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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패스트 캠퍼스'라는 이름으로 기억하고 있는 데이원컴퍼니가 상장할 때 내세웠던 '영업이익 45억원' 약속을 못 지키고 작년 영업손실 3.5억원을 기록했다는 기사를 봤다. 때문에 주가가 대폭락해서 자칫 투자자들에게 환매청구권을 당할 수도 있단다.
우선 저 회사 서비스 이름의 '패스트(Fast)'를 바꿔가며 몇 차례 놀린 적이 있었는데, 도저히 AI 교육이라고 납득할 수 있는 교육이 아닌, 단순 코딩 교육이나 하고 있으면서 자기들이 AI 교육을 하고 있다고 하고, 내가 수학 & 통계학 기초 교육 없는 코딩 교육은 사상 누각에 불과하다며 썼던 여러 표현들을 제대로 된 이해없이 그냥 복붙만 한 광고들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구차한 변명과 함께, 시정 잡배 수준의 놀림을 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
사과와 별개로, 나는 당신들이 주가 폭락을 이유로 투자자들에게 환매청구권을 당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국 금융 시장 역사에 길이 남는 실패의 사례가 되기를 바란다. 당신들이 지난 10여년간 했던 그 3류 교육 광고가 국민 세금까지 매년 몇 백억씩 끌어가면서 나라의 미래를 완전히 망쳤다는데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들은 임진왜란 시절 삼도수군통제사 원균 같은 일을 한 조직으로 우리 민족의 역사에 박제되어야 한다.
AI 골든타임은 이미 지났다. 추격자도 안 되는 수준이다
내 눈엔 별로 전문가 같아 보이지 않는 사람들 몇 명을 앉혀놓고 대담 기사가 하나 났던데, AI 골든타임이 길어야 2년이 아니라, 거꾸로 2년 전부터, 사실은 최소한 5년 전부터, 아니 알파고가 나왔던 2016년부터, 우리나라 AI교육이 중국 방식의 초 특급 엘리트 위주, 최소한 코딩 기반이 아니라 수학&통계학 기반으로 돌아갔어야 한다. 한국인 입장에서 중국의 굴기를 보는 것이 딱히 편하지는 않지만, 그걸 칭찬해주는 건 더더욱 불편하지만, 중국은 그걸 해 냈다. 부럽다.
중국 명문대인 페킹, 칭화를 가면 서울대 계산과학 연계과정 같은 특수 과정이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는 수준이 아니라, 정부가 막대한 지원금을 주고, 거기서 정말로 딥시크 같은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A급, S급 인재들을 뽑아내고 있더라. 가끔 그들이 배웠던 내용을 짐작하게 하는 논문이나 중국어 커뮤니티 글들을 (번역해) 보면 '아니 학부생이 이걸 했다고?', '중국 애들 이걸 다 알고 한 거 맞아?' 싶은 생각이 들었던 횟수가 몇 번이나 됐는지 이제 복기도 못 하겠다.
SIAI에 몇 차례 중국에서 협업 문의가 왔었는데, 그간은 내가 반대의 목소리를 냈던 것도 있고, 아무래도 미-중 갈등 중이라 괜히 중국에 엮이면 위험할 것 같다는 공감대가 글로벌 동료들 사이에 있었는데, 요즘 보면 그렇게 콧대를 높여서 되겠나 싶은 상황이 됐다. 아마 더 이상은 글로벌 조직에 연락 안 해도 자기들 스스로 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나라 전체에 꽉 찼을 것이다.
알파고가 막 나왔던 2016년, 최소한 문재인 정권 초반에 난데없이 코딩 교육에 엄청난 정부 예산을 쏟아붓던 시절만 해도 중국의 A급 수학&통계학 인재가 AI산업에 뛰어드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각 산업마다 세부적인 사정은 다르겠지만, 적어도 중국에서 미국으로 유학 보낸 인재들을 겪어본 바에 따르면, 그들이나 우리나 아시아식 암기식 교육, 과거시험제의 부산물인 국가 단위 대학 입시 시스템의 잔영 때문에 시험 점수에 의존해 인력을 평가하는 사회·문화적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고, 인재 양성 수준도 고만고만했다.
중국 유학생 대부분이 수학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응용해서 현실을 분석하는 창으로 쓸 수 있는 역량을 못 갖추고 있다가, 미국으로 석·박 유학을 와서 뒤늦게 그 역량을 키우려다 힘들어 하는건 한국 애들과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예산 부족한 서울대의 계산과학 연계과정, 예산 넘치는 중국 8성급 대학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AI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경로가 서울대의 계산과학 연계과정이고, 나머지 교육은 사실상 Diploma mill (학위장사꾼 대학에 대한 멸칭)에 불과하다는 맹비난에 목소리를 높이던 2020년 무렵, 그래서 도저히 눈 뜨고는 못 보고 있겠다며 대학을 세워야겠다고 결심했던 그 무렵에, 페킹, 칭화에서도 그런 연계과정이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 중국도 이걸 따라하네?' 정도만 생각했었다.
근데, 더 이야기를 찾아보니 이미 이름만 달랐을 뿐 그런 조직이 예전부터 있었고, 페킹, 칭화라는 중국 양 대 명문대학교가 서로 경쟁하면서 그런 연계 프로그램의 수준을 높이고 있더라. 더 놀라운 건, 내 박사 시절 연구실 동료가 나온 대학들인 상해교통대, 무한대학교를 비롯한 중국의 8성급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A급 중에서도 초A급 인재를 길러내는데 엄청난 경쟁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내가 스탠퍼드 산업공학과의 계산 비용 절감 관련 강의 자료를 어떻게 구하고, 그걸 뜯어고쳐서 이해하기 쉽도록 강의를 만들어서 일부 공개하니, 내용을 하나도 이해 못하면서 AI 가르치는게 아니라 내 학부 전공이었던 경제학을 가르친다고 비방하는 커뮤니티 댓글들이나 봐야했는데, 같은 2021년에 중국의 대학들은 미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똘똘 뭉쳤고, 한국은 날 돈키호테로 만들어버리는 댓글부대들이 똘똘 뭉쳤던 것이다. 오죽하면 SIAI에 공부하러 왔다가 포기하고 떠난 한 보험계리사가 "왜 SIAI는 욕하는 글 밖에 안 보이냐"며 안타까워 했을 정도다. 나라의 미래를 갉아먹는 세력을 지적하니 똘똘 뭉쳐서 날 험담하고 깎아내리는데만 집중했지, 정작 몇 년 안에 30년 간 깔보던 중국에게 기술 추월을 당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당시 댓글부대 일부가 국내에서 3류 코딩 교육을 하던 몇몇 IT학원 관계자라는 것에 대한 매우 강한 심증과 상당한 정도의 물증을 갖고 있지만, 굳이 법적인 투쟁까지 가진 않았다. 당장 교육이 우선이었고, SIAI 명성을 지키는데는 조금 도움이 될지 몰라도 회사를 키우는데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그 때 당시에 댓글부대들에 철퇴를 가했어야 했다. 그랬어도 국내 초·중·고교의 교육 수준을 볼 때 여전히 국내 대학들이 수익성을 위해 Diploma mill 수준의 교육을 하지, 중국이 그랬던 것처럼 제대로 된 AI 교육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최소한 국내 시장에 좀 더 강력한 메세지를 줄 수는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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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기업 활용(Industry-ready)'에 매몰된 AI 교육 시장
우리나라 기업들과 미팅을 하다보면 '실제 기업 활용(Industry-ready)'이 아닌 AI 교육에 돈을 쓰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생각들이 진하게 배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지방에 있는 국내 모 정부 산하 기관에 재직 중이라는 P공대 학·석 출신 관계자가 한번 우리 사무실을 찾아온 적이 있었는데, 고작 컨설팅 비용 30만원을 주면서 AI 교육 시장을 파악해보려고 한 적이 있다. 자기네들도 그런 교육 프로그램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은가보더라. 그 때 들은 표현 중에, 자기네 조직의 '박사'들이
현장에서 어떻게 쓰는지만 알려주면 된다
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미안한데, 그 박사들 중에 과연 SIAI의 PreMSc 혹은 AI MBA 과정 첫 학기, 첫 시험에서 F학점을 피할 수 있는 분이 몇 분이나 될까? 기초 지식을 모르는데 현장에서 어떻게 쓰는지를 말할 자격이 있다는 생각은 어떻게 할 수 있는거지?
그간 세종시의 국책 연구원들을 찾아가서 봤던 국내 대학 공대 출신 박사들 중에 내가 글로벌 교육에서 충격먹으며 배운 수학&통게학 응용력 훈련이 된 분은 정말 단 한 명도 없었다. 영국 대학 학부 2학년 수준 문제에 손도 못 대는데 국내 명문대 박사 학위자라니. 국민 세금으로 월급 받는 연구원이라니.
실제로 제대로 된 '기업 활용' 연구 기관은 아예 수학&통계학 훈련이 완전히 된 분들이 논문으로 나온 연구들을 실제 기업에 쓰는 결과물로 변형시키는 곳이다. 코드 몇 줄을 조금씩 바꿔서 실제 기업 상황에 맞추려면 그 코드 몇 줄에 담긴 수학&통계학을 모두 알아야 되기 때문이다.
즉, AI 교육 시장이 '실제 기업 활용'이라는 단어를 쓸려면, 수학&통계학 훈련의 장벽을 일단 넘은 인재들을 대상으로, 응용력 훈련 교육이 되어야 한다. 그 응용력 훈련 교육은 코드를 베껴서 붙이고, 현장에서 어떻게 쓴다는 Case study를 듣고, 어느 기업에서 썼던 코드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와 주어진 문제에 맞는 모델 변형 훈련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 입학하자 마자 'Data-based Decision Making'이라는 수업에서 그런 역량을 얼마나 흡수했는지 점검하는 시험을 쳐서 자를 학생을 빨리 내보낸다. 한국 시장이 수학&통계학이 필요한, 혹은 그런 기초 학문 지식이 필요한 많은 산업을 '통밥'으로만 해결해도 선진국들을 추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수학&통계학은 몰라도 된다는 인식이 생겼겠지만, 안타깝게도 계산과학이라는 학문이 그런 만만한 학문이 아니다.
그간은 내 주장에 반감 세력이 많았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중국 청년들이 딥시크(DeepSeek)로 내 주장을 증명해줬다.
그래서 SIAI 설립할 때도 AI MBA (혹은 PreMSc) 과정 초반에 수학&통계학 훈련의 장벽을 배치한 것이다. 학부 수준으로 벽을 낮추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벽을 넘은 학생들은 중·후반부의 다양한 응용 수업들을 들으며 데이터 활용 능력 혹은 진짜 '실제 기업 활용(Industry-read)' 능력이 생기고, 쉽게 논문도 써내는 반면, 그 벽을 못 넘은 학생들은 포기한다. 교육 기관의 수익성에는 최악의 선택일지 모르지만, 이것이 제대로 인재를 걸러서 키우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실제 기업 활용(Industry-ready)' 기관과 '죄악주(Sin stock)'
문재인 정부 초기에 코딩 교육을 AI 교육이라고 포장하던, '무조건 딥러닝을 써야 함. 기존 통계학을 쓰면 안 됨. 100% 정확도가 나와야 함' 같은 정부 프로젝트 제한 사항을 봤던 그 황당한 2017년부터 지금까지 약 10여년간, 한국은 속된 말로 '똥볼만 차다가' 이렇게 후진국이 됐고, 중국은 인류 최대의 도전에서 미국과 기술력으로 경쟁이 가능한 나라가 됐다.
'연구'가 아니라 '실제 기업 활용(Industry-ready)'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수학&통계학'이 없고 '코딩'만 있다고 생각하는 한국식 사고 방식이 아마 근본 원인이었을텐데, 그런 트렌드를 만들어 낸 곳 중 하나가, 최소한 그런 인식을 이용한 광고를 가장 많이 한 곳, 막대한 과대 광고로 매출액을 가장 많이 만들어 낸 곳이 이 글 처음에 언급한 데이원컴퍼니일 것이다.
데이원컴퍼니, 당신들은 나라의 미래를 망친 책임을 져야 한다. 당신들과 더불어, AI 교육 한다며 코딩 교육을 포장했던 IT학원들 모두가, 더 멀리 나아가서는 수학&통계학 역량이라는 자격 없이 그 수혜를 독점했던 국내 대학 컴퓨터 공학과 교수들 및 관계자 대부분이 모두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 당신들의 주머니로 들어간 그 돈의 상당액이 국민의 피땀 어린 세금이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에서 담배, 술, 카지노, 게임, 대부업체 등을 묶어서 죄악주(Sin Stock)라고 부르고, 꾸준히 수익성을 내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산업에 투자하는 펀드와 연계를 끊는 연기금들이 많다. 참고로, 국민연금이 죄악주에 투자하면 맹비난을 받는다. 기업들이 ESG 열풍에 편승하는 것도, 그런 연기금의 투자 선택을 받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난 당신들이 죄악주라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공무원들이야 위에서 정치인들이 시키니까, 뭐라도 보고서를 써 내야 하니까, IT학원들이야 정부의 어리석은 정책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치더라도, 최소한 대학들은 죄악주가 아니라 구세주가 될 수도 있었는데, 아마 반 값 등록금, 고교 교육 부실화, 그로 인한 대학 교육 위기, 무능한 정부의 예산 절감 등이 원인이었다는 변명을 할 수 있겠지만, 아무리 양보해도 그간 이익을 고스란히 누렸던 당신들 카르텔이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상아탑에 있는 당신들이 시장을 일깨웠어야 한다. 그것이 사회가 당신들에게 준 지위에 따르는 책임이다.
당신들이 AI후진국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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