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한국의 어이없는 편견들과 싸우면서

국내 대학 교육의 참담한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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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SIAI 학생들이 TOEFL 100점 (각 영역 21점) 이상 or 영어권 학위 요건을 충족 못/안 시키는 경우,

아래의 구성으로 된 16주짜리 영어 수업을 들어야 졸업할 수 있다.

  • 2016년 미국 부통령 후보 토론회 (영상 링크) 영상 컨텐츠 Role-play
  • 각 토론 주제별 수업 시간 토론
  • 자기 의견 주장하는 에세이

그냥 TOEFL 100점짜리 수준의 평범한 학부 수준 영어 수업이라고 생각하고, 담당 영어 강사 분이랑 조율을 했었다.

학부 시절에 비슷한 레벨의 고급 영어라는 수업을 몇 개 들으며 영어 공부를 했던 기억이 있어서 크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질 않았는데,

오히려 Role-play 흉내내기 영상을 미리 만들고 오니까 수업 시간 토론이 더 편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갑자기 우리 직원들이 “그런 수업은 서울대니까 할 수 있는…” 이라는 표현을 쓰며 애들이 엄청 힘들어하지 않겠냐는 투였다.

 

서성한 중경외시 건동홍 이라는 이름으로 요약되는 학벌을 갖춘 직원들에게 이야길 들어보니,

학부 시절 들은 영어 수업이라는게 TOEIC 문제 풀이하는 수업, 그냥 단순히 책 읽고 Role-play 따라하기 정도의 수업이었다더라.

엄청나게 충격이었다. 삼별초가 초등학교 이름인 줄 안다는 애들이 중고교의 2/3가 넘는다는 이야기만큼이나.

그거 학원에서 해야되는 수업 아닌가? 그것도 중경외시 건동홍… 이 아니라 뭔가 좀 이상한(?) 대학 출신 애들한테 하는 수업?

Woman sitting on sofa at therapy with doctor taking notes

 

영어권 교육 수준

미국의 아이비리그 아닌, 어느 평범한(?) 대학을 나온 직원 중에 한국어로 치면 “국제학부”에 해당하는 전공을 한 학생한테 물어봤다.

학부 시절 토론 수업 같은거 어떻게 운영됐냐고.

두 가지 버전을 들었는데,

  • 모의 UN 토론 수업
  • 여러 Non-profit 재단 간의 연합 구성 & 각종 기관에 Pitch하는 수업

이야기를 들으며, 학부 시절 외교학과 다니던 친구들, 사회학과 다니던 친구들이 비슷한 수업을 했던 기억이 떠오르더라.

그 이야길 하니, 옆에 있던 중경외시 건동홍 라인 직원들이 다시 “S대니까..”라고 말을 줄이던데,

한국에서 S대 급의 학교 정도 되어야 미국 평범한(?) 대학 교육 수준이 나온다는 말로 받아들여지더라.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해되는게, 우리 학부 시절에 고급영어 못 듣는 수 많은 친구들에게 대학영어라는 수업이 있었고,

대충 이게 우리학교 교육 수준은 아니지…라고 생각했던 내용을 공부하고 있던걸 얼핏 본 기억은 난다.

어느 유명 영어학원의 TOEFL 1달 스터디 운영 경험이 많은 분이 1달만에 105점 찍고 “졸업”하는 분들은 대부분 교포급 or SKY…

이런 표현을 쓰셨던 것도 얼핏 기억이 나는데, 학생 수준이 낮으면 TOEFL 90점대에 맞춘 교육과정으로 운영해야겠지.

그나마 S대 정도 되는 학교여야 TOEFL 105점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들을 운영할 수 있다,

즉 영어권의 중상위권 대학교에서 볼 수 있는 수준의 영어 교육을 할 수 있다는 말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문제는 그게 영어 교육에만 해당되는게 아니라, 모의 UN토론 같은 전공 수업에서도 나타난다는 뜻이다.

 

다른 글에서 CMU 같은 미국 명문 공대는 이론 기반으로 공학 지식을 가르치는 탓에 “바로 써 먹을 수 있는” 지식은 안 가르친다고,

그래서 아시아 출신, 특히 한/중 출신 학생들 중에 적응을 아예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2018년 여름쯤에 공유했던 링크의 CMU 수업들을 보면 알겠지만

통계학과랑 공대랑 협업해서 굉장히 수준 높은 수업을 만들어놨다.

한 쪽 전공 출신이 완벽하게 커버할 수 없는 주제라는걸 자기네들 스스로가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협업이 됐을텐데,

덕분에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왠만한 학교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고급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저 위의 수업들이 우리 SIAI 기준으로 MSc AI/DS 2년차 수업에서 다뤄질 내용들인데,

아래에 MSc AI/DS 2년차 수업 중 하나인 Advanced Machine Learning 수업의 1강 연습문제로 내가 뽑은 내용도 추가한다.

기존 MSc DS, 변경 학제의 BSc DS 졸업반이나 MSc AI/DS 1년차 수업에서 들은 내용을 잘 알고 있으면 풀 수 있는 문제들이다.

말을 바꾸면, 그 정도 실력은 되어야 MSc AI/DS의 2년차 과정, 해외 상위권 Research school의 석사과정을 도전할 수 있다.

 

한국 대학들의 참담한 현실

위의 스크린 샷을 뜬 문제를 AI전공 박사과정 생이라는 분들한테 한번 보여준 적이 있었다.

저 문제를 화면에 띄우기 전까지만해도 나한테

아~ 들어봤어요 스위스 그.. ㅋㅋㅋ

이딴 기분나쁜 태도를 보이던 학생들이었는데,

저 연습문제 (시험문제도 아니고!)를 보는 순간, 입을 딱 다물더라.

모르긴해도 한국에서 저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은 정말 거의 없을 것이다. 거의.

 

근데, 이거 다른 영미권 대학교 석사과정 연습문제를 베낀다음, 내 색깔을 몇 개 더 입힌 문제에 불과하다.

즉, 대한민국 최상위권 대학 AI전공 박사과정 생, 그러면서 우리 SIAI 무시해서 빈정 상하는 태도를 보이는 그런 자뻑 공돌이들이,

영미권 대학의 석사과정 연습문제, 시험문제도 아니고 연습문제를 보고 입을 다물어 버린다는 증거일 것이다.

 

위의 문제는, 정말로 우리 SIAI 학부 수업에서 다룬 주제들을 그대로 묶어놓은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Reinforcement learning 수업 중에 Dynamic optimization을 가르치면서, Steady state라는 개념도 배우고,

Non-linear 함수를 steady state 근처에서 Linearize하는 작업도 배우는데, 그게 Q1. (a) 문제다.

아마 MSc AI Prep을 2021년 4월에 들은 학생들이면 마지막 3개 수업에서 Dynamic optimization을 가르쳤고,

3번째 수업일 끝 부분에 Linearized equation들로 convergence path를 따지는걸 봤던 기억이 날 것이다.

그 다음 (b), (c), (d)는 전형적인 선형대수학 응용문제, (e)는 (a)와 선형대수학을 연결하는 문제 정도에 불과하다.

 

개인적인 경험을 들자면, 석사 학위 시작 전 Math camp에서 배웠던 내용들의 일부이기도 하다.

당장 이 정도 주제로 한국에서 살아남는 학생들 얼마 없다는걸 그 Prep이외에도 여러차례 눈으로 확인한 바 있다.

날더러 못 가르치는거냐고 물으면, 수업 들은 학생들의 수강후기를 많이 올려놨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중간에 짤린 Q2는 비슷한 관점에서 접근하되, Fourier transform에 대한 아이디어가 추가로 반영되어 있다.

우리는 Scientific Programming이라는 수업에서 Fourier transform을 이용해 데이터를 주기함수로 바꿔버리는 계산,

덧붙여 Fast Fourier Transform을 이용해 계산속도를 증가시키며 MSE를 약간 포기하는데서 얻는 Computational efficiency 이익을 따지며 다룬다.

난 비슷한 형태의 Matrix 구성을 여러 은행간 포트폴리오 유사도 탓에 발생하는 Systemic risk라는 주제를 설명하기 위해

Network theory를 써서 모델을 만들던 시절에 다뤄봤기는한데,

Neural Net이라고 불리는 구조와 묶으면서 계산 가능성이 열려서 반갑게 봤었던 문제다.

아마 최초의 문제는 누군가 이런 방식으로 썼던 논문의 아이디어를 활용했지 않을까 싶다.

내가 공부하던 시절에도 이런 계산법을 알았더라면 좀 더 좋은 논문을 쓸 수 있었을텐데…..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일말의 아쉬움도 없다ㅋㅋ

그건 내 길이 아니었다고 변명생각한다.

 

그런 고학력(!) 학생들을 만나면서 안타까운 점은, 위의 내 사고의 흐름을 전혀 따라오질 못하더라. (그건 내 길이 아니었는데, 너넨 그럼 수준이…)

코드 있나요, 어디에 적용해봤나요, 이거하면 좋은거 있나요

같은, 비전공 출신 대기업 꼰대 부장님들한테서나 들어볼만한 한심한(?) 질문만 받았었네.

우리 SIAI 학생이 저딴 질문을 어디가서 했다면 퇴학시켜 버릴 듯.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면 Non-linear로 확장하면서 변수가 증가하는 부분을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을 할 것 같고,

Steady state니까 Non-linearity를 포기하고 접근해도 무방하다면 어떤 조건이 더 추가되어야할까 같은 질문이 나올 것 같다.

공부를 많이해서 어느 정도 시야가 갖춰진 사람들이라면, Fourier mode가 특정 문제를 풀어낼 때 어떤 직관적인 의미를 갖는지 묻고,

그게 왜 Eigenvector로 표현될 수 밖에 없는지를 Eigenvector 자체의 수학적 함의와 연결짓지 않을까?

딱 그렇게 생각하고보니 Q2.(a) 문제를 그렇게 잡아놨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서 수식과 연구 주제를 연결시키고, 현실 적용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교육을 “Theorist 교육”이라고 부르는데,

“바로 갖다 쓸 수 있는” 코드를 가르쳐주는 직업 학교 교육이 아니라,

“사물의 원리를 이해하는 교육”이 바로 Research school이라고 불리는 영미권 최상위권 대학들의 교육 방식이다.

어느 블로거가 날 욕하면서 “‘직관을 이해해야된다’, ‘직관을 이해하라면 파비 수업을 들어야한다’고 그러면서 코드 베끼면 되는걸 괜히 어려운거라는 악마”라고 그러던데,

이런 식으로 Theorist 훈련 시키는 교육 능력을 갖춘 교수진이 한국에 거의 없어서 이렇게 발벗고 나선거다.

그리고, 이런 훈련이 안 되면 수학과 현실이 별개라고 생각하는, 한국의 평범한 일반인의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는게 불가능하다.

한국인들이 이런 훈련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수학이 왜 현실의 추상화인지, 왜 대학 교육은 수학 도구를 활용하는지 영원히 이해하지 못하고 산다.

 

시야가 열리고나면 Q2를 풀면서 누군가는 나처럼 은행 네트워크의 붕괴 구조에 적용하고,

또 누군가는 블록체인 스타일의 환상형 체인 시스템에서 효율적인 계산 구조를 고민한다.

그런데, 시야가 닫힌 사람에게는 짜증나는 수학일 뿐, “그거 현실이랑 관계없잖아요? 그거하면 뭐 바뀌는거 있나요?” 같은 소리나 하겠지.

 

직관을 담은 Bayesian stat 수업을 들을려고 보스턴의 Harvard, MIT 같은 명문대 몇 십개 전공의 박사생들이

차로 2-3시간 거리에 있는 Brown 대학에 1학기 내내 통학을 다녔고, 교실이 터져나가서 대형 강의장으로 바꿔야했는데,

직관을 제대로 이해하는 강의해서 너네를 구제하려는 사람에게 악마라니ㅋㅋ

 

제대로 된 교육이 나아갈 방향?

한국에서 대학 다니던 내내, 위의 “공부하는 사람”, “공부를 많이해서 어느 정도 시야가 갖춰진 사람” 같은 생각을 하고 산 적이 없었다.

학부 시절, 어느 동아리 애들이 자기네 동아리 리크루팅을 위해서 그런 냄새(?)가 나는, 자기네가 쓴 논문을 발표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 발표한 분은 미국 초유명 Y대 박사 과정을 가신걸로 기억하고, 나중에 눈이 뜨이고 난 다음에는 정말 엄청난 분이었는데 내가 바보라서 못 알아봐서 미안할 따름이었다.

 

그런 천재들 몇 명이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의 힘으로 뚝딱뚝딱 찾아내는걸 바라기만하는 교육이 과연 옳은 교육일까?

전혀 준비도 안 되어 있고, 가능성도 없는, TOEIC 700점 받고 졸업하는게 목표인 학생에게 TOEFL 105점 대상 수업을 하는건 옳은 교육일까?

솔직히 어느 쪽이 옳은 교육인지 모르겠다.

 

내가 요즘 MBA AI/BigData에 하는 강의는,

TOEFL 115점에게 하고 싶었던 강의를 좀 포기해서 TOEFL 100-105점 정도를 타겟으로 보고 있는 강의인 것 같다.

근데, 국내 대부분의 학생들은, TOEFL 100점 받는 것도 굉장한 고난이도라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

그런 학생들에게 내가 학부 때 했으니까 너네도 무조건 TOEFL 105점은 따라와야된다고 강행군하는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

CMU의 통계 + 공대 교육처럼, 나도 비전문인 내용들은 때때로 타 전공 전문가들의 컨텐츠를 바탕으로 메워넣으면서

TOEFL 105점 수준 강의를 만들어야한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엄청난 고난의 행군을 하는 중인데,

따라오는 학생들에게는 얼마나 버거운 도전일까?

 

다른 한편으로는, 대학 나와봐야 쓸모없는 이유가, TOEIC 700점 받는 교육을 하면서 “어지간하면 졸업할 수 있게” 맞춰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TOEIC 700점 받아봐야 영어로 의사소통이 되는 것도 아니고, 어디 쓸모짝에도 없는 점수인데, 그런 어정쩡한 상태로 졸업을 시켜주니까.

대학이 장사, 사업이 아니라, 정말 지식 탐구의 장이었다면 TOEIC 700점 받으라고 영어 수업 중에 TOEIC 문제집 풀지는 않았겠지.

아쉽게도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대학이 사업이고 장사다. 학생을 살살 달래며 졸업시켜야 등록금도, 정부지원금도 나온다.

심지어 대학교 랭킹 끌어올리는 것도 그렇게 졸업율이 높아야 되더라.

자본주의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의 민낯이 대학 교육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나 싶다.

 

이론 교육을 해서 따라올 수 있는 학생이 거의 없는, “평범한” 대학을 운영하는 분들께 너네 3류 교육 집어치우라고 계속 화내고 다녔는데,

그들도 “데이터 사이언스 학과”라고 그럴듯하게 만들어서 정부 지원금 안 빼먹으면 굶어죽는 조직을 운영하고 있으니 어쩌겠나.

차라리 그런 교육은 안 받는게 맞을까?

그런 3류 교육이라도 받는게 맞을까?

 

어차피 이쪽 지식은 0 아니면 1인데,

0인 교육을 받는게 학생에게는 “어정쩡한 인재가 되는”, “TOEIC 700점 받고 그 다음날 내용 다 까먹는” 비합리적인 선택일지 몰라도,

학교를 운영하는 교육사업가(?)와 가붕개 국민 표 몰이하는 정치인에게는 합리적인 선택이라니…

그게 정부 지원금을 빵빵하게 받고 있는 국내 주요 대학들의 현실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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