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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학년도 SIAI 학위 과정에 대해서 오는 20일까지 수요조사를 거쳐 2~3개월짜리 예비 교육을 할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공지를 지난달 초에 올린 바 있다.
SIAI 소유권이 한국 지사에서 글로벌 본사로 넘어가면서 이래저래 바뀌는 내용이 많다보니 신경 쓰질 못했는데, 벌써 이번 주말이 지원 마감이더라.
이미 공지한대로, 예전에 MSc DS 입학 시험 준비 과정으로 공유했던 기출문제 풀이 영상을 3월부터 듣고, 4월부터 2달간 1주일 수업 2개를 진행하면서 실제 학기와 같은 속도의 교육을 진행해보려고 한다.
기출문제 풀이 영상은 과거 TA들이 목이 터져라 떠놓은 영상을 쓰고, 3~4월에 듣는 예비 수업의 STA501, STA502는 예전에 한국 학생들 대상으로 떠 놓은 동영상을 쓸 계획이다. TA들이 2차례 정도 연습 문제 풀이 영상을 만들어 놨던 걸로 기억하는데, 함께 공유한다. 이 정도면 생존 가능성 여부를 가늠하는데 최적의 플랫폼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마 SIAI 재학생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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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조사 참여자 분들의 지원 계기
수요조사에 참여하시는 분들 대부분이 단순히 짧은 개인 정보만 쓰신 것에 더해서 '간단한 포부' 항목, 혹은 그 뒤에 '지원 계기' 등의 이름으로 장문의 글을 남겨 놓으셨던데, 인상 깊은 내용들 몇 개를 공유해보면 좋을 것 같다.
우선 짧은 글 중에는
하고 싶은 것을 두고 인생을 더 이상 후회하고 싶지 않습니다. 정말로 데이터로 먹고 살 수 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해보고 싶고 그렇지 못하다면 빨리 접고 다른 길 모색하려고 합니다.
국내엔 없는 선진국의 교육을 찾아 헤맸습니다. 꼭 수강하고 싶습니다. 50점 이상을 넘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 후 MBA 과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싶습니다.
환골탈태 할 수 있도록 치열하게 공부하겠습니다
그 동안 물리적인 여건이 안되어 수강 엄두를 못 냈는데 여건이 마련된 차에 글을 보게 되어 수요 조사에 참여합니다. 아는 게 없어서 메타 인지가 안되는 상황입니다. 취지에 맞게 예비 과정을 수강하면 감이 잡힐 거라 기대합니다. 시험 점수는 아직 관심 밖이고, 무엇보다 주제 파악을 하고 싶습니다.
입학을 고민한 지 벌써 3년이 넘어가는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준비하고 지원하자라는 생각에 계속 미뤄왔으나, 돌아보면 변한게 없는 것 같습니다. 더 늦기 전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50점을 넘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들이 있었는데, 아마 밖에서 망설이는 분들도 비슷한 생각들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미 학교에 온 학생들에게 매번 듣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특히 3년 넘게 고민한다는 저 분은 졸업생들 논문 발표하는 학회 세미나에 한번 참석하신 분으로 기억하는데, 세미나 뒷풀이 자리에서 학생들에게 들었겠지만, 어차피 한국에서 수학&통계학 수업을 아무리 더 듣고 와도 따라가는데 큰 도움이 안 되고, '직관'을 길러내는 방식으로 수학&통계학 수업을 다시 들어야 한다. 다들 '고민하느라 시간만 버렸다', '너무 늦었다', '그냥 빨리 와서 F 받는 게 훨씬 더 많이 배운다' 등등의 표현을 왜 썼는지 예비 수업 끝 무렵인 5월 말이나 6월 초에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도 런던으로 석사 유학 가기 전에 직장 생활하느라 다 까먹은 선형대수학, 미분방정식, 해석개론 같은 내용들을 반 년 정도 복습했었는데, 학기 시작 전 Math camp에서 살아남는데 도움이 '1도 안 됐다'고 생각한다.
고급 교육을 찾는 사람은 외롭다
여러 '포부' 중 재밌는 이야기를 주신 분이 있는데, 이 분이 예전에 내가 국내에서 대학 설립을 하려고 Team up을 했던 교수님이 계셨던 곳에서 데이터 사이언스로 이미 대학원을 했다고 쓰셨더라.
그 교수님이 계속 계시는지, 어디로 가셨는지, 더 찾아보질 않아서 모르는데, 일단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건 그 분들의 교육은 내 기준으로 학위가 나갈 수 있는 교육이 아니었다. 고작 그런 교육을 받고, 그런 논문이나 쓰고 있으면서 서로 김 박사, 최 박사 이렇게 불러주면서 박사 과정 생들이라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던 분들을 보는게 적잖이 불편했지만, 당시만 해도 고급 교육 공급, 대학 설립이라는 목표를 위해서 모든 걸 희생하려던 상황이었던지라 가면 웃음으로 포장하고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조직 출신이신 분의 지원 계기를 보고 좀 놀랐다. (솔직히 말하면, 거기 분들은 SIAI 같은 곳을 욕만하고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같은 전공인 대학원을 또 다니려는 이유에 대해선 말씀드리지 않아도 아실 것 같습니다..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에서 교육을 받고도 SIAI의 시험문제들을 대부분 못 풀겠습니다. 이유는 제가 공부를 많이 안한 탓도 있겠지만, 학교에서 배우지 못 했던 내용이더라구요. 또한 다닌 학교에선 사고력을 요하는 힘든 훈련은 제대로 하지 않습니다.
물론 저를 비롯한 학생들은 별로 불만이 없습니다. 머리쓰는 것은 힘들고 싫으니까요. 최상위 대학의 사정은 잘 모르지만, 국내에서 SIAI와 같은 교육을 제공하는 것은 정말 어려워보입니다
GIAI의 글들이나 exam들을 보면 용어들만 좀 알아들을 뿐 모르겠더라구요(첫 과정인 STA501의 exam들조차 대부분 풀지 못하겠습니다). 이대로 제가 취업시장에 나가서 과연 취업이 될지도 모르겠으며, 무엇보다 대표님 글을 보면서 제가 앞으로 살면서 머리는 안쓰고 대충 라이브러리만 갖다써서 튜닝만 하고 그럴 생각을 하니 부끄럽고 좀 섬뜩합니다
솔직히 이렇게 마음 먹기가 쉽지 않다. 몇 줄 글을 읽는 사람들은 그냥 쓱~ 지나가버릴지 모르지만, 불과 200단어 남짓한 짧은 지원 계기에서 엄청난 용기를 냈다는 게 느껴지더라. 굳이 이렇게 해석(?)을 다는 것도 읽는 분들이 저 분의 용기를 조금이나마 이해해주셨으면 하는 생각에서다.
(그렇다고 다른 분들이 용기가 없다는 건 아니니까 오해하진 말자^^)
참고로, 당시 그 Team up 이야기가 나온 교수님은 내가 샘플로 만들어 간 시험 문제들을 보면서 (위의 STA501 기말고사 문제와 비슷한 문제들로 기억한다)
잘 가르치면 (학생들이) 안 오죠
라며 깡소주를 화끈하게 들이키셨다. (어이가 없었을 것이다ㅋ)
좋은 말로 타이르는 표정으로 평소 블로그에 쓰는 글들을 그대로 수업 시간에 읊어주라시던데, 이런 내용은 돈 받고 가르치는거 아니라고 날을 세우다가 결국 그 분과 Team up을 포기했었다. 그런 파렴치한 교육 사업을 하느니 다른 사업하는게 낫다고 생각하고, 애초부터 Teaching school 교수 자리 정도엔 관심도 안 가졌기도 하고, 그렇게까지 양심을 팔아 먹으면서 돈을 벌고 싶진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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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교육은 언제나 외롭다
예전에 ChatGPT에 학교 운영 상황을 정리해서 설명해주고 전략을 한번 물어본 적이 있다.
난 교육 과정을 제대로 운영하고 싶은데(staying true to high standards), 주변에서 욕만 먹는다(self-preserving defamation), 어떻게 대응해야할까는 질문이었다.
위의 답변을 해 주더라.
한 가지 해명을 할 부분은, 'highest standard'나 'hardcore math'라고 부르기에는 굉장히 거리가 먼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저 답변은 걸러서 들어주시면 좋겠다. 아마 수학, 통계학으로 제대로 공부하신 분들은 내가 만든 교육 과정을 'Slack', 'Slopy' 같은 단어를 쓸 것이다. 난 어렵게 가르치고 싶지 않아서 수학을 엄청나게 많이 빼고 포기했기 때문이다. (가끔 그런 부분을 찝어서 비방하는 글들도 온라인에서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리적 사고력을 요하는 부분은 최대한 남기려고 노력했는데, 어쩔 수 없이 붙어있는 수학, 통계학에 학생들 중에는 무서워서 도망간 경우도 있었고, 못 따라오니까 중간에 괴로운 표정으로 좌절하는 경우도 은근히 많았다. 한국 교육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단면 중 하나일 것이다.
저 위에 장문의 지원 계기를 쓰신 분도, 이렇게 말해서 정말 미안하지만 속칭 'Diploma mill'(학위장사꾼 대학을 지칭하는 멸칭)을 가셨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그리고, 정말 안타깝지만 전세계 거의 대부분이 대학이 그렇게 'Diploma mill'의 형태로 운영된다. 요즘 그래서 미국에선 말들이 많다. 대학들이 권위를 잃어버렸다고. (아래의 영문 기사 참조)
왜냐? 학생이 학교의 주 수입원인데, 어렵게 가르치면 학생들이 안 온다.
이번에 당선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그래서 미국 교육부(Department of Education)을 없애겠다고 선언했고, 미국 교육 부실을 강하게 주장했던 린다 맥마흔(Linda McMahon)을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교육 부실화가 한국 만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저 학생 분이 쓰신 표현 중에
국내에서 SIAI와 같은 교육을 제공하는 것은 정말 어려워보입니다 (대표님이 정말 대단하고, SIAI 졸업생들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라는 구절이 있는데, 내가 대단한게 아니라, 사실 멍청한 거다. 다른 교수님들이 나한테 충고한 것처럼
잘 가르치면 (학생들이) 안 오죠
라는 관점으로 학교를 운영해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making the school financially sustainable) 위의 스크린 샷에 담은ChatGPT의 설명대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appearance of learning AI/Data Science'를 원하지, 실제로 공부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머리쓰는 것은 힘들고 싫으니까' (most people don't want real dificulty)
그 교수님도, 날 앞세워서 돈은 안 되지만 학교 명성을 끌어올려주는 속칭 Flagship program을 운영해 홍보에 쓰고, 자기가 운영하는 'Diploma mill' 수준의 프로그램으로 돈을 벌어서 학교 재정을 충당해야 된다는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를 꺼내셨었다.
고급 교육은 언제나 돈도 안 되고,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도 힘들고, 외롭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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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교육을 안 하면 더 외로워진다
우리 SIAI에 국내 대학원의 박사 졸업생들, 포닥하는 학생들이 은근히 왔다 갔다. 전해 듣는 국내 대학원 사정은 예전에 내가 한국에서 석사 과정 1학기를 걸어놓고 대충 다니던 시절에 봤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은 학벌 세탁을 하러 대학원에 왔고, 적당히 졸업장을 주는 교수의 연구실을 갈려고 하지, 제대로 연구해서 미국 석·박사 유학을 보내줄 수 있는 추천서 이름 값이 먹히는 교수들을 제외하면 어정쩡한 위치의 교수들은 사실상 혼자서 연구를 해야하더라.
근데, 이미 대부분의 수출 산업이 중국에 따라잡힌 or 따라잡히기 직전인 나라가 된 한국 실정을 감안할 때,
앞으로 기술력이 없는 회사들은 차례로 도태되고, 그런 인력들도 차례로 자리를 정리해야 될 것이다. 학교에서 인력을 못 길러냈기 때문에 이렇게 기술적으로 추격을 당하고, 프리미엄 기술 개발이 더디다는 이해가 퍼뜩 안 된다면 중국 명문대들의 교육을 한번 찾아가보시라.
고급 교육을 받아본 분들은 더 뼈저리게 깨닫겠지만, 난 한국에서 고급 인재 뽑아서 R&D한다는 기업에 투자할 생각이 눈꼽만큼도 없다. 거짓으로 R&D의 결과물을 포장할 것이고, 그 R&D 인재들 중엔 내가 낸 학부 수준 시험 문제 하나 제대로 푸는 애들이 없을 가능성이 100%에 수렴하기 때문이다.
그럼 저기술 인력 시장은 다를까? 그 시장은 단가가 안 나와서 이미 오래전부터 중국에 뺏긴 거 아니었나?
나만해도 개발자는 2년 전에 마지막으로 내보낸 이후로 무조건 해외에서 프리랜서들만 뽑아서 쓴다.
그래도 사람을 믿고 기다리자고 양보에 양보를 거듭하지 않았다면 훨씬 더 전에 개발 팀을 해체시켰었을 것이다.
그간 회사 기능 자체를 완전히 온라인으로 이전시키기 위해서 계약서도 다시 쓰고, IT시스템도 새로 만들면서 많은 고생을 했는데, 국내 사무실도 완전히 온라인에서만 돌릴 수 있는 날이 매우 가까워졌다. 다른 회사들을 봐도 그렇고, 온라인으로 이전한 회사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더 저렴한 인력들, 더 능력을 갖춘 인력들만 골라서 쓰던데, 그런 A급 인력들을 데리고 쓰는 회사와, 한국에서 '(보나마나 수학 못한다는 소리겠지. 그런 건 필요없고) 코테만 통과하면 된다'는 B급 이하 인력을 채용하는 회사 사이의 수익성/생산성/상품 품질 격차는 더 커질 것이다.
UpWork.com의 인력들을 몇 차례 써 보면서, 이제 대부분의 노동력 시장은 B급이 완전히 퇴출되고 A급만 살아남겠구나는 생각이 들더라. 난 개발 3명 팀을 돌릴려고 급여와 각종 비용으로 1달 2천만원 남짓을 썼는데, 그렇게 돈을 쓰고 내가 받은 건 하나도 없다. 기다리다 지쳤을 뿐이다. 반면, UpWork.com에서 개발자 3명을 내가 필요한 업무에만 골라서 쓰면 한 달에 2천 달러 내외만 쓴다. 그렇게 뽑은 분들은 글로벌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보니, 그리고 시간 단위로 정산되니 비싸면 안 쓰는 걸 아니까 업무 속도도 더 빠르고, 내가 공들여 디버깅을 해야하는 수준의 결과물을 갖고 오면 다른 개발자로 갈아 타 버리면 된다. 개발을 항상 써야 되는게 아니니, 아마 1달이 아니라 1년에 2천만원 남짓을 쓰게 될 것이다.
비단 IT업계의 '노가다'로 불리는 개발 뿐만 아니라, 온라인으로 운영이 가능한 대부분의 직군이 이렇게 바뀌고 있다. 매우 빠른 속도로. 온라인으로 운영이 가능한 거의 모든 직군은 이제 월급 받고 일할려면 초A급이 되어야 하고, B급 이하, 어쩌면 A급 마저도 몇 년 지나지 않아서 '단가가 안 나와서', 4대 보험, 퇴직금, 사내 복지를 챙겨주는 직장들을 구할 수가 없을 것이다. 사실 SIAI 교육만 아니었으면 아마 한국 사무실도 1년 쯤 전부터 온라인으로 완전히 이전을 했을 것이다. 온라인 운영에도 불구하고 국내 운영 중인 다른 사업도 인건비만 자꾸 더 나오면 아마 한국 시장을 버릴지도 모른다.
이렇게 다들 Diploma mill 학위로 노동 시장의 Signalling 효과를 망쳐 놓으면 그 나라에서 누가 대학 학위를 믿고, 누가 인력을 뽑으려고 할까? 나는 그렇게 온라인으로, 다른 나라 인력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금 당장은 내 논리가 도전적으로 느껴질지 몰라도, 몇 년 지나지 않아서 당연한 이야기를 써 놨다고 생각할 것이다.
저 위의 학생이 한 표현 중에서도 비슷한 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대표님 글을 보면서 제가 앞으로 살면서 머리는 안쓰고 대충 라이브러리만 갖다써서 튜닝만 하고 그럴 생각을 하니 부끄럽고 좀 섬뜩합니다. 물론 제 능력이 제일 부족한 게 문제임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나아지고 싶은 마음에 SIAI-MBA 입학을 희망합니다
'부끄러운' 부분은 저 분이 양심이 있는 분이기 때문일텐데, 왜 '섬뜩'하다고 생각하는지는 독자 분들이 스스로에게서 답변을 찾기 바란다.
2류 국가, 2류 인재가 만든 상품의 글로벌 경쟁력과 그 나라의 미래
몇 년 전에 미국 대학원 지원하려던 한 학생을 도와주다가 위의 책을 쓴 적이 있다. 사실 더 예전부터 쓴 글을 묶은 건데, 아래에 언급하는 이유로 아마 올해 말에는 완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저 글에 들어간 기고 글을 처음 쓰던 그 때 느꼈던 글로벌 시장과 한국 시장의 격차는 최근 딥시크 사례(DeepSeek가 되살린 계산 비용 절감 패러다임 | GIAI Korea)에서 보듯이 날이 갈수록 더 커지는데, 아마 중국마저 더 이상 한국 제품을 안 사주는 시대가 오면 우리나라의 수 많은 제조업 관련 공장들이 문을 닫을 것이다.
그 때 예견한대로 이미 많은 공장들이 문을 닫고 있고, 미-중 갈등이 중국의 글로벌 시장 도전을 막는 산업이 아닌 거의 모든 산업군에서 한국은 중국에 수출 경쟁력을 잃었거나, 거의 잃은 상태가 됐다. 여태까지는 '폭탄말고 다 터진다'며 중국산 제품을 비웃었지만, 10년 안에 조선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중국산이니까 한국보다 기술력이 좋겠지'라고 받아들여야 할 지도 모른다. 참고로 한국은행 총재로 계신 이창용 교수님은 학교 수업 시간에 농담처럼
30년 전까지 수천년간 중국이 우리를 무시했는데, 이제 다시 30년이 지나기 전에 중국이 또 우리를 무시할꺼야
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셨고, 중앙일보 홍석현 전 회장은 진심으로
정신 안 차리면 10년 뒤에는 중국인들 발마사지 해주고 살아야 한다
는 경고를 한 적이 있다.
그간 적당히 라이브러리 갖다 붙여서 AI 전문가라고 우기던 사람들이 앞으로 과연 얼마나 더 오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 자기들은 기업 안에 똬리를 틀고 버틸 수 있을지 몰라도, 그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서 수출길이 막히고 있을텐데?
수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한국이 대학을 Diploma mill로 운영하는 동안, 중국은 내가 지난 10여년간 주장한대로 엘리트둘에게 최고급 교육을 시켜서 알짜 인재를 길러냈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서울 사무실 문 닫기 전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올해는 예비과정을 한번 운영해보지만, 이제 온라인 이전 마무리 작업이 초읽기에 들어간데다, Diploma mill로 전락한 한국 대학 교육 상황을 봤을 때, 올 가을부터는 한국에서 SIAI 관련된 모든 마케팅을 접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저 학생의 이야기대로, SIAI라는 작은 도전이 한국 대학들의 교육을 바꾸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그래서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으로 밀리는 일이 2025년이 아니라 수백년 뒤로, 아니 영원히 밀리지 않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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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Response
2023년에 E여대 이과 출신 한 학생이 왔다가 도망갔는데, 온라인 면접 중 앉은 자리 뒤에 타공판이 있길래 타공판과 PCA를 연결시켜서 설명할 수 있는지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PCA가 데이터의 특성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데이터의 절대적인 크기를 줄이려는 여러 계산법 중
고유값(Eigen-value), 고유벡터(Eigen-vector)를 계산하는 선형대수학을 빌려옵니다. 제가 원했던 것은 타공판의 점 N개로 판 전체라는 데이터의 핵심을 다 설명해주는 거 아니냐는 직관이었는데, 의도를 파악하질 못해서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길게 이야길 하다가 MBA의 Business track을 가는게 어떻겠냐고 그랬더니,
이러던데, 좀 미안한 말이지만, 아무리 수학 공부를 더 해도, 그래서 MSc 입학시험을 통과한다고 해도 PCA의 직관을 이해하는 것만 놓고보면 첫 과목부터 F 받을 것 같았습니다. 좀 더 심하게 미안한 말을 하면, 현재 가지고 있는 실력으로 앞으로 10년 동안 기적이 여러차례 터진다고 해도 MSc 입학 시험에 백지를 안 내기가 힘들 겁니다. 수학 실력만 갖춘다고 답안지를 쓸 수 있는 시험이 아니거든요.
국내 K모 대학에서 DS석사 과정하고 있던 중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위에 열심히 지원 계기를 설명한 저 분과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거기서 그런 직관적인 이해를 가르쳐 줄 리도 없고, PCA라는 지식과 지식을 응용할 수 있는 직관을 결합하는, 즉 수학 + 직관 결합이 되어야 타공판에서 PCA를 추론해내는데, 그런 될 성 부른 떡잎은 안 보였습니다. 그걸 해낼 수 있어야 PCA를 기계처럼 ‘데이터 차원 축소법’ 이라고 갖다 쓰는 행동, PCA가 ‘안 맞는 것 같으니까’, ‘다른 걸 또 써보자~ 면서 다른 라이브러리나 비슷한 차원 축소법을 찾는’ 행동 같은 걸 피할 수가 있겠죠.
사실 PCA는 정규분포 스타일의, 2차 Moment가 의미 있는 데이터, 특히 Co-variance가 의미 있는 계산 과정에서만 큰 도움이 됩니다. 분포함수가 정규분포만 아니어도 PCA의 선형 결합이 갖는 데이터 재배열 효과가 흐트러지고, 분포함수가 Skewed인 경우에는 3차 이상 Moment가 중요하니 더더욱 의미가 퇴색됩니다. Co-variance가 중요하지 않은 계산들이면 당연히 다른 계산을 찾아야 하구요. 이러니까 제가 매번 DGP(Data Generating Process)에 맞춰 Data preprocessing, Data modeling을 해야된다고 강조하는 겁니다.
이런 지식이 MSc에 가야만 배우는게 아니라, PreMSc(학부 고학년)를 재포장해놓은 MBA AI에서 다 배워요. 왜냐면 명문대가면 저런건 학부에서 잘 나가는 애들 사이에선 이미 상식이거든요.
길게 지원 계기를 쓰신 저 분은 현실을 깨닫고 MBA의 Biz track을 고르는데, 그래도 STA501, STA502에서 50점이라도 받으면 좋겠다는 '개념’을 장착하신 상황이에요.
이번에 오신 분들 중 몇 명이나 3년 전 MSc DS 입학 시험 최고점인 55.5점을 넘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기출문제 18개 풀이만 보고 시험치는게 아니라 2달치 수업을 다 들으니까 사정이 더 나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혹시나 점수를 못 받더라도 너무 자존심 상해하지 말고, 뽑은 칼이니 Biz track으로라도 학위 과정을 끝냈으면 합니다. 무리해서 MBA Tech track으로 시작하면 시험마다 백지를 내서 채점자를 매우 편하게 해줄 겁니다.
참고로, 올 가을에 졸업할 분들 중에 Biz track 출신인 분들 두 분이 ‘올해의 논문상’ 후보입니다. 지금은 Biz track 가라는게 자존심을 벅벅 긁는 소리일지 몰라도, 학위 과정 후반이 되면 왜 그 분들이 ‘올해의 논문상’ 후보가 되는지, 왜 Biz track만으로 충분한지 이해가 되실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