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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올해 4월부터 시작하는 SIAI 예비과정에 들어오겠다는 학생 6명과 3~4시간 정도 피자 깔아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그간 재학생들에게 들었던 내용들의 복사판이라 크게 새로운 부분은 없었지만, 전반적으로 뭘 해도 한국에선 취직이 안 된다는 패배감이 요즘 2030 사이에 가득 들어차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위의 기사에 나온 2030 구직 포기자 75만명 숫자는 아마 현실을 잘 반영해주면서도 동시에 현실을 전혀 반영해주질 못할 것이다. 그냥 쉬는 인력이 저렇게 많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몇 백만 명의 2030이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 타협을 하고 있고, 그 타협이 '먹고 사니즘'과 맞닿아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 학생들에게 했던 말 중에, 지난 2023년에 받았던 학생들이 졸업하는 올 늦여름을 끝으로 더 한국에서 운영 안 할려고 했다, 미국, 유럽의 탑스쿨 프로그램 갖고와서 가르쳐봐야 욕만 먹고, 한국 교육이 이상하다고 지적하니 음해하고, 기초 통계학 응용부터 가르친 교육 자료가 나가니 '데이터 과학'이 아니라 '경제학' 가르친다고 놀리기만 하는데, 기초 교육부터 안 되는 수준인 나라라는 걸 잘 보여준다는 뜻 아니겠냐, 뭐 하러 여기서 더 시간을 쓰냐고 생각했었다고 그랬었다. 사실 올해도 시켜서 하는거지, 내 의지로 하는 건 아니라고.
이미 중국에 추월 당했는데, 뜯어 먹을게 뭐 있다고 여기 붙어 있나
이미 여러차례 이야기 한대로, 한국은 이미 중국에 추월당한 나라다. '한국인이 15억명 모이면 중국인'이라는 국내 커뮤니티 속설에 담겨 있듯이, 그들도 우리랑 비슷하게 남의 콘텐츠 빨리 베껴서 추월하는 전략에 능한 나라고, 실제로 그 전략으로 우리를 지난 30년 정도 동안 엄청난 속도로 추격했다. '이젠 다 따라잡혔다'는 수준이 아니라, 탑 라인 뿐만 아니라 기초부터 밀린다고 봐야될 수준이라는 좀 솔직한 보고서가 나왔나보더라.
왜? 이제 10년 가까이 열심히 외쳤던대로, 한국 돌아와보니 한국은 기초를 쌓는데 신경도 안 쓰고 살더라. 그저 남의 회사에서 쓴다는 코드 베껴서 쓰면 된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는데, 어떻게 한국이 베끼기 전문가 중국과 기술 격차를 유지할 수 있나?
“딥시크가 오픈소스로 공개한 기술적 노하우를 활용하면 수조원에서 십수조원 규모만 투자하더라도 ‘씽킹(추론 기반) AI’ 개발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오픈소스로 공개한 기술적 노하우를 활용하면' 이라는 표현에 대한 판단은 당신들의 몫이다.
위의 기사 같은 이야기가 나올만큼 이제 개발자 뽑는 시장이 축소됐다는 걸 대부분이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한국 경제가 돌아가는 분위기를 봤을 때, 중국에 대부분의 산업을 다 뺏기는건 시간 문제라고 보인다.
사모펀드들이 열심히 대기업 계열사들을 안 사주게 된 이유도,
이게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못 팔 것 같으니까, 가격이라도 싸게 사야지 수익을 남겨 먹을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경제 망한 남유럽, 동유럽 애들처럼 '탈출' 준비해야지
열심히 탈출 준비를 하면서 내가 제일 먼저 했던 건 회사 IT시스템을 모두 '자체 제작'이 아니라 '오픈 소스 기반'으로 옮긴 것이다.
블로그 용도로만 쓰던 WordPress를 언론사에 붙여봤다가, 플랫폼 자체의 한계를 극복하기 힘들다는 걸 깨닫고 결국 Drupal로 옮겨탔고, SIAI 교육은 Moodle로, 회사 내부 커뮤니티 운영은 NextCloud로, 월급부터 각종 인원 관리용 ERP는 ERPNext로 갈아탔다. 그 와중에 커뮤니티 시스템은 Discourse로, AWS의 S3는 자체 Min.IO로 갈아탔고, 해킹을 여러번 당하다가 내 눈 앞 L2 머신에 Router OS를 깔아서 보안용으로 나온 해외 오픈소스들을 쓰는 방식으로 바꿨다.
오픈소스가 비용은 0원이어도 각각의 시스템이 만드는데 적잖은 시간이 걸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열심히 구글링을 해 보면 '개발 문서'가 다 있고, 그들도 자기네 오픈소스를 키우고 싶어서 커뮤니티도 만들고, 여기저기 자료들을 많이 뿌려놨더라. 개발자들 시켜놓으면 영어 문서 읽고 이해하는 속도가 느려서 일 처리가 더딘거에 불만이 많았는데, 다 내보내고 나 혼자서 극복하느라 좀 힘들었던 시간을 지나고 나니 요즘은 편하다.
더 중요한 건, 뭘 해야되는지 그림이 그려지니까, 해외 프리랜서들한테 일을 구체적으로 지정해서 던져줄 수가 있게 됐다.
일을 받아가는 프리랜서 개발자들, 디자이너들의 국적은 거의 대부분
- 남유럽, 동유럽, 터키, 인도 (및 파키스탄), 동남아
정도다. 자국에 산업이 없으니까 일찌감치부터 해외로 눈을 돌렸고, 해외 시장에서 많이 쓰이는 각종 오픈소스들에 대한 경험치가 적게는 수년간, 많게는 수십년간 누적된 개발자들도 많다.
남유럽을 제외하면 국민 소득이 연간 5,000달러가 안 되는 곳도 많고, 덕분에 급여를 많이 주지 않아도 그 분들은 굉장히 고가의 급여를 받는다고 생각하고 일을 한다. 남유럽도 청년들 실질 실업률이 한국보다 높은 나라들이라서 '먹고사니즘' 관점에서 저가 수주 경쟁에 뛰어든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한번 기억나는 사건은, 아이슬랜드에 있다는 폴란드 애가 간단하게 콜을 하고 일을 하자고 그래서 대화를 시작했는데, 자기 팀 애들 국적을 읊는데 다들 남유럽 애들이더라.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모두 2011년에 내가 런던에서 경제 망한 나라들 은행 네트워크 시스템 붕괴 모델 만들 때 열심히 자료를 찾던 나라들이다. 나라가 망한지 10년이 넘으니까 젊은 애들이 아시아 시장에서 500만원짜리 프로젝트 수주할려고 나한테 세일즈 미팅을 해야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WordPress를 쓰던 시절에 만났던 개발자들은 거의 대부분 동유럽 사람들이었고, 심지어 질문에 답변해주는 Q&A 팀은 중동에서 동유럽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몰려있었다.
업무를 던지는 플랫폼이 WordPress보다 좀 더 고급인 Drupal과 NextCloud로 바뀌니까 서유럽 애들도 간간히 나타나는데, 그래도 대부분은 여전히 위에 언급한 지역 인력들이 대부분이다.
WordPress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오픈소스들도 사실 저런 저가 노동 시장의 진입이 없었으면 지금만큼의 성공을 만들어내진 못했을 것이다.
그들은 '자기 나라가 망했으니', 일찌감치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렸던 덕분에 이렇게 새로운 노동 시장을 찾게 됐다.

한국도 이제 경제 망한 나라 됐다고 생각하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
지난 2018년부터 이제 만 7년이 넘게 한국 시장에서 AI/Data Science를 쓰는 방식이 완전히 틀렸다, 기초부터 0점이다, 이건 코드 복붙에 불과하고,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는 이야기를 수 없이 반복하고 살았다.
열심히 떠들어봐야 바뀌지 않았고, 이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한국은 끝났다.
'국장 탈출은 지능순'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신들이 '꿀 빠는' 직장이라고 생각하는 대기업, 공기업도 몇 년 지나지 않아 남유럽처럼 10년간 끝나지 않는 구조조정에 빠질 것이다.
안타깝지만 그 좁은 문을 비집고 들어가서 '꿀 빠는' 인생을 살 수 있는 분들 아니면 이젠 동유럽, 터키, 인도, 동남아 애들하고 싸우는 시장에 가야 한다. 코로나 덕분에 재택근무로 '꿀을 빨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기업들이 해외의 더 저렴한 노동력으로 갈아타버릴 수 있게 되는 '부작용'도 함께 따라왔다. 당신들 중에 아주 일부만 한국인 직원이 필요해서 채용해야 하고, 그 외에는 해외 저렴한 인력을 쓸 수 있는 시장이 됐으니, 정작 기업이 '꿀 빠는'노동 시장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6070이 30년 전에 IMF 구제 금융을 맞을 때부터 기어를 갈아넣었어야 했는데, 중국 시장이 열리면서 '꿀 빠는' 시절을 보냈고, 그래서 고쳐야 된다는 목소리가 묻혔다. 4050은 윗 세대보다 노동 시장 진입이 힘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불편하게나마 타협할 수 있는 자리들은 있었다. 그런데, 4050 중에 깨어있는 목소리들이 도전해도 무차별하게 짓밟았던 6070의 그 고루한 시스템이 이제 수명을 다했다. 최소한 중국 애들이 더 이상 안 사준다. 결국 6070의 성공이 2030의 목을 조이는 나라가 됐다.
What got you here won't get you there
우리 회사도 시스템을 글로벌 시장 전용으로 바꾸는데 고통의 시간이 필요했던만큼, 기업들이 당장은 아까운 시간을 버리겠지만, 시간 싸움이지 기술적인 도전은 없는 영역이 됐다. 이미 코로나를 거치며 필요한 도구들은 거의 다 개발이 됐거든.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기업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빠른 속도로 한국을 버릴 것이다.
지금 4050은 6070이 됐을 때 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이 많을텐데, 2030은 더 늦기 전에 한국이 망한 나라라고 생각하고 미리부터 탈출 준비를 잘하면 어쩌면 나한테 프로젝트 수주하던 남유럽, 동유럽, 터키, 인도, 동남아 애들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를 얻기는 할 것이다.
참고로 WordPress -> Drupal 이전 관련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 말레이시아의 Drupal 전문 개발자는 자기가 1년에 버는 돈이 20만 달러가 조금 넘는다고 그랬었다.
'가우스 안 쓰는거 다 아는데, 그냥 챗GPT 쓰라고 하세요'
삼성이 오픈AI를 따라서 만든 '가우스'라는 이름의 '삼성LLM'이 있다. LG도 'LG LLM'이라고 불리는 모델이 있고, 주요 대기업들이 H100 물량을 엄청나게 사들이더니 우후죽순처럼 자체적으로 LLM 모델을 만들어놨더라. 챗GPT 쓰면 기업 기밀이 빠져나간다고 자체적으로 만들라는 지시가 윗 선에서 내려왔을 것이다.
마침 메타에서 LLaMA를 오픈소스로 뿌렸고, 그걸 보고는 '라이브러리'가 생겼으니 '붙여서 만들면 된다'는 생각으로 개발 팀이 자신있게 '할 수 있다'고 이야기 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 개발자들이 가장 원하는 건 '갖다 붙일 수 있는', '글로벌 기업이 쓰는', 그래서 '남들도 다 쓴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그런 '라이브러리'거든.
SIAI 학생들이 이렇게 이야기 하더라.
AI에 뭐 투자해봐야 아무것도 안 된다는 걸 깨닫던 시점에 챗GPT가 마치 구세주처럼 나타나서, 그 때까지 성과 못 내던 컴공, 산공 박사들한테 생명줄이 된 것 같았는데, 2년 투자해서 자체 LLM 만들어내니 교수님이 예상하신대로 쓰지도 못하는 걸 내놨단 말이죠
지난달에 이제 딥시크가 오픈소스를 내놨으니, H100을 많이 안 써도 똑같은 걸 만들 수 있다면서 역시 또 코드 복붙을 할 것이라고 우스개로 답변해줬었다. 아니나 다를까,
“딥시크가 오픈소스로 공개한 기술적 노하우를 활용하면 수조원에서 십수조원 규모만 투자하더라도 ‘씽킹(추론 기반) AI’ 개발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정작 한국어 콘텐츠와 시장 상황에 맞도록 데이터와 LLM 모델을 뜯어 고칠 생각은 안 하고....
최근에 삼성에서 나온 이야기로 이재용 회장이 임원들 회의에서
가우스 안 쓰는 거 다 아는데, 그냥 챗GPT 같은 외부 솔루션 쓰라고 하세요
라는 표현을 썼다는 이야기를 관계자들에게 전해들었는데, 그 이야기를 SIAI 학생들끼리 하던 중에 삼성 직원 하나가
무슨 수학자 이름이 왜 삼성이랑 관계있지? 우리 회사는 수학이랑 관계 없는데.... 싶다가 아~ '가우스' 나왔다고 쓰라고 했는데 아무도 안 썼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기억이 나더라구요
라며 농담을 했었다. 이런 사정은 다른 대기업들도 다르지 않다는 걸 여러 소스를 통해 전해 듣는다. 예전에 Toy model을 만들면서 겪었던 사건이 있는 만큼 결과물을 어느 정도 예상하기도 했고, 그간 국내 개발자들을 채용하면서 알게 된 한국인 개발자들의 사고 구조와 프로젝트 운영 방식을 봤을 때, 그들이 LLaMA를 어떻게 수정해서 썼을지 대략 짐작이 된다.
우리나라는 공대 교육 자체가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아무리 '공돌이 갈아넣어 봐야' 별 수 없다고 얼마나 많이 이야기 했었나?
결국 위의 선택이 가장 합리적인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남유럽 따라가서 동유럽, 인도, 동남아 애들이랑 싸울 준비해야
예전엔 경쟁이 글로벌이 아니었다. 그래서 IQ가 100이상이면 '꿀 빠는' 직장에 취직할 수 있었다. 50%가 취직한 셈이다. 남녀 경쟁도 없었으면 25%가 취직했다.
이젠 경쟁이 글로벌이다. 글로벌에서 채용 가능한 기업이면 IQ 120이상만 채용해도 같은 숫자를 채용할 수 있게 됐다. 거기다 여성 운동으로 성차별도 거의 없다. Remote라면 더더욱.
그 경쟁에서 탈락하는 기업은 채용을 못할테니,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저 기준 숫자는 더 올라갈 것이다.
우리나라가 고급 교육을 제대로 시키는 나라였다면, 대학들이 내가 말했던 개혁을 할 수 있었다면, 우리도 중국처럼 미국이랑 맞짱뜨는 고급 상품 시장을 열 수 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그런 도전에 완벽하게 실패했다.
이제 우리는 중국이 20년 전에 들어가던 시장, 지금 동유럽, 인도, 동남아 애들이 자리 잡고 있는 시장, 남유럽 애들이 10년 간 뚫고 들어가려던 그 시장으로 눈 높이를 낮춰야 한다.
받아들이기 괴롭다. 마치 망한 기업이 알짜 자산을 파는 것처럼. '말뫼의 눈물'이 생각날 정도다.
근데, 모든 걸 다 떠나서, 국내 대학 교육 수준이 그것 밖에 안 되잖아?
지난 20년 동안 그런 인력만 길러냈잖아? 콜라파고스(Korea + Galapagos) 상태로 20년을 보냈잖아?
GIAI India로 할려던 사업 모델 - 개발 프로젝트 수주 사업
원래 SIAI를 설립할 때 유럽 친구들이 목표는 '대학교'가 아니라 '연구소'였다. 굳이 따지면 '연구소 부설 대학교' 설립을 지원해 줄테니, 몇 년 후부터 '연구소'를 돌릴 수 있도록 미리 '대학교'를 키워달라는 것이었다.
내가 교육 수준에 단 1g도 타협하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 친구들도 그렇게 날 믿어줬고, 기대치보다는 부족하지만 그래도 논문 10개 남짓이 뽑혔다. 앞으로 몇 개나 더 추가될지 모르겠지만, 아마 한국 땅에서 남은 학생들 '멱살 잡고 끌고'가도 GIAI/SIAI 조직에 20개 이상의 논문을 기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무리 시험 문제를 논문을 재구조화해서 만들었어도, 문제만 풀어서는 안 되고, 논문을 쓸 수 있어야 된다고 강조했던 건 물론 내 교육 철학이다. 배운 걸 응용 못하면 회사 가 봐야 국내 인력들처럼 코드 복붙만 하고 있을테니까. 다만, 내가 왜 그렇게 교육 철학을 굽히지 않았느냐, 왜 돈 안 되는 '자원봉사' 소리 듣는 교육을 붙잡고 있었느냐에 대한 질문에, 위의 사정으로 어느 정도 해명이 됐으면 한다.
지난해 초, SIAI 소유권 문제, 향후 운영 방침에 대한 교통정리가 어느 정도 되고 나니, 그 친구들이 계획했던 '연구소' 사업의 또 댜른 전 단계로 GIAI India를 만들어서, 그쪽의 개발 인력들을 묶은 팀을 만들고, 그 팀이 GIAI의 Credential을 이용해서 저급 개발 프로젝트를 쉽게 따가는 일종의 Licensing 사업 이야기가 나왔다.
실제로 내가 인도에 외주를 줄려고 보면 주소가 2개 있는데, 하나는 인도지만 나머지 하나는 New York 인 경우가 많다. 그래도 홈페이지 콘텐츠가 별로 대단하지 않기 때문에 인도 애들이 미국에 페이퍼 컴퍼니만 만들어놨겠구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우리는 고급 교육을 해서 만들어낸 학술 저널(JMDS), 그런 교육을 제공하는 대학(SIAI)도 있고, EduTimes나 MDSA(사단법인 데이터 사이언스 경영학회) 같은 글로벌 저널, 학회 같은 조직이 덧붙여져 있으니 충분히 더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실컷 고생해서 다 만들어놓고나니 밥 숟가락.....읍읍...)
인도 조직들이 Licensing 사업 조건으로 대부분 SIAI 학위를 거저 먹으려고 들어서 협상 진전이 잘 안 되고 있는데, 인도 애들의 깐깐한 요구 조건을 들어주느니, 그냥 한국에서 인도 같은 사업을 돌리면 어떨까는 생각을 한번 해 봤었다.
인도에 우리가 연락하는 팀들은 거의 대부분 학원을 하나 갖고 있다. 그 나라 기준으로 비싼 학비를 내고 3개월, 6개월, 1년 과정을 듣고, 시험을 쳐서 합격하면 프리랜서 개발자로 플랫폼에 등록해주고, 외주 프로젝트를 따서 월급을 주는 시스템이다. 대학교 학위는 아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를 벌어 올 수 있는 시장이다보니 급여 수준이 달라서 인도 학생들의 적극성이 높은 것 같아 보였다.
가르치는 내용을 보면 한국처럼 Java SpringFrameWork 가르치는 곳은 아예 없고, 글로벌 시장에서 제일 많은 쓰는 PHP로, 그 위에서 돌아가는 WordPress, Moodle, Drupal 에서 어떻게 플러그인을 만들고, Python으로 돌아가는 ERP인 Odoo, ERPNext 같은데서 플러그인 어떻게 만드는지가 주력 교육이더라.
좀 말을 바꾸면, 학술적인 도전, 고급 기술 도전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수요가 제일 많은 시장에서 적당한 역량을 갖춘 후, 가격 경쟁력을 갖고 들어가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내가 고객 입장에서 그들의 서비스를 써 보면서, 아쉬운 점도 많았고, 또 사기도 많이 당했지만, 한편으론 그 교육이 B급 인력들로 글로벌 시장을 뚫고 가는 열쇠라는 인식도 생겼다.
GIAI Korea 밑에도 GIAI India로 하려던 그 사업 돌려보면 안 될까?
인도 애들의 저 사업 모델을 한국에서 돌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지는 사실 오래 됐다.
취직 안 된다고 울고 있는 2030 애들이 '한국은 이제 진짜 망했다'는 인식을 갖고, 남유럽 애들이 그랬던 것처럼, 동유럽, 인도, 동남아 애들하고 싸우는 시장에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안 할 것 같더라. 우리나라는 무조건 '대기업', '대기업', '대기업' 이렇게 노래 부르는 애들만 모인 나라잖아.
언어 장벽도 큰 문제다. 유럽 애들은 영어와 언어가 비슷하니까 어느 정도 극복했고, 인도는 영국 식민지 출신이라 그게 되는데, 심지어 동남아도 태국 빼면 유럽 국가들 식민지 경험이 있어서 고급 교육 기관 출신이면 유럽 언어가 익숙한 편인데, 한국은..... ('신은 조선에게 2번의 기회를 주었다, 신미양요와 거문도 사건' - 이라던 스누라이프의 어느 댓글이 문득 떠오른다)
그간 생각해 본 건 영어 잘하는 애 1명이 세일즈를 전담하고, 그 뒤에 영어로 읽기는 문제 없는 개발/디자인 인력을 10명 정도씩 붙여주는 시스템이다.
경쟁 시스템으로 영어 잘하는애 3~5명이 프로젝트 총괄을 맡으면서 컨설팅 기업 파트너처럼 프로젝트 수주와 인원 관리를 다 맡으며 수익을 20~30% 정도 갖고 가고, 나머지 개발 팀이 70~80% 갖고 가는 모델이 되면 되지 않을까는 생각을 한번 해 봤는데, 한국에서 이게 될지 가늠이 안 된다.
학원 교육은 국내 IT학원들처럼 Java SpringFramework 이런거 가르치지 말고, 첫 날부터 서버 컴퓨터 하나 던져주고 LAMP Stack으로 WordPress 설치해봐라, 응용 문제로 LEMP 위에 설치해봐라, PHP 버전 바꿔봐라, Redis cache 설정해보고 싶다, PHP-Redis말고 Relay가 더 빠르다던데....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걸 생각해봤는데, 가까운 친구가
개발자 애들 커뮤니티에서 허접 교육이라고 욕을 바가지로 먹는 와중에, 정작 다음 날이면 학생들 싹 사라져 있을 거
라고 주의주더라. 근데 인도 애들 진짜 그렇게 학원 운영하더라니까...
내가 프리랜서 뽑을 때 던졌던 프로젝트들로 3달, 6달 교육 시키고 나면 앞으론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랜서 쓰는데 드는 돈을 한국에 뿌릴 수 있을텐데...
SIAI왔던 한국 학생들 갈궈서 논문도 다 한국에서 뽑았는데, GIAI 서비스도 절반은 한국 팀의 공인데, 그 Credential로 한국이 돈을 못 벌고 인도 애들이랑 유럽 애들한테 돈을 갖다 바친다는게 너무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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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한 15명 정도 뽑아서, 3개월은 사무실에 빈 책상들에 잉여 서버 1대씩 붙여주면서 WordPress 플러그인 만들고, 뜯어 고치는 훈련 시키고, SEO 최적화해서 Lighthouse 기준으로 100점씩 만들고, 그 다음 3개월은 Remote로 AWS, Azure, GCP에 멀티 클라우드 시스템 갖추는 거까지 훈련하면서 Moodle, Drupal 같은 특화된 고급 솔루션들에 플러그인 만들면서 트랙 레코드 쌓으면 시장에서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예 한국 뜰려고 준비 중인 상황인데, 한국 사정을 볼 때마다 이런저런 아쉬움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