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원 이하 관세에도 간편 결제 도입, 행정 효율화 선언에 이용자들 ‘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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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행정 효율화에 팔 걷은 관세청
이커머스 전용 수입통관 플랫폼 구축
이용 편의 증진-세수 증대 효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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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효 관세청장이 2월 13일 대전정부청사 기자실에서 ‘2024 관세청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관세청

앞으로 관세가 200만원이 넘지 않는 수입 물품에 대해서는 카카오페이를 비롯한 간편 결제를 이용해 이를 납부할 수 있게 된다. 또 현재 2병까지로 규정된 주류 반입 한도를 늘려 미니어처 양주 및 사은품은 면세 한도에 포함하지 않는 등 면세 수량 및 금액 한도의 형평성을 제고한다.

고광효 관세청장은 13일 정부대전청사에서 기자브리핑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4년 관세청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갈수록 증가하는 해외 여행객의 편의 증진은 물론, 세수 증대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세관 편의 높이고, 통관 절차는 신속하게

관세청은 먼저 해외여행 또는 해외직접구매(직구)를 통해 물건을 들여올 때 납부해야 할 관세가 200만원 이하인 경우 카카오페이 등 간편 결제 서비스를 이용해 납부할 수 있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간편 결제 서비스는 신용카드보다 결제 과정이 간편해 이용자들의 편의를 높일 수 있는 것은 물론, 선불충전금의 경우 매우 낮은 수준의 수수료만 부과돼 대금을 받는 측에서도 선호하는 결제 방식이다.

수량 및 금액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 온 주류 반입 한도도 재정비한다. 현재 해외여행자가 주류를 반입할 때 세금을 면제받기 위해서는 2병 이하, 합산 총액 400달러 이하, 총량 2리터(ℓ) 이하의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본품 구매 시 사은품으로 지급되는 주는 미니어처 또는 맥주 한 캔까지 별도의 수량으로 산정돼 여행객들의 불편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관세청은 미니어처 주류 상품을 면세 수량 한도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은 앞서 올해 1월 1일부터 향수 면세 한도를 기존 60㎖에서 100㎖로 확대한 바 있다. 또 외국인이 구매한 물품을 반출할 때는 모바일을 이용해 세관에 반출 확인을 신청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하며, 관세 납세증명서는 정부24를 통해 발급받을 수 있게 된다.

해외직구 이용자가 갈수록 증가하면서 보다 신속한 통관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수렴했다. 관세청은 올 하반기부터 2년간 224억원을 투입해 전자상거래 전용 수입통관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통관 정보 조회, 실시간 민원 상담, 세금 조회 및 납부 서비스 등을 제공할 방침이다.

도용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던 개인통관고유부호 보안과 관련해서는 QR코드, 지문 인증 등 본인인증 체계를 도입해 안전성을 강화한다. 또 지금까지는 개인통관고유부호 이용 과정에서 이름이나 전화번호 중 하나만 일치하는 경우에도 통관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 등 모든 정보가 일치하는 경우에만 통관이 가능하도록 했다. 소액 물품 면세 혜택을 누리기 위해 타인의 개인통관고유부호를 도용하는 사례를 전면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마약과는 전면전을 선포했다. 마약 밀수 적발 사례가 많은 항공편에 대해서는 여행자 일제 검사를 확대하고, 아세안 10개국과 독일, 베트남 등과는 마약 합동단속을 실시한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 환경부 등으로 나뉘어 별도 관리되고 있는 유해 식의약품, 유해화학물질 등은 각각의 정보를 통합해 ‘수출입위험 통합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한다. 보다 철저한 단속을 위해서는 경찰청과 마약탐지 장비를 공동 개발하는 등 적극 협력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고 청장은 “2024년은 ‘혁신하는 관세청, 도약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라는 새로운 비전 실현에 나서는 원년”이라고 언급하며 “국민들의 눈높이에 불합리하거나 불필요한 규제를 전면적으로 혁신해 경제활동의 자유를 확대하고, 다양한 신기술을 활용해 관세행정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제고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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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한 행정으로 비용 절감 기대

관세청의 이번 업무 계획 발표 직후 출입국이 잦은 여행객과 직구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그간 지나치게 경직되고 비효율적인 관세 행정이 이용객의 불편을 초래해 왔지만, 이번 제도 완화를 통해 개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다. 실제로 인천본부세관은 이번 관세청의 업무계획 발표 전인 지난 2020년 삼성페이를 이용해 관세를 납부하는 제도를 시행, 이용객들의 큰 호응을 이끈 바 있다.

관세 업무에 종사하는 관계자들도 세수 증대와 비용 절감 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반응이다. 세관 창고에 보관된 물품들은 30일 보관 후 폐기 또는 공매 절차를 밟는데, 대부분 품목이 보관 중 가치가 훼손되거나 공매 제도의 특성상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이 형성되는 경우가 주를 이룬다. 나아가 보관 및 공매, 심지어 폐기 등 수반되는 인력과 비용의 투입 상당한 수준이다. 관세 행정의 효율화 선언이 세수 증대 효과를 낳을 것이란 기대로 이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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