덤핑 조사 착수, 저가공세 밀어내기 끝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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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생산 中 철강업체들, '저가 수출 밀어내기' 양상
현대제철, 지난 7월 중국 후판업체 상대로 제소
산업부, 현대제철 '반덤핑 제소' 수용해 조사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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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당진제철소 후판 생산 모습/사진=현대제철

정부가 중국산 후판제품 덤핑으로 인한 국내 산업 피해 조사에 나섰다. 중국이 자국 내 과잉생산 제품을 저가수출로 대거 밀어내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그간 국내 업계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저가 수출 탓에 국내 기업들이 정상적 영업을 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지속적으로 쌓여왔다. 국내에서 후판을 생산하는 기업은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3곳으로 이 중 현대제철의 경우 후판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15%에 달해 타격이 큰 상황이다.

정부, 中 후판 반덤핑 의혹 조사

4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현대제철의 요청을 수용해 중국의 샤강 등 주요 후판 생산업체들을 대상으로 덤핑 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 공급자는 △샤강 △시노 코모더티 △호와 트레이딩 △Xisc △샤먼 ITG AI 클라우드솔루션 등 중국 업체 5개사다. 국내 산업 피해 조사는 국내 생산업자, 수입자, 수요자, 유통업자, 해외공급자 등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이번 반덤핑 조사는 최장 1년가량 실시될 전망이다. 이날부터 3개월 이내 예비조사를 하고, 본조사는 예비조사 결과 제출 후 3개월 동안 진행한다. 예비조사는 2개월, 본조사는 4개월 연장될 수 있다.

앞서 현대제철은 지난 7월 중국의 저가 후판 수출로 인해 국내 시장이 큰 피해를 입었다며 산업부에 반덤핑 제소를 제기했다. 중국 철강업체들이 자국 부동산 경기 침체로 내수 시장에서 철강 수요가 감소하자, 남는 물량을 저가 수출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피해가 막심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한국무역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철강 순수출액은 341억 달러(약 45조6,000억원)로, 2014년 최고 기록에 근접했다.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도 873만 톤으로, 전년 대비 29.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산 저가 수입 확대로 국내 시장 혼란

특히 후판의 경우 2022년만 해도 전체 수입량 169만2,000톤 중 중국산은 64만7,000톤 (38.2%)에 그쳤다. 일본산이 102만1,000톤으로 1위를 기록했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전체 수입량이 199만 톤으로 늘었는데, 이 가운데 중국산이 무려 112만 톤(56.2%)으로 급증하며 수입을 견인했다. 일본산은 86만4,000톤(43.4%)으로 되레 줄어들었다.

더욱이 국내 후판 유통가는 톤당 약 100만원대지만 중국에서 수입하는 물량은 80만원 후반대로 10%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이와 관련해 한 철강기업 임원은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후려치면 국내 수요가 중국산에 몰릴 수밖에 없다”며 “국내 가격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산 수입 물량은 올해 들어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8월 기준 중국의 후판 수출은 950만 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월보다 21.3% 늘어난 것으로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이에 현대제철은 당분간 중국 철강재 수출은 열연, 후판 중심으로 지속해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중국 열연, 후판은 공급과잉 심화에도 불구하고 상당 규모로 신규 설비를 가동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열연은 오는 2028년까지 3,370만 톤, 후판은 향후 2~3년 내로 2,170만 톤가량을 생산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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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세아제강 탄소저감 후판 공동평가 모습/사진=현대제철

포스코·동국제강은 제소에 ‘신중’, 中 보복 가능성 감안해야

한편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수익성에 직격탄을 맞은 철강업체 입장에선 반덤핑 제소에 즉각 발 벗고 나설 법도 하지만, 국내 후판 생산 철강 3사(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가운데 현대제철만 반덤핑 제소에 나선 데는 복잡한 사정이 얽혀있다.

우선 중국산 후판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철강사들의 이익과 관련 고해객사의 반발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고객사는 조선사다. 조선용 후판은 철강사 후판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조선사 입장에서도 후판 값이 선박 건조 비용의 20~30%를 차지해 매년 2회씩 후판 가격 협상이 벌어질 만큼 민감한 품목이다. 그러나 애초에 조선용 후판은 관세 대상이 아니어서 반덤핑 관세가 부과돼도 실익이 크지 않다.

여기에 중국과 갈등을 빚었을 때 초래될 수 있는 무역 보복 등 대외적인 요건도 반덤핑 제소를 쉽사리 결정할 수 없는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로 중국 상무부는 미국·유럽연햡(EU)의 대중국 관세 조치에 대응해 반덤핑 조사를 실시하는 등 무역 보복 조치 강도를 강화하는 중이다. 이와 관련해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업계 모두가 중국산 저가 후판에 대한 제재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자칫 중국과 무역 갈등에 앞장서는 모양새를 만들 수 있어 반덤핑 제소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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