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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AI Korea의 리브랜딩(Rebranding) 작업이 이제 막바지다.
아직 고치고 싶은 부분들 투성이이긴 하지만, 그간 경험상 반년 후에도 고칠 부분이 여전히 많아서 답답할 것이다. 웹사이트 퀄리티 싸움은 끝이 없더라.
리브랜딩 처음 시작 때만해도 글로벌 조직의 방향성과 명칭을 정하는데만 오랜 시간을 썼다. 홈페이지 URL도 적절한 걸 구하기 쉽지 않았고, 로고도 고민이 많았다. 내 의지보다 유럽 팀 애들의 의지, 향후 발전 가능성, 스위스에 설립한 대학, 한국 팀의 조직 내 위치 등등을 복잡하게 고려해야했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의견 교환에 버려야 했다. 돌이켜보면 그런 경험이 쌓여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되긴 하지만, 아무도 우리의 고민을 대신해주기 어렵겠지만, 이렇다보니 보통 기업들이 리브랜딩을 아예 생각하질 않는구나는 깨달음도 얻었다.
여전히 뜬금없는 사건으로 급변할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조직 운영을 글로벌 스케일로 보게 되면서 생각하는 관점이 달라진 부분은 그대로 남을 것이다.

글로벌 연구소 기업
처음 SIAI 설립에 지원 사격을 해 줬던 유럽 팀 애들이 원했던 것은 AI 컨설팅 기관이었다. 비슷한 사업 모델로 스위스에 IMD가 있다. 네슬레(Nestle)가 만든 MBA 중심 대학으로, '국가경쟁력지수'라는 보고서를 매년 발표하는 걸로 글로벌 시장에 널리 알려져 있다. 미국 중심으로 돌아가는 나라인 한국에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유럽에서는 IMD의 MBA 프로그램에 들어갈려고 매년 수십 대 1의 경쟁을 치른다. 학비가 10만 달러고 1년에 100명 밖에 안 뽑는데, 그 MBA의 네트워크가 있으면 유럽에서 사업하는데 굉장히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SIAI 성장 모델의 첫번째 벤치마크인만큼, 아예 SIAI 이름을 바꿔서 'International'을 붙이자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다음으로 우리가 생각했던 건 'SIAI를 어떻게 활용해서 사업을 더 키우느냐'였는데, SIAI로 당장 시장에서 수익화를 노렸다면 아마 우리도 AI Bootcamp 수준의 시스템을 돌렸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영혼을 파는 짓이고, 그렇게 'Easy money'를 벌어봐야 길게 봤을 때 AI 컨설팅 기관으로 살아남기 힘들겠다는 인식의 공감대가 있었다.
결국 'Hard money', 심하면 'No money'가 될 지라도 고급 교육을 하고, 그렇게 쌓은 명성(Reputation)으로 AI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주하자는 그림이 갖춰졌었다.
그 외에 우리가 욕심내는 다양한 사업들을 추가할 계획에 맞춰, '글로벌 연구소 기업'을 얹고 그 밑에 SIAI를 넣는 그림이 확정됐다. GIAI 도메인을 어렵사리 구하면서 SIAI 이름도 Global로 바꿀까는 의견도 있었지만, 어차피 다들 자기 사업을 밀어넣으면서 다른 이름들을 붙여넣을 것 같기도 했고, 스위스가 주는 국가적 이미지와 우리의 교육 철학이 딱 맞다는 관점에서 이름 변경은 취소됐었다.
연구소가 언론사는 왜 키우지?
처음에는 자기들 알아서 이름을 붙이고, 하나의 대형 브랜드 밑에 통합시키는 걸로 의견이 모였다가, 점점 브랜드 통합이 이뤄졌는데, 저 친구들도 나름대로 고민이 있겠지만 내게 가장 큰 고민은 그간 한국에서 해 왔던 언론사였다. 돈도 못 벌고 시간만 버린다 싶어서 안 하고 싶은 생각이 지금도 있는데, 많은 연구소와 대학들이 자기들 만의 블로그, 전문지를 갖고 있다는 점을 들어 거꾸로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해야 된다는 반박이 나왔었다.
'그런 전문지를 누가 읽나' 싶었는데, 정작 내가 아래의 블로그, 전문지들을 시간 날 때마다 찾아가서 본다.
- VoxEU | CEPR - Latest Columns
- Analysis from world leading experts | East Asia Forum
- Scientific American
한국 언론사들도 전문지로 포지션을 잡을려면 저런 기관과 제휴를 맺고 기사를 사와야겠다 싶어서 이런저런 개인적인 인맥을 동원하거나, 가끔 기고를 해준다고 합의하거나 하는 방식으로 번역본에 대해서 제휴가 된 곳들이다. 번역본도 실제로 한국에서 수요가 많지는 않겠지만, 전문지가 성장하는 길이 있을테니, 최소한의 비용만 들여서 키우기로 결정했다.
전문지라는 관점에 맞춰 주제 별로 다르게 뽑은 서비스가
로 나뉘어 있고, 네이버 뉴스처럼 묶어놓은 포털 서비스를 만들어서
로 시스템을 구축했다.
한국어로 만든 Traffic이 영어권의 구글 검색 랭킹에 큰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기사 번역, 디자인 이미지 재활용 등의 방식으로 영어권 서비스 운영 비용도 크게 줄여줘서 서로 윈윈이 됐다.
안타깝지만, 그 외의 서비스는 시너지를 낼 방법을 찾아내질 못했고, 글로벌 사업에 도움이 안 되는 한국 사업은 모조리 접게 됐다.
한국을 버려야 산다
SIAI의 한국 운영도 2024년부터 완전히 접고 졸업 못한 애들 구제책만 마련해주다가, 졸업 못한 애들 살려주는데 자원을 쓸 꺼면 올해 한번만 더 졸업할만한 애들 더 받으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고
예비 교육 수요조사를 진행했었다. PreMSc나 AI MBA의 첫 학기 2개 수업을 듣고, 못 살아남겠다 싶으면 서로 더 괴롭히지 말고 접자는 취지에서 만들었다. 상위 과정인 MSc AI/Data Science는 한국 안에서 바로 뚫고 올 수 있는 인재의 씨가 말랐다는 걸 인정하고, 최소한 PreMSc나 AI MBA라도 살아남을 수준이면 졸업 못하고 남은 애들 챙겨주는 것과 더불어 시간을 쓰자, 그래서 한 명이라도 더 살리면 윈윈 아니냐는게 우리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한국에선 이 교육을 받아야 하는 이유도 잘 인지 못하는 것 같고, 원래 고급 교육이 돌아가는 시장이 아니라 입학 시험 점수 잘 받는 교육만 돌아가는 나라다보니 안 하느니만 못 할 거라는 걸 몰랐던 것도 아니다. (그래서 나는 올해 설명회조차 안 하고 싶었다.)
유럽 애들은 부트캠프 수준의 3류 교육을 받아봐야 무의미하다는 확신이 있겠지만 (아래 글의 소설 부분을 보면 느끼겠지만, 부트캠프를 경멸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나보다 더 하다 싶었다ㅋㅋ)
내가 한국인을 설득할 능력이 없어서 미안하다면서 사과를 구했다. 몇 년간 두들겨보면서 느낀 거지만, 난 한국 뿐만 아니라, 어딜가도 Mass market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사람이더라.
그나마 논문이라도 잘 쓸 Top brain들이 오면 GIAI 사업 모델에 도움이 되도록 윈윈할 방법을 찾아보겠지만, 논문 못 쓰고 도망가는 애들 비율(약 80%)을 듣고, 유럽 애들도 내 연구 프로젝트 생산성을 최대한 활용해야 GIAI 사업이 커진다는 관점에서 더더욱 한국 시장을 버리는데 동의했다.
2023년 초부터 SIAI 학비 정상화, 글로벌 시장에 초점 맞추기 등등을 강하게 주장했었던 애들한테 그간 한국 시장을 설득할 능력도 없는 주제에 고집을 부렸으니 모두 내 탓이다.
이번에
수학과는 매우 거리가 먼 위의 과정을 내 독단으로 한국에서 시도해 볼려고 하고는 있지만, 이미 내 머리 속 회로가 글로벌 관점이 됐는지 '한국 <<< 넘4벽<<< 인도'로 돌아가고 있더라. 입으로는 가쓰라-태프트 밀약, 을사조약 같은 이야길 하지만, 한국 시장에 마음이 떴다 보니 머리는 다르게 돌아간다. 인도에서 저걸 돌리는 편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걸 깔고 이메일 답장을 쓰고 있는 날 보며 흠칫 놀랐었다.
참고로 아시아 지역 개발자, 디자이너들의 업무 태도가 'Corporate-minded'라는 영어 표현으로 정리되는데, 인도/동남아 애들이랑 업무 성과는 큰 차이가 안 나는데 정작 급여를 5배, 10배씩 줘야되니 아예 아시아 지역을 거들떠 보지도 않는 경우가 진짜 많다. 내가 가르치는대로 '서구식'으로 독립적,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으로 시스템 제작에 투입되면 인도 애들처럼 한 시간 15달러 받는게 아니라, 미국 애들처럼 한 시간 100달러로 급여 받을 수 있다. 써 보니 정말 다르더라. 서구 교육이 괜히 좋은게 아니다. 근데 이렇게 아무리 이야길 해도 공감이 안 되겠지....

연구 기능, 서비스 기능, 언론사 기능
한국을 버리고 나니 위의 도표를 만드는데 고민이 말끔히 사라졌다. 어차피 한국엔 언론사 밖에 안 남으니, GIAI Korea를 저 그림 안에 넣어야 할 이유가 없겠더라. 한국에 미련을 버리면서 기존 회사 이름도 버리고 GIAI의 Korea 지사로 바꿨다. GIAI Korea는 언론사로 협력하는 EduTimes.com, 논문 심사를 담당하는 외부 기관인 (사)데이터사이언스 경영학회(Managerial Data Science Association, MDSA)와 더불어 외부의 협력 기관(Associate)으로 교통정리가 됐다. 앞으로 GIAI India가 들어와도 조직 내의 위상은 GIAI Korea처럼 정리가 될 것이다.
조직 변경을 하면서 언론사 기자들하고 이야길 나눠보니 오히려 더 좋아하더라. 글로벌 전문 연구 조직이 한국에서 운영하는 언론사라는게 더 자부심이 크단다. 다들 AI로 대체된다고 그러지만, 전문지라서 챗GPT를 비롯한 LLM으로 대체될 일도 없을 것 같아 오래할 수 있을 것 같고, 자기들만 열심히하면 어디가서 전문가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좋단다.
그 대화로 영문 전문지를 왜 키워야하는지 뒤늦게 이해를 하고, 유럽 애들한테 사과를 했었다.
EduTimes.com과 협업해서 만드는 LLM이 어디까지 완성도가 높아질지는 모르지만, 그 분들께 언론사 운영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고, 덕분에 우리도
위의 영문 경제지(The Economy)를 운영하는 노하우를 얻게 됐다. 그 분들도 LLM으로 일하기 편해지니 서로 윈윈일 것이다.
저 분들이 우리와 협업하는 가장 큰 이유는 US News처럼 대학 랭킹을 뽑아서 랭킹 서비스(MBA Ranking, Law Ranking...)를 돌려보자는 걸로 아는데, 우리도 대학 설립하면서 대학 랭킹이라는 것이 대부분 광고비 금전 거래로 만들어진 정보라는 것을 깨달았고, 좀 더 데이터 기반, 알고리즘 기반으로 돌아가는 랭킹을 만드는 것이 더 소비자들에게 이득이라는 관점에서 협업하는 중이다.
연구소로 조직 구성이 정리되면서 회사의 방향성도 선명해졌고, 버릴 시장은 빨리 버리고, 초점 맞춰야 하는 서비스도 교통 정리가 됐다.
SIAI로 부트캠프들 쫓아내고 제대로 된 AI/Data Science 교육을 해야되겠다는 알량한 사명감과 더불어, 앞으로 다시 몇 년 더 Track record를 쌓고나면 내 Mathematical Finance 전공을 살려 Hedge Fund를 세우고, 같이하면 시너지가 날만한 PEF를 해 보자는게 당시 'AI 컨설팅'이라는 그림에 따라왔던 이유였었다. 이번 리브랜딩으로 도화지가 한국에서 유럽 시장으로 바뀌었고, 덕분에 한 발 정도는 더 다가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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