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한국의 어이없는 편견들과 싸우면서

한국 대학 vs. 해외 대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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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시절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잠깐 알게 됐던 어느 선배의 사연이다.

재외국민 특별전형으로 우리 학교에 왔던 형인데, 이과에서 제일 점수대가 높은 애들이 가는 과니까 컴퓨터 공학과를 골랐다고 했었다.

오직 자기가 똑똑한 사람인데, 똑똑한 증거를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 이외에,

해당 전공 지식을 어떻게 써서 어떻게 활용한다는 생각이 전혀 없던 분이었는데,

정작 컴퓨터 공학과 학점은 굉장히 안 좋았고, 경제학이건 경영학이건 상관없이 복수전공 하나를 해서 “상경계열” 학위를 하나만 갖고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더라.

전형적인 국내 대기업 인사팀 방식의 채용에 특화된 사고방식을 가진 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전문성이라는거 없이, 똑똑한 애 뽑아다가 일 시키면 되고, 기본적인거만 학교에서 배워오면 나머지는 직장에서 알게된다는 사고의 결과물이다.

 

그럭저럭 15년이 흐른 요즘, 우리 SIAI에 들어온 학생들 중 몇몇에게서도 비슷한 사고방식을 본다.

수학, 통계학 그런건 그냥 가르쳐주는대로 공식에 맞춰서 대입해서 문제 풀면 되고,

자기는 천재니까 가르쳐주는 내용을 이해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 잡힌데다,

결정적으로 학위 받고 꿀 빠는 생각 (아마도 커리어 전향? 연봉 인상?) 밖에 안 하고 있다.

 

그 형님은 외국에서 오래 살았다는 이유로, 집안이 빵빵하다는 이유로,

내가 하고 싶었던 인턴들을 경쟁없이 쉽게쉽게 찾아갔었고,

거기서 “주워들은” 지식이 참 많은 형이었다.

그러나, 회계처리가 애매모호한 문제의 경제적 실체에 맞춰 구분하는 문제 같은 걸 하나도 못 하는,

그래서 그냥 이런건 회계사 물어보고 답 알려줄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상대 회사랑 분쟁하게 되면 더 비싼 회계사 붙여서 이기면 된다는 식의

말 그대로 자기 지식없이, 자기 생각없이, 학위만 받고, 돈만 쓰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사고 방식으로, 공부 따위는 집어치우고 사는 형이었다.

 

자기는 천재니까 우리 SIAI의 학위 과정이 쉽게쉽게 술렁술렁 넘어가야 할 것이라고 착각하는 학생들도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머리를 쥐어짜가며 전체적인 그림을 이해해야한다는 사실을 공감하지 못한 채,

좀 심한 말로 그냥 대충 가르치고 학위나 내놔라는 태도인 것 같아 보이는 경우가 꽤 된다.

 

앞으로 우리 학교 찾아올 학생들을 위해서 미리 선을 그어두면,

그 형님이 엉망진창인 학점을 받았어도 국내 대학이니까 어찌어찌 졸업하셨을지 모르겠는데,

우리 SIAI에서는 그딴 답안지 쓰고 있으면 영원히 유급만 할 것이다.

우리학교의 졸업 기준 최저학점은 1.7/4.3이고, 유급생 제외하고 평균 졸업학점은 2.3/4.3 정도 기대한다.

 

“대학”, “대학원”이라는 곳에서 가르치는 내용은,

국내의 쩌리 커리큘럼에서 그럭저럭 대충대충 가르치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최소한, 아니어야 하기 때문에),

수업을 듣고나서 바로바로 이해하는건 거의 불가능하다. 본인이 정말 폰 노이만 급의 슈퍼 천재가 아닌이상.

 

난 학부시절 그 형의 행패를 더 이상 참질 못해서 한번 들이 받았는데,

“내가 그래도 형인데 임X~”라고 갑자기 나이를 내세우더라.

실력은 전혀 없던, 그냥 부모 덕분에 외국에서 오래 살았고,

국내와서는 재외국민 특별전형이라는 거저먹기 전형과, 그 전형에 특화된 쪽집게 과외 덕분에 쉽게 S대를 왔던 그 형,

설령 고교 수준까지의 지식은 그냥 보고 바로바로 이해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었을지 모르겠으나,

대학와서는 “나는 천재다”는 자뻑에만 빠져 공부를 하나도 안 한 탓에 엉망진창인 학점을 받았던 그 형,

요즘 우리 SIAI와서 어렵다고 징징대는 학생들을 보면서 나는 그 형이 계속 오버랩된다.

 

어렵다고 징징대는건, 말을 바꾸면

“나는 원래 천재라서 쉽게 뚝딱 이해해야되는데, 즉석에서 이해가 안 되는 내용이 나오니까 이건 네가 잘못 가르친거다”는 뜻이다.

근데, 나는 학부 1-2학년 과정을 섞어서 MBA in AI/BigData에 가르치고 있고,

학부 3학년 이상 과정을 내가 아는 진짜 천재들이 듣다가 장렬하게 전사했던걸 평생 몇 백, 몇 천번 봤었다.

내 눈에 천재들도 학부 3학년 이상 과정에서 전사하는데, 학부 1-2학년 과정도 못 알아먹는 너네는 뭔데?

쉽게 말하면, 너네가 내 눈에 천재는 당연히 아니고, 학부 3학년 과정을 쉽게 도장 깨기 할 수 있는 슈퍼 천재와는 거리가 먼 인간이라는 거다.

 

진짜 제대로 공부하는 학생들은 징징대는 메세지를 여기저기에 뿌리기 전에, 참고서들을 뒤져가며 공부하는데 시간을 쓴다.

징징대는 시간도 아깝거든.

 

파비클래스 데이터 사이언스 강의 시절, 그 수업만 듣고는 어디에 어떻게 써야할지 감이 안 잡힌다,

그냥 어디에 쓸 수 있는지, 갖다 붙일 수 있는 코드가 뭔지, 라이브러리가 뭔지 가르쳐 달라던 그런 돌머리 학생들에게,

수학, 통계학을 학부 시절에 얼마나 대충 했길래 이 개념을 못 따라오냐고, 황당하다는 반문을 던지며 몇 년을 가르쳤었다.

 

말을 바꾸면, 나는 기초지식을 기술적으로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가르치고 있었는데,

학생들은 “기능적”인 지식만 찾아다니다보니, 기초 과학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연결을 못 하고 있고,

때문에 기초지식의 기술적 활용이라는 개념 자체를 따라올 수 없는,

즉 상고, 공고 출신 급인 주제에 대학 학위를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경영, 공학, 의학 등 대부분의 암기 중심 전공 출신들이 자기 전공 굴레를 못 벗은 경우에 공통적으로 위의 특징을 보인다. 말 그대로 “기능인”, 잘 해 봐야 “기능장”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요즘보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훠얼씬 더 수준이 낮은 교육을 받았을 것 같고, (상고, 공고 수준…)

설령 학부 수준 교육을 받았더라도, 본인 역량이 부족해서 사고방식이 단순 암기형에서 못 벗어났겠지.

결국, 학부 1-2학년 수준이건, 석사 수준이건, 박사 수준이건, 그 어느 레벨을 가릴 것 없이,

그냥 못 따라오는, 그래서 자기가 바보라는걸 인지해야하는데, 곧 죽어도 바보라는걸 못 받아들이는 고집쟁이로 남은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 형도 학문 자체가 사고력 깊이가 부족한 학문인, 컴퓨터 공학이 대학 전공이었고,

지금 학교와서 징징 DM으로 패악질(?)을 하고 있는 학생들도 경영학과 or 비슷한 수준으로 학위만 받은 사람들이라는걸 감안하면,

역시 멀쩡한 교육을 시켜서 애들이 고생고생하며 학부 학위를 받은 곳들과,

내 기억에 짜증이 장기 기억으로 박힌 전공, 암기로 버틸 수 있는 전공 출신들은 구분해줘야하지 않을까 싶다.

멀쩡한 전공 출신들은 한국 교육 수준이 낮아 제대로 된 훈련을 못 받긴 했어도, 최소한 징징 DM 폭탄 드랍을 하진 않잖아?

나는 왜 이렇게 모를까 자책하고, 숙제를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훈련이 학부시절에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CAPM을 공부했다고 Risk free rate, Mkt return, Beta, 이렇게 3개 값만 알면 공식에 대입해서 주식 가격 평가 할 수 있다고 주장하던 경영학과 애들한테,

Security Market Line이 사실상 분산/공분산의 2차 Moment 비율을 Risk로 계산에 쓰는,

그래놓고 1 variable regression을 한, 지극히 단순화한 계산이라는걸 어차피 이해 못 시킬거 아냐?

걔네가 2차 Moment -> Risk라는 단순 공식에서 벗어나서, Multivariate regression으로 여러가지의 “Risk”를 넣은 모델 (ex. Fama-French 3 factor model)을 이해시키는데 필요한 기초 교육이 얼마나 많았나?

Multivariable regression, Time series 같은 통계학 지식, 미시, 거시경제학 같은 경제학 지식, Multi-factor model 같은 Asset-pricing 모델 지식 정도가 학부 레벨에서 봤던 내용인 것 같은데,

이거 따라오는데만도 우리나라 경영학과 수준을 봤을 때는 최소한 석사 학위 하나를 더 해야 될 거다.

그간 경험으로 봤을 때는 국내 경영학과는 석사를 졸업해도 못할거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학부를 그딴 3류 전공에서 교육받은 애들이 사실상 고교 수준이나 다를 바 없으니,

당연히 회귀분석을 토대로 학문적 이해도를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데이터 사이언스 과정이 미친듯이 어렵게 느껴질 수 밖에.

 

얼마나 많이들 징징댔으면 조교들이 너무 괴로워하길래, 주말에 조용히 불러 고기 구워주면서 좀 달래줬다.

어차피 보면 바로 알 수 있어야 된다는 착각을 가진 애들이 정신 차리기 전에는 어쩔 수 없으니, 그냥 들어주라고.

첫 해니까, 어지간하면 다 받아주자고 했던 내 잘못이라고.

미안하다고.

 

자뻑 가득차서 자기가 얼마나 바보인지 인지조차 못하던 그 형이나, 징징 DM을 열심히 보내는 걸로 보람찬 하루를 보내는 몇몇 학생들이나,

어차피 학교 욕, 교수 욕, 커리큘럼 욕이나 할 줄 알지,

정작 본인이 바보라서 못 살아남는다는 생각을 못 하는건,

절대 자기 탓은 안 하고, 남 탓만 하는건,

뭐 어쩌랴. 인간이면 똑같겠지. 나도 지금 남 탓 하고 있네ㅋㅋ

 

나도 석사시절 동안 징징이였긴 했다. 왜 실력도 없는 주제에 욕심내서 엄청나게 좋은 학교 갔었는지 후회가 많았거든.

단지 내가 친했던 사람끼리는 징징의 내용이 “우리가 Byungsin이라서”라는 자기비하로 이어진 점이 달랐을 뿐.

나중에 박사 공부하러 가니까 B 앞에 “더”를 붙이게 됐었고ㅠㅠ

 

우린 “호로록~” 넘어가고, 성의없이 강의 준비하고, 대충대충 가르치는 교수들을 무시하고 욕하며 술 안주로 삼았는데,

어째 어렵다고 징징대는 학생들을 보니 생각이 많아질 뿐이다.

징징이들 거를 방법은 역시 “시험 치료” 뿐인가…

3줄(4줄) 요약하면, 징징이들이 징징대는 이유는

  1. “기초”와 “기술”을 배우려는게 아니라 “기능”을 배우던 가락이 있어서
  2. 자기가 “천재”라서 쉽게 배울 수 있을거라고 착각들을 해서
  3. (결정적으로) 자기 기초 실력이 부족해서
  4. (국내대학처럼 널럴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제대로 된 수준의 교육을 받으니 미친듯이 어려워서)

이다.

보통 이쪽 리그에서는 기초 실력이 부족하면 석사를 2개 하면서 시간을 들이거나,

아니면 같은 수업을 2-3번 듣고, 학부 수업을 찾아가고 그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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