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한국의 어이없는 편견들과 싸우면서

한국 대학 vs. 해외 대학 (2)

Estimated reading: 1 minute 24 views
160X600_GIAI_AIDSNote

15년쯤 전의 일이다.

University of WisXXXXXX이라는 대학 학부를 나온 분이 해외 대학이 좋은 이유를 짧게 설명하는 간담회(?) 같은 자리에 우연히 참석한 적이 있다.

자기가 한국에서 중X대학교를 2년 다니고, 군에서 유학 준비를 해서 아예 1학년부터 다시 해외대학을 갔단다.

약간 늦게 졸업하기는 하는데, 국내 학부 동기들과 지금의 자신은 주어진 기회라는 측면에서 비교 불가능한 레벨이고,

무엇보다 지식의 절대량이 다르고, 지식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단다.

자기는 사물의 원리를 이해하며 지식을 습득하는 서구식 교육을 통해 자신의 국내 학벌을 지표로 삼을 수 있는 잠재력보다 훨씬 더 큰 사람이 되었는데,

중X대학교 친구들은 여전히 국내식 암기 달달달 교육을 통해 대학 내내 아무것도 배우는 것 없이 졸업하고 전공 살리지도 못하는 직장을 갔단다.

(솔직히 내 생각엔 본인이 매우 뛰어나신 분이고, 국내 모교에 대한 애정이 너무 박해서 까느라 or 졸업하는 해외 대학 자부심이 좀 지나치게 드러난 코멘트였던 것 같다고 생각은 하지만, 어쨌건 국내와 해외 대학간 격차가 매우 심한건 사실이니까…)

 

전공을 살린다는게, 그 전공에 대한 매우 깊은 전문지식이 있어서 회사에서 급여를 주고 쓰고 싶은 인력이 되었을때나 가능한 이야기다.

그런데, 저렇게 전문지식을 탄탄하게 갖추고, 그 분야에서 새로운 지식이 나와도 사물의 원리를 이해하는 사고 방식 덕분에 쉽게 성장하는 인력과,

학부 내내 그냥 암기만해서 머리가 빈 상태로 졸업하고, 어찌어찌 채용해도 새로 나오는건 못 배워서 모르겠다고 하는 인력이 있으면,

당신이 회사 오너라면 누구를 뽑겠나?

 

학교가 잘못 가르쳐서 학생의 시간과 돈을 뺏는 전공으로 가장 단적인 전공이 국내의 경영학과다.

학부 시절, 경영학과 게시판을 가보면 주기적으로 전공을 잘못 왔다, 배우는 내용이 없다, 생각없이 학교 다니면 인생 망한다,

등등으로 자기 전공의 커리큘럼이 얼마나 조잡한지에 대해서 비관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곤 했다.

제대로 가르치려면 학생들이 힘들어 죽을 것 같아할 수학, 통계학, 경제학 기초를 탄탄히 다져야 되는데,

그걸 하나도 안 가르치고 그냥 껍데기만 가르치려니 제대로 된 지식으로 학생들에게 느껴질리가 있나?

그냥 암기나 해서, 학점이나 받고, 졸업장이나 하나 만들자고 생각하게 되는거지.

그러니까 나 같은 사람은 경영학과 학부 졸업장을 갖고 있는 학생은 고졸이라고 생각하는거고.

지난 몇 년간 국내에서 “너무 어렵다”고 욕을 먹은, 그렇지만 해외대학 2-3학년 수준에 불과한 데이터 사이언스 교육 과정을 운영하면서,

국내 대학들 수준이 비단 경영학과 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대학 & 전공에서 비참하리만큼 한심한 수준이라는걸 깨닫게 됐다.

내가 이런 지식을 가진 상태에서 미국 명문대의 입학사정관을 하고 있으면 한국 학위 받은 학생은 아예 안 뽑을 것 같더라.

어차피 못 할텐데, 거기다 “어렵다”고 징징댈 줄이나 알았지, 그래서 “족보”나 찾아다닐 줄 알았지,

학문을 좀 더 깊게 이해해서 자기 커리어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겠다는 사고의 흐름을 그릴 수 없는 애들인 걸 아니까.

 

돌이켜보면, 정말 엄청나게 열심히 공부했던 극소수의 슈퍼인재 몇몇을 제외하면,

나머지 인원은 대학을 그냥 졸업장 하나 받아서 취직하는데 쓰는 스펙으로 삼거나, 고시 합격 후 인맥용으로만 생각한 것 같다.

좀 극단적으로 말해서, 국내 학위 과정은 어느 전공이나 가릴 것 없이 그냥 경영학과랑 똑같은 수준인 것 같다.

대학이 학문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 그냥 미래의 직장 네트워크를 제공해주는 스터디 공간 정도에 불과한듯.

 

학부 시절, 수학적 직관과 경제학적 직관의 최정점을 달리는 극소수만이 교수님이 중간중간에 던지는 질문에 대답하고 식사 한 끼를 얻어먹을 수 있는 “훈장”을 받았던 게임이론 같은,

머리가 터져나갈 것 같이 어렵지만 공부하고 나면 세상을 보는 관점이 완전히 달라지게 되는 수업들 정도를 가르쳐야

정말 진짜 “대학 교육” 등급이 될 텐데, 그래서 학위에 대한 믿음도 생기고, 존중도 받을 수 있을텐데,

한국은 대학 학위를 마구 찍어주는 장사꾼 시스템이 돌아가서, 결국 대학 교육이 실패한 나라가 되어 버렸다.

 

학부 2학년 수준의 지식을 가르치는 MBA 수업에 온 국내 초명문대 공학 박사 하나는 1학년 수준을 몰라서 수업시간에 질문을 하고,

그걸 혼자서 자료를 찾아가며 공부할 수준조차 안 되어서 시간을 한참 낭비하고 있는 절망적인 상황을 보면서,

이렇게 교육을 엉망진창으로 하는 나라에서 기른 인재에게 뭘 더 기대해야하나는 좌절감 밖에 안 생기더라.

학교 운영을 통한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되는 수준까지 강의료를 오퍼해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인력이 없어서 교수진을 못 뽑는 나라인데,

그런 2-3류 교수들이 득시글한 학교들에서 기른 인재가 어떻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을 수 있을까?

받았으면 기적이지.

 

사실 공대 박사들이 득시글한 몇몇 기관에 외부 출강을 몇 차례 나가보면서 이미 한국 공대 수준이 조악하기 그지 없음을 인지하기는 했는데,

그 중 몇몇이 학부 1학년 통계학 입문 과정에서나 배울 t-test, F-test 같은 내용을 몰라서, 근데 그걸 혼자 찾아서 공부할 능력이 안 되는걸 보고,

우리나라에서는 학위를 뭘 했건 상관없이 그냥 학부 1학년부터 다시 들어와라고 그래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학생들 몇몇은 자기는 죽어도 MBA가기 싫다고, 자기는 AI 박사급 인재가 될 후보인데, MBA in AI/BigData는 절대로 안 한다고 뻣뻣하게 굴었는데,

MBA에서 학부 2학년 과정 + 현실 응용을 위한 타 학문 (경제학, 마케팅, 경영학, 산업공학, 법학….) 연계 수업만 해도 뻗어나가는 판국이잖아?

 

블로그를 한참 읽어보고 꼭 이 대학을 가고 싶다, 실력이 안 되니까 MBA를 가겠다, 근데 MSc 가고 싶다 같은 종류의 메일을 꾸준히 받는다

예전엔 백지상태지만 무조건 할 수 있다는 정신병자들 이메일부터 “무뇌충”들에게서 다양한 헛소리를 들었는데,

대학 출범 이후로 요즘은 그냥 좀 헛소리의 종류가 통일되었다는 (무조건 MBA는 안 해…) 느낌적인 느낌(?)이다 ㅋㅋ

그런 정신병자들이 MBA 들어오면 첫 2-3주만에 앉은뱅이가 태산을 오르겠다고 도전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S대 공대 + 대기업 직원 하나가 학기 시작 전 예비 수업으로 배정한 코딩 강의 듣고는 “뇌절” 왔다는 이야기가 얼핏 떠오르네.

그거 우리 개발 이사님이 두 달 동안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MIT 컴공과 수업 보조 교재 기반 수업이다

 

우리 MBA in AI/BigData는 1. STEM MBA라서, 2. 국내 대학이 아니어서, 너네가 알고 있는 ABC 가르치는 가짜 학위 수준 아니라니까.

내 보기엔 국내대학 학위 있는 너네들 (거의) 전부 다 학부 1학년부터 다시 시작해야 되는데, 학부 다시 다닌다는게 잘 납득이 안 되는 상황인 것 같다.

 

학부 저학년 때 배우는 지식들 대부분은 굉장히 지루하고 재미없고,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진 것 같은 경우가 많다.

경제학 원론에서 비교우위론을 배우고, 생산함수, 한계비용 같은 개념들을 배우던 시절에,

해외 거주 특별전형으로 들어온 (이런 애들은 대부분 머리가 나빴다) 동기 하나가 경제학은 아무런 쓸모도 없는 학문이라고 그러더라.

(보통 공부 못 하는 애들이 학교 욕, 교수 욕, 조교 욕, 커리큘럼 욕을 하면서 정작 자기자신의 지적 무능은 절대로 탓하지 않는다.)

그 때 배운 내용을 학부 3학년 때 국제무역론에서 더 깊게 배우고, 나중에 해외 로스쿨을 가서 무역분쟁 전문가가 된 동기는,

“비교우위론 개념없이 FTA 협상하는 한국 외교관들이 바보라고 무시당하는거 듣고 있으니까 진짜 비참하더라”는 하소연을 했다.

무역분쟁 전문 국제변호사라는 화려한 타이틀만 갖고 싶지, 그걸 위해 가장 기초 지식 중 하나인 비교우위론 따위는 공부하고 싶지 않은,

그런 겉만 번지르르한 3류 지식인이 되고 싶다면, 뭐 또 그렇게 사는거다.

 

그러나, 정말 진짜 알짜 지식인이 되고 싶다면, 학부 저학년 때 힘들고 괴롭지만, 이걸 왜 배우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배우는 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다.

t-test, F-test 같은 입문 수준 통계학을 모르니까 결국 박사 학위가 있는데도 MBA수업을 못 따라가고, 혼자서 공부할 수 있을만큼 기초도 안 쌓인 상황이 되면, 본인은 얼마나 괴로울까?

자기도 하답답한 상황이니까, 여기 MBA는 다른 MBA랑 다른 것 같으니까, 나이들어서 힘들지만 그래도 꾹 참고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찾아온 거겠지?

그나마 이렇게 늦게라도 깨우치면 천만다행인데, 영원히 기초 지식은 “쓸모없는 내용”이라고 생각하고 사는 아둔한 특별전형 동기들 수준이

압도적인 대다수라는 것이 우리나라 대학 교육의 현실이다.

 

(Source: Quora.com)

Quora.com에서 갖고 온 Good vs. Bad university 기준대로라면 그 해외 거주 특별전형 동기는 학교를 졸업 못 했어야 된다.

그러나 여전히 모 대기업에서 S대 욕 먹을 짓을 하고 돌아다닌다.

 

문제의 원인이 저학년 교육인지, 고학년 이상 교육인지, 아니면 아예 멍청한 학생들인지, 어느 쪽인지, 각각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결론을 내릴 정보가 부족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모은 정보를 봤을 때, 국내에서 대학 나왔으면, 꼭 경영학과가 아니라고해도, 학위에 색안경을 끼고 봐야된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학교 입학하고 싶다고 궁금증을 담은 이메일을 보낸 예비 학생 분들,

당신들 대다수는 MSc AI vs. MSc DS 같은 고민, MSc DS vs. MBA 같은 고민이 아니라, MBA vs. 학부 1학년(?) 같은 고민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 당신들을 위해 약간의 변명을 달아주면,

대학 교육이 잘못한거지, 당신들이 잘못한 건 아니다.

더 늦기 전에 제대로 된 교육을 찾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일단 눈을 떴으니까,

어떻게 제대로 된 “앎”을 찾을지 적절한 선택을 하기 바란다.

또 다시 잘못된 선택을 하면 그건 더 이상 대학 잘못이 아니라, 당신 탓이라고 봐야 한다.

 

Share this Doc

한국 대학 vs. 해외 대학 (2)

Or copy link

CONT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