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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랜딩(Rebranding)의 명암 - SIAI는 정말 한국에서 실패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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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months
Real name
Keith Lee
Bio
Head of GIAI Korea
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

수정

지난 글 2개(#1, #2)에서 밝힌대로, 지난 2년 남짓 동안 조직의 글로벌화를 위한 리브랜딩에 굉장히 많은 시간과 자원을 낭비했다. 한국 시장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 전체를 버리는 결정이 그 중 가장 내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선택인데,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은 바로 아래 2개의 글로 요약된 내부 보고서다.

한 줄 요약하면, SIAI로 가르쳐보니 한국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만들어 내기가 어려운 걸로 보이고, 수익은 안 나오는데 비용만 많이드니,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한국 시장을 버리자는 것이다.

아쉬움이 남아서 지난 2년간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외쳐봤지만, 모두 후회가 남는 선택들이다. 그들의 설명대로, SIAI는 한국에서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대로 SIAI가 한국에서 완전히 실패했다고 평가한다면, 동의하기가 좀 어렵다.

SIAI의 한국 도전과 성공과 실패

우선 SIAI가 한국에서 성공했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SIAI의 설립 목적은 고급 AI/Data Science 교육을 통해 글로벌 수준의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다. 이 도전에 80명이 채 안 되는 한국인이 왔다가 현재까지 고작 10명 내외, 아마 앞으로 1-2년 더 졸업 지원을 해 준다고 해도 최대 20명이 안 되는 인력만 졸업장을 받아갈 것이다.

5년간 시간을 써서 겨우 20명 밖에 못 길러낸 현실을 숫자 그대로만 보면, 이 도전은 분명히 실패다.

다만, 숫자로 표현되지 않는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둔 점도 무시 못한다고 반박하고 싶다.

숫자로 표현되지 않는 성공?

가구 브랜드로 유명한 한샘 전 회장님이 회사를 매각하고 남은 돈 중 약 3천억원 정도의 사재를 털어 2021년에 태재대학이라는 대학교를 만드셨다. 난 돈 없이 SIAI를 시작하느라 한국 교육부의 물적 요건을 충족시키는게 불가능했는데, 이 분은 평생 버신 돈을 털어 교육부가 원하는 조건을 다 충족시키느라 막대한 자금을 쓰신 것만으로 이미 큰 박수를 받으셔야 되는 분이다. 거기다 학비도 거의 안 받고, 학생들 교육을 위해 글로벌 명문대들에서 교수진을 모셔오고, 그 교수진들이 귀찮지 말라고 연구 요건도 삭제하셨다. 오직 교육에만 집중해라는 뜻일텐데, 얼마나 우수한 인재가 길러졌는지 아직 들은 바가 없어서 다른 평가를 내리는 것은 유보해 놓은 상태다.

그런 대학의 성공, 실패를 가늠하는 요건으로 교육 전문 컨설팅 경험을 두루 갖춘 한 국내 대학 교수님이 위의 링크에서 보듯이 아래의 3가지 조건을 내놓으셨다.

  1. 명성과 평판을 빠르게 형성해야 한다
  2. 우수한 교수진을 확보해야 한다
  3. 이상적 수업 방식을 현실에 정착시켜야 한다

같은 관점에서 SIAI의 한국 도전을 평가하면, 1번 관점에서는 이미 SIAI 설립 이전부터 내가 쌓아놓은 브랜드가 있었다. 난 설립 직후부터 국내 주요 커뮤니티들에서 '네까짓게 무슨 해외 명문대냐'는 식의 온갖 질투에 시달릴만큼

AI/Data Science는 수학 모델링 직관이 우선이지, 코딩이 우선이 아니다

는 관점이 널리 알려진 상태였고, 성공적으로 논문을 낸 학생들은 다들 자기네 회사가 얼마나 한심하게 AI/Data Science를 '현실에 적용'하고 있는지 낱낱이 지적할 수 있는 글로벌 수준급 인재들로 성장했다.

성공 기준 1. 명성과 평판을 빠르게 형성해야 한다

심지어 논문을 못 낸 학생들 중에서도 본인 실력이 아니라 금전적인 문제, 개인적인 사정 등으로 그만두고 나간 경우에는 한국의 교육 수준이 얼마나 처참하게 엉망인지도 알게 됐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국내 대학원을 다니다가 도망왔던 경우도 첫 학기부터 사고 구조가 완전히 바뀌었다, 국내 대학원에 버린 돈이 아깝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들이 매우 많았다.

입학 시험부터 불합격하면서 질투를 가득 담아서 커뮤니티들에 악에 받친 글을 쓰신 분들이나, 첫 시험에 10점도 못 받고 울면서 그만두고 나간 분들도, 영미권 탑스쿨의 학부 수준 교육이 국내 대학원의 박사 수준 교육보다 강도가 높다는 사실을 대부분 깨달으셨을 것이다.

졸업생들, 졸업 직전인 학생들이 재직 중인 회사들의 시스템을 뜯어 고치고, AI/DS가 제대로 돌아가는 국내에 몇 안 된는 희귀한 회사로 이직하고, 서울시의 따릉이 관리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를 고치는 제안서를 내고, 회사가 딥러닝 엔지니어를 써서 못 푸는 문제를 SIAI 방식의 초저비용 해결책으로 특허를 내고, 외국 기업들의 전문 연구원 공고가 우리 학생들 논문이랑 어떻게 닮았고 등등을 서로 공유하는 모습을 보면, 적어도 이 그룹 안에서는 실패를 논하기는 어렵다.

우스개로 SIAI 욕하는 사람들 중에 위의 첫 학기, 첫 시험에서조차 A학점 기준인 70점이 아니라 C-학점인 50점이라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냐고 농담하고, 10점, 0점 등으로 '점수 치료'를 당해봐야 자기 주제 파악을 할거라는 농담을 학생들끼리 자신있게 할 수 있다는 점, 그걸 배아파만 할 뿐이지, 정작 자기가 시험쳐서 50점 이상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인재가 SIAI 밖에 1명도 제대로 없다는 사실은 적어도 명성과 평판에서 SIAI가 압승을 거뒀다고 평가해도 손색이 없을 부분이다.

성공 기준 2. 우수한 교수진을 확보해야 한다

SIAI 설립 후 반 년쯤 지난 후에, 국내 커뮤니티들에서 SIAI는 교수가 누구냐는 질문들이 한참 돌았던 기억이 난다. 거의 대부분의 교육 과정을 내가 만들었다고 그랬더니, 온갖 음해, 조작, 비난으로 도배가 되더라.

그게 너무 어이가 없어서 위의 시험 문제 링크 예시와 같이 기출 문제들과 강의 노트들 일부를 공개했다. 물론 안타깝게도 그 교육 과정의 가치를 이해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보니 코끼리 다리 만지기 수준의 평가들만 오가던데, 예를 들어 경제학 가르친다고 놀림을 들었던

과학적 프로그래밍(Scientific Programming)은 최근에 중국의 딥시크가 계산비용 절감이 갖는 효과를 시장에 알리고 나서야 평가가 바뀌기도 했다. 난 그 수업 내내 수학적으로 계산 모델이 어떻게 바뀌고, 그에 따라 데이터 구조가 아떻게 변형되어야 하고, 때문에 계산의 정확도와 계산 비용 (전력,시간, 하드웨어 등)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설명하는데 초점을 맞췄고, 단지 기출문제를 좀 쉽게 풀 수 있도록 만들어줄려고 내 박사 전공인 Mathematical Finance에서 쓰는 Brownian motion 기반의 수식을 갖고 왔을 뿐이다. 복잡한 시뮬레이션이 필요한 계산이지만, 수식 변형, 데이터 변형이 계산 효율성 (정확도 vs. 계산비용)을 바꾸는데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잘 볼 수 있는 예시이기도 하고, 내가 평소에 쓰던 코드를 던져 줄 수 있어서 학생들의 코딩 부담이 확 줄어들기 때문이었다. 근데 문제 상단의 Brownian motion의 Discrete time 수식과 콜-풋 옵션 가격 계산이라는 껍데기만 보고 다들 'AI 안 가르치고 경제학 가르친다'고 평가하더라.

위의 수업에서 FFT를 응용해서 흰색/검은색이 반복되는 데이터로 바꾸면 이미지 인식 계산을 얼마나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지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위의 논문은 딱 그 아이디어를 응용해서 시계열 데이터를 검은색/흰색 형태의 Frequency data로 변환하고, 거기서 특정 시장의 거시적인 트렌드 및 그 트렌드 밖의 이상 현상을 구분해내는 계산을 해 냈다. 어느 국내 커뮤니티에서 'SIAI의 MBA를 가느니 자살한다'고 그러던데, 저 논문은 MBA 학생의, 그것도 한국에서 이름 없는 학벌이라고 겸손해 했던 학생이 쓴 논문이다. 그 해 최고 논문상을 받았다.

굳이 설명을 더 한 이유는, 저 논문을 보고 논문 평가를 맡으셨던 KAIST 최호용 교수님이

혹시 네가 쓴 거 아니냐?

라고 질문을 하실만큼 논문의 완성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태재대학교에서 얼마나 많은 교수진을 모아서 얼마나 참신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운영을 하고 있으신지는 모르겠지만, 글로벌 탑 저널에 논문을 내는데만 초점을 맞추고 연구에만 올인하는 국내 초명문대 교수가, 자기랑 학문적으로 대화되는, 한 때 동료였던 친한 동생이 학생 대신 써 준 논문이 아닌가하고 의문을 던질만한 수준의 논문을 학생들에게서 뽑아내는 교육 프로그램이라면 그 교육 프로그램은 성공이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가격 경쟁력을 갖주겠다고 USD 26,000이라는 초저가에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았다면 나도 더 우수한 교수진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 같기는 하지만, 매우매우매우 많은 돈을 쓰지 않는 이상 내 눈 높이를 충족시키는 교수진을 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좀 자뻑을 하면, 난 박사 시절에 Math Finance 석사 과정 학생들에게 2년 연속 Best TA of the Year 상을 받았고, 두번째는 석사생들 전원이 3명까지 이름을 써 내도 되는 용지에 내 이름만 써 냈다고 학장이 나와서 비결이 뭔지 설명 좀 해달라고 한 적도 있다. 고급 수학이 들어가는 만큼 이해하기가 매우 어려운 과목들을 여럿 가르쳤는데, 어떻게 애들이 수학 가르치는 TA를 싫어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더란다. 난 내 스타일로, 언제나처럼, 눈 앞에 보이는 간단한 예시들을 갖고 와서 개념을 이해시키고, 기본 모델을 변형시킬 때마다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 (갑자기 비가 새서 책이 물에 젖어서 글자가 잘 안 보인다, 뒤의 몇 페이지는 온전히 살아았다, 어떻게 활용해볼까...)을 응용해서 수학 모델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연결시켜줬을 뿐이다.

내가 Best TA of the Year 상을 2번이나 받느라 너무 힘들다며 다음해부터는 TA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학장에게 부탁했던 것처럼, 아마 내 관점의 교육을 할 수 있는 교수진을 구하는 것, 그 교수에게 같은 스태미너를 계속 유지해달라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N명의 우수 교수진이 아니라, 우수한 교육 프로그램을 확보해야 된다로 표현을 바꾼다면, SIAI의 도전이 성공이었다고 해도 충분히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공 기준 3. 이상적 수업 방식을 현실에 정착시켜야 한다

어쩌면 위의 2번과 겹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3번의 이유 때문에 N명의 우수한 교수진을 뽑기가 매우 어려웠다. 내 머리 속에도 같은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돈 문제를 떠나서 선뜻 다른 교수들에게 연락을 하기가 힘들더라.

석·박 수준의 수학을 배제하고, 학부 고학년 수준 이하의 수학만 써서, 개념적으로는 꼭 필요한 주제들을 대부분 커버해야 되는데, Harvard, Stanford, U Chicago 같은 글로벌 초 명문대의 대학원에서 가르치는 내용들을 다 뜯어고쳐야 되니,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게 보통 난이도가 아니었다. 학생들이 강의 노트 이해가 안 되어서 검색해 볼 때마다 다른 학교 노트가 비슷한 예제로 나오더라면서 이걸 어떻게 다 만들었냐고 그랬었기도 하다. 논문의 벽을 넘지 못하고 떠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학·석·박 출신의 어느 대기업 관계자는 위의 Scientific Programming 수업 중에 계산 효율성(정확도 vs. 계산비용) 개념을 다루던 날

이런 것도 배운 적이 있나?

며, 날 경제학 출신이라고만 생각했던 생각이 잘못됐고, Mathematical Finance라는 박사 전공이 계산 과학(Computational Science)부터 경제학까지 다양한 학문을 모두 훑어야 되는 전공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고 하기도 했다. 정작 내가 가르치는 내용들은 모두 전공 과정의 보조 수업들에 불과했었고, SIAI에서 가르치는 일이 아예 없는 Stochastic calculus로 된 수식 풀고 시뮬레이션 돌리는 게 내 전공의 핵심이었건만.

질투꾼 가득한 국내 커뮤니티들에서야 내가 거의 대부분의 교육 과정을 한땀한땀 다 만든다고 하니 '네가 뭐가 잘났냐?', '한국인이 만든건데 엉망일 것이다' 등등으로 교육 수준을 폄하하는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걸로 알지만,

위의 논문을 쓰고 졸업한 송정훈 박사 (서울대 기계항공 박사, 현 삼성전기 재직)에게 아래의 MBA or PreMSc 전용 수업 강의를 부탁했을 때

그냥 수식 전개와 개념 설명하라면 몰라도, 이렇게 실타래처럼 연결해서 개념이 어떻게 응용되는지를 가르치는 건 엄두도 못 낸다

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내 수업 부담이 너무 심하니 선배들이나 우리 유럽 동료들이랑도 같은 이야기를 해 본 적이 있지만, 강의 노트와 예시, 내 방향성을 듣고는 '너처럼 가르치는 사람 없어', 'Not everyone is like you'라며 고개를 돌렸다.

천만다행인 것은, 온라인으로 대학이 운영되면서 작년에 썼던 동영상을 올해 또 써도 큰 문제가 없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강의 노트를 계속 그대로 쓸 수는 없으니 3~4년에 한번씩은 업그레이드를 하긴 해야겠지만, 강의의 질적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인재가 흔치 않은만큼, 이상적인 수업 방식을 현실에 적용시키겠다고 N명의 교수들을 고용하는 것보다 소수의 교육 인재들을 활용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학생들에게 필요한 건 교수 N명이 아니라, 자기가 배워야 하는 과목의 강의 동영상이니까.

위의 논리에 공감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내 기준으로는 최소 비용으로 위의 1,2,3번 조건을 모두 충족시켰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IAI는 한국에서 실패했다

아집일지 모르지만, 내 반박대로라면 최소한 교육 과정의 수준이라는 관점에서 SIAI는 한국에서 '(대)성공'했다고 평가해야 한다.

자뻑을 한 발 더 나가면, 국내 대학들의 교육 풍토상, 내가 지난 몇 년간 쌓아올린 교육은 한국에서 앞으로 100년 동안 못(?) 나올 것이다. 정부 지원금 단 1원도 없이, 교육 3년 만에 1명도 아니고 10명이 글로벌 시장에서 B급 이상의 저널을 노려볼만한 졸업 논문을 내는 (박사도 아니고) 석사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 대학교와 교수진이 그간 한국에 얼마나 됐나? 한국 기업들의 AI/Data Science 현실이 고개를 못 들 수준으로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 글로벌 기업들의 눈높이가 어디에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최소 50명의 인재를 길러낸 교육 기관이 한국에 단 한 곳이라도 있나? 앞으로는 있을까? 교육 수준이 우선이 아니라 학생 유치를 통한 수익성이 우선인 대학, 대학 학령 인구가 매년 줄고 있는 나라에서?

MDSA에서 논문 심사를 받은 졸업생 논문들 중, 위에서 언급한 논문들 포함,

위의 3개 논문은 아무리 겸양을 떨어도 글로벌 A급 저널에 투고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내가 논문에 욕심이 많은 학자였으면 학문적으로 더 욕심을 내보고 싶은 논문들이기도 하다. 2개는 Best Paper of the Year 를 각 2023년, 2024년에 받은 논문들이고, 3번째는 송정훈 박사가 욕심을 내길래, KAIST 최호용 교수님이랑 공동 저자로 논문 수준을 더 올려서 A 저널 (우리쪽 학자들끼리 쓰는 용어로 최상위권 저널을 지칭하는 용어)을 시도하고 있는 걸로 안다. 논문의 가치를 볼 수 없는 까막눈이라면 A 저널에 논문내는 교수들을 수소문해 찾아가 직접 질문해보셔도 좋다.

반대로 그간 내가 봤던 국내 명문대(?) AI/DS 전공자들은 A/B Test에서 $n_1$과 $n_2$ 비율이 달라지는 것의 함의도 설명 못하고, 한 쪽이 극단적으로 쏠리면 Normal distribution이 아니라 Poisson distribution 기준으로 검정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간단 논리조차 제대로 이해하는 경우가 없었다. SIAI에서는 신입생들 입학 전에 수학/통계학 복습 차원에서 제공해주는 콘텐츠에 지나지 않는 내용이다. 그러니 눈쌀이 찌푸려지는 논문, 발표를 들어주는 시간 낭비가 아까워 중간에 멈춰버리도록 만드는 논문, 학부생들 기말 레포트 수준도 안 되는 논문들만 쓰는데도 졸업시켜주는 방식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겠지.

이렇게 교육 수준으로는 한국 시장 정도에서는 경쟁자를 찾을 수 없는 압도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SIAI는 한국에서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이 대학은 잘 될까? 그런데 여기서 대학이 잘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대학의 사회적 역할에 관한 원론적 논의는 하지 않겠다. 단적으로 보면, 많은 학생이 가고 싶어 하는 대학이면 잘 된 대학이다. 즉, 태재대학이 잘 될지는 학생 입장에서 탐나는 대학인지에 달려있다.

저 위의 기고에 나오는 위의 문구가 대학 성공을 판단하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난 한국 시장에 SIAI에 대해 얼마나 많은 수요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내 눈에 보이는 건 질투하는 분들의 황당하고 어이없는 음해, 조작, 공작 댓글이 아니면 SIAI에 지난 2021년부터 찾아온 80명 좀 안 되는 학생들이 전부다. 질투꾼들이 사실은 '어둠의 팬클럽'이라고 누군가 농담하기는 하던데, 적어도 내 눈엔 SIAI를 '학생 입장에서 매우 탐나는 대학'으로 만드는데 실패했다.

잘 가르치면 학생들이 안 오죠

라던 어느 노(老) 교수님의 충고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일지, 단순히 내 마케팅 역량의 부족인지, 질투꾼들에게 무시당하는 작은 기업을 운영하던 탓에 내가 너네한테 질투나 당할 급이 아니라는 걸 각인시켜주는데 실패했기 때문인지, 고작 Stepwise regression을 Tree로 하는 걸 만들어놓고는 AI투자 알고리즘이라고 사기를 치는 공돌이의 민낯을 해부해버렸더니 댓글부대와 어설픈 S대 공대 박사생들 따위를 모아와서 날 가짜라고 힐난하던 어느 3류들의 악에 받친 여론몰이에 당했기 때문인지, 한국 사회의 고착화된 대학 서열 구조가 궁극적인 원인인지는 모르겠지만, 백보 양보해서 밖에는 수천명의 학생들이 SIAI에 가고 싶기는 하지만 첫 과목부터 F학점 받을 것 같아서 '주제 파악을 하고', 무서워서 안 오는 걸지도 모르겠(다고 희망 회로를 돌려 볼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나는 유럽 동료들의

Why waste time in Korea?

라는 한 줄 힐난을 반박하는데 실패했다.

앞으로 몇 년 더 지나서 GIAI가 글로벌 프로젝트에 SIAI 한국 졸업생들을 투입시키고 억대 연봉을 받는 걸 눈으로 보여주면 상황이 달라질까? 한국은 '대기업', '대기업', '대기업' 노래를 부르는 시장인데? 설령 많은 학생을 받는다고 해도, 어차피 수학 실력이 문제가 아니라 한국식 교육, 사고방식을 극복하고 '탈한국'을 해 내는 소수의 인재들만 살아남는 교육인데? 아니, 'AI투자 알고리즘' 따위의 용어로 사기나 치는 인간들이 투성이인 나라인데? 그들 네트워크가 똘똘 뭉쳐 날 몰아내는 멍석말이에 동조나 하는 3류 인터넷 여론의 나라인데? 아마 '저기 입학만 하면 무조건 네이버 AI 엔지니어 되는 곳'이라는 식이었으면 한국에서 (내가 매우 싫어하는 학생 집단에게) '매우 탐나는 대학'이 되었을 것이다. 정작 나는 거긴 API나 붙이는 코딩 개발자들 모임이라고 생각해서 우리 SIAI 졸업생이 거기 가면 부끄러울 것 같은데 말이지.

지난 1년 남짓 동안, GIAI 동료들이나, 올해 SIAI의 3년차 재인증 심사를 담당했던 EduQua 관계자나, 위의 사정을 모두 인지하고,

결과적으로 학생들에게 필요한 건 교수 N명이 아니라, 자기가 배워야 하는 과목의 강의 동영상이니까.

라는 내 철학을 넘어서,

교수 N명이 중요한 대학교

를 만들자고 초점을 바꿨다.

이미 교육 프로그램은 고급으로 뽑힌 상태고, 한국에서는 이걸 팔기가 어려웠을지 몰라도, 유럽에서는 얼마든지 팔 수 있을 것 같다, 팔리는 네트워크 쌓는데 집중하자, 상품은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팔리는 시장을 찾아가야 한다, 교수들 끌어모아서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식으로 SIAI 2.0를 새롭게 디자인하자고 결정하게 된 것이다. 교육 수준은 이미 글로벌 최상위권이니까, 제일 힘든 부분을 만들어 냈으니까, 나머지 퍼즐을 잘 채워넣으면 충분히 글로벌 최상위권 대학을 만들어 낼 수 있단다. 과연 그럴까?

저 친구들이 SIAI를 유럽에서 얼마나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게 만들지 나는 잘 모른다. 잘 키워서 내가 뿌린 씨앗이 꼭 열매를, 그것도 무럭무럭 맺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SIAI가 한국에서 실패하지 않았으면 GIAI의 리브랜딩도 지금보다는 좀 더 한국 시장에 존중이 들어갔었을 것 같고, 그럼 우리나라도 유럽에서 얻은 과실을 함께 나눌 수 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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