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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 - 문과, 인문·사회계열 출신이 글로벌 시장 업무에 더 적합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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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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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d of GIAI Korea
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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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4학년 때의 일이다.

외국에서 오래 살다와서 한국식 교육을 매우 싫어하던 과 친구 하나가 인문대 쪽에서 내려오고 있더라.

영미 문학과 관련된 영어영문학과 고학년 전공 수업을 교양 삼아 하나 듣는데, 셰익스피어의 어느 구절을 이상하게 해석하는 교수를 보면서 짜증이 나서 좀 빨리 나왔단다. 문장 하나와 앞 뒤 맥락을 설명하면서 특정 단어를 영어 사전을 보고 해석한 탓에 내용 전체를 왜곡하게 됐다면서, 중세 영국인들이 그 단어를 그렇게 썼을리가 없을텐데 역사나 문화적 맥락을 하나도 고려 안 하는 수업을 들으니 재미가 없다는 불평을 잠깐 늘어놨다.

나중에 영어영문학과 친구를 만나서 그 날 들은 이야기를 해 줬더니, 교수님의 해석을 무시하는 발언과 생각지도 못했던 관점에 당황했다면서 눈을 동그랗게 떴었다. 결국 영어영문학으로 박사 유학을 갔던 친구인데, 덕분에 역사, 문화적 맥락을 항상 한번 더 생각하게 됐던 대화였다면서 그 이후로 2-3번 만날 때마다 그 날 대화를 꺼내곤 했었다. 난 기억도 흐릿해졌구만.

위의 대화가 다른 영어영문학과 학생들에게 얼마나 적용될지 모르겠지만, 만약 비슷한 학생이 있다면 이번에 만들어보는 [글로벌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에 가장 적합한 인력이 아닐까 싶다.

이과 출신 + 개발자 경력직들 대상인 프로그램 아니냐고?

아니, 개발자 분들은 계속 개발하시고, 나는 위와 비슷한 경험사고 프로세스를 갖춘 분을 찾는다.

  1. 영어 실력
  2. 문장의 앞 뒤 맥락을 따져서 해석하는 논리적 사고력

같은 단어가 내게 키워드들이다.

영어 잘하고, 많이 읽고, 논리적 사고가 발달한 문과 출신이 더 잘 할 가능성이 높은 교육

왜 그런지 예시를 하나 들어보자

위의 글은 Moodle이라고 하는 온라인 교육용 오픈소스를 설치하는 설명서다.

처음 읽을 때는 기초 지식이 없으니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지만, 배경 상황을 다 이해하고 나면, 그냥 적혀 있는 코드들을 복사해서 Ubuntu 콘솔에 붙여넣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중되면 설명은 읽지도 않고 긁어 붙일 부분만 읽는다.

이걸 평생 가정주부만 하신 어머니께 한번 보여드린 일이 있었는데,

뭐 어려운 거 하는 줄 알았더만.... 남들보고 '복붙'한다고 무시하더니, 똑같은 짓 하네

라고 날 힐난하는 눈으로 화면을 쳐다보시더라.

국내에서 문과/이과 구분만 봤으면 이런 내용이 믿기질 않을텐데, 아래의 YouTube 영상을 보시라. 저 위의 설치 설명서를 영상으로 만든 것이다.

Moodle 설치 영상 예시

배경을 여전히 잘 모르니까 무서울 수도 있지만, 최소한 엄청나게 많은 코드를 계속 쳐 내려가는게 아니라, 몇 줄 명령어 쳐 놓고 화면 움직이는 것만 보고 있고, 옆에 구글 검색창 뛰워 놓은 것만 보일 것이다.

이걸 보고 '진짜 쉽구나'라고 생각하면 일단 다행이긴 한데, 물론 현실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저렇게 설치할려고 하는데 내 컴퓨터에 설치된 뭔가 이상한 프로그램 때문에 설치가 안 되거나 실행이 안 되어서 괴로운 일도 많이 생기고, 그거 때문에 계속 구글 검색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위의 Vultr Docs 설명서에는 Nginx를 설치해라고 되어 있는데, 정작 Ubuntu가 Apache를 자동으로 설치해놨으면 Port 80번이 충돌이 일어나서 제대로 설치가 안 된다. 근데 Apache보다 Nginx가 더 빠르다는 글들이 많으니까, 지원해주는 기능 중에 꼭 필요한 내용까지 있으면 Apache 대신 Nginx 로 바꾸려고 구글링을 며칠 하다가 외주를 찾는 경우도 봤다.

영미권으로 가면 다들 DIY로 돈 안 쓰고 만들어보고 싶은데, 정작 모르니까 검색하다가 포기하거나, 아니면 외주를 찾는다.

딱 그런 외주 자리를 인도 애들 대신에 한국 애들이 뺏어서 돈 좀 벌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만드는 교육 과정이다.

개발자들 입장에서는 뭐 이런 걸... 싶겠지만,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교육 프로그램을 DIY로 만들어서 돌리고 싶은데, 자꾸 어려운 일들이 생기니 너무 괴롭다.

[글로벌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은 그런 상황들에 대응하는 역량을 기르는 교육이다.

왜 이런거 가르치냐? 이거 개발자 교육 맞나? 싶을텐데,

이 쪽 업무가

  1. 시장에서 수요가 제일 많은데,
  2. 진입을 위한 기술적 장벽은 매우 낮고,
  3. 세부 사정을 하나하나 따지는 생각하는 힘이 중요한 업무

라서 골랐다.

제일 수요가 많고, 기술 장벽은 낮고, 논리적인 사고력이 중요한 업무

우리나라는 DIY가 별로 없으니 공감이 안 될 수도 있겠지만, Moodle이 제공해주는 무료 앱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서비스하는 기관이 알려진 곳만 글로벌 시장에 20만개가 넘는다. 근데 Moodle에서 성적표 시스템을 제공해주질 않으니 그걸 또 DIY로 만들어 볼려고 오픈소스를 뿌린 커뮤니티 몇 군데를 뒤져봤는데, 거기도 몇 천명 단위의 방문자가 매 주 있더라.

그런 프로그램 만드시는 분들이 프로젝트를 모두 수주해서 큰 돈을 벌어야겠지만, 지역적으로 한계도 있고, 많은 요청이 복잡한 개발 프로젝트가 아니라, 위에서 봤던 것 같은 단순 작업에 불과한 경우가 너무 많다.

위와 비슷한 제목으로 검색을 해 보면, 수 많은 기관들이 저런 기본 설명서 글들과 함께 커뮤니티를 붙여서 '업무 대행'이라는 명목의 수익화를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개발 시장이 정부 프로젝트 위주로 돌아가는 탓에 기형적으로 Java 기반 개발자만 많은 시장일 뿐, 해외에서 '개발자'라고 불리는 분들 중에는 위의 작업들을 많이 하면서 각각의 플랫폼들 속사정을 매우 잘 아는 것에 불과한 분들도 많다.

UpWork가 공개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위의 설명 글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UpWork 매출액을 기준으로 삼은 온라인 프리랜서 시장 규모가 2016년부터 2023년까지 4배 가까이 증가했고, 요즘은 UpWork 경쟁사도 부쩍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10배 이상 커졌을 것이다.

웹사이트 자체가 엄청나게 기술적으로 고급 서비스도 아닌데, 글로벌 시장에서 매칭 서비스만 잘 해줘서 저렇게 커진 걸 보면 한국 시장에서 돈 안 되는 스타트업 할 필요 없겠다는 생각에도 공감이 좀 될 것이고, '대기업', '대기업', '대기업'이라며 노래를 부르고 다니는 한국 인력들에게 내가 왜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지 어느 정도 공감이 될 것이다.

학생들이 무사히 훈련이 잘 되면, 1기 졸업생들 모아놓고 UpWork 복사한 사이트 하나 만들어 보자고 할 생각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Drupal에 각종 모듈 설치하면 개발 거의 안 하고, CSS 디자인만 좀 고생하면 아마 3개월 안에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근데 왜 굳이 문과가 더 잘 할까?

그간 한국에서 만나본 이과 출신들만 문제인건지, 아니면 한국의 이과 전체가 문제인건지, 이과 전체가 아니라 공대만 문제인건지, 공대의 일부만 문제인 건지 잘 모르겠지만,

그 분들이 공부하는 방식이나 일을 하는 방식을 보면 뭔가 딱 선을 긋고 달달달 암기식으로 세상의 지식을 접근하는 것 같아서 답답할 때가 많다.

로스쿨 간다고 준비하던 외교학과 후배가 공대 출신들과 스터디 그룹을 하던 중에 겪은 일화인데,

좀 쉽게 고등학교 수업 예를 들면 벤담과 밀의 공리주의가 공리주의로 묶여도 좀 차이가 있잖아요, 근데 그 분들은 그냥 묶어 버리고 차이 같은건 아예 관심도 없이 줄을 딱 긋더니 '벤담 = 밀 = 공리주의' 이렇게 외워버리더라구요. 효율적이긴 한데....

SIAI에 입학한 공대 출신들 중 학점 나쁘고 논문 못 써서 졸업 포기하게 되는 분들도 항상 같은 성향을 갖고 있다. 뭐 하나 가르쳐주면

어디 쓸 수 있냐? 얼마나 큰 차이가 나오냐?

같은 질문만 하고, 외우려고만 하고, 데이터가 일부 바뀌거나, 수식이 일부 바뀌면 상황이 확확 달라지는 걸 따라오질 못하더라.

한국 대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봐도 매번 저런 태도인데, 아니 너네 회사 사정에 맞게 최적화(라고 쓰고 수학 모델 다 뜯어고치기 + 데이터 구조 다 뜯어고치기)를 해 봐야 알지, 너네 회사 속사정을 하나도 모르는데 내가 어떻게 당장 하늘에서 뚝 떨어진 값을 던질 수 있냐며 일반론이나 던질 수밖에 없는데, 속사정은 하나도 공개 안 하면서 정확하게 얼마나 좋아지는지 분명하게 밝혀라고 따지는데만 집중한다. 그럴 때마다 SIAI 왔다가 논문 못 쓰고 도망간 어느 명문대 공대 박사의 뜬금없던 수업 시간 질문과 일언지하에 짤라버렸던 조잡한 논문 주제가 오버랩 될 뿐이다.

어느 청와대 출신 정치권 관계자는 자기가 여론의 긍정/부정만 10년 넘게 봤다면서, 인터넷 여론에 언급된 단어들을 쓰인 맥락에 따라 묶은 네트워크를 보더니만, 다 필요없고 단어 전체 목록에서 긍정/부정 몇 프로인지만 뽑아오라고 그런 적이 있었는데, 그런 말도 안 되는 요청은 사기치라는 거라고 몇 번 말을 해주다가, 다른 회사는 다 하는데 너는 왜 못하냐며 결국 그 분께 과거에 다른 외주회사에서 받은 보고서를 예시로 전달 받은 적이 있다. 근데 어디서 이상한 프로그램을 돌렸는지, 단어를 다 까보니 그 후보에 대해서 긍정적인 비속어를 부정에 넣어놨고, 상대방 후보를 욕하는 단어도 부정에 넣어놨더라. 그간 공돌이들이 대충 만든 이딴 가짜 자료 믿고 청와대에서 정치했냐고 말로 칼을 날리고 싶었지만, 오류가 엄청나게 많았던 부분에 지적만 해 주고 꾹 참고 나왔었다.

국내에서는 나 같은 인간을 발암 성격, 말이 안 통하는 성격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인정한다.

근데, 해외 시장에서는 저렇게 긍/부정 시스템 만들어주면 상세 데이터가 어떻게 배정됐는지 자기들 눈으로 확인하고, 이상하면 그간 줬던 돈 배상해달라고 나온다. 그래서 당시에 난 자기들이 직접 단어를 분류할 수 있는 시스템을 추가해 줬는데, 그 청와대 출신 관계자는 자기들이 배정한 긍/부정을 어떻게 믿냐면서 이상한 걸 만들었다고 나한테 불같이 화를 냈었다. (아니 '문죄인', 쥐명박', '닭근혜' 같은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비속어는 그 시스템을 쓰는 정당과 누가 대통령이냐는 시점에 따라 긍/부정이 달라지는거 아닌가? '돼지'라는 단어의 지칭 명사가 누구냐에 따라 좌/우 지지층이 구분되지 않나? 앞 뒤 단어를 안 따지고 어떻게 긍/부정이 뽑히지?)

영어권에 가면, 학회 발표건 컨설팅 회사 발표건 상관없이, 자료들 중에 공감이 안 되는 숫자가 있으면 계속 질문을 하고, 자기들이 이해를 해야 넘어간다. 콘텐츠 작성자의 학벌과 학위는 둘째 문제다. 회사에서 쓸 때도 누구한테 받아온거다는 표현으로 설득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어떻게 쓰는지를 설명해줄 수 있어야 그 컨설팅 결과물이 자기의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해외 유명 대학에서 박사하신 전문가가 만들었다고 하면 더 이상 질문을 안(?) 못(?) 하고, 기껏해야 뒤에서 '누가 그러는데 저 논문 별로라매?' 따위의 질투, 음해나 한다. 정작 그 논문을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런 글로벌 시장 상황이 있는데, 딱 선을 긋고 달달달 암기식으로 세상의 지식을 접근하는 '경력 10년 전문 개발자'들이 고객이 납득할 수 있도록 A to Z를 잘 설명할까, 아니면 벤담과 밀이 제시한 공리주의의 미묘한 차이를 인지하는 '문과 출신'이 설명을 더 잘할 수 있을까?

그런데 전문 개발 지식을 요하는 업무가 아니라, 프로그램을 어떻게 회사 사정에 맞게 잘 고쳐서 쓰는게 주력 업무라면, 누가 더 적합한 인재일까?

진짜로 문과도 고급 웹사이트 만들 수 있나?

위의 스크린 샷은 우리 SIAI 홈페이지 하단에 배정해놓은 입학 게시판이다. 게시판이 다른 사이트에 있는 걸 긁어오는 걸로 여러 고민을 했는데,

아래 2개의 Module을 설치하고, CSS 디자인만 조금 수정한 다음, 파라미터 값을 보정해서 만들었다. 특히, 외부 사이트에서 Feed를 갖고 올 때 템플릿이 다 깨져 있으니, 그걸 어떻게 예쁘게 만들 수 있을까, 혹은 처음 단어 100, 200개만 눈에 보이도록 하는건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고민을 했는데, 아래 Module들에 기능이 다 있더라.

처음엔 우리 회사 사정에 맞춰 새로 Module을 만들어야 될 것 같아서 프로그래밍 외주를 줬는데, 우리 회사 업무를 그간 많이 맡았던 Drupal 개발자가 이건 개발이 아니라 기능 활용에 불과하다면서 TeamViewer로 내 화면에 들어오더니 관리자 설정 화면 몇 개를 열더니만 정말 순식간에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줬었다.

회사의 웹디자이너가 1주일 넘게 붙잡고 있길래 기다리다 답답해서 연락해본 거였는데, 결국 웹디자이너가 퇴사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자기는 사무실에 나와도 내 요청 사항을 이해 못하니 내가 매번 자리에 찾아가서 설명하는 일이 많은데,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 그간 나와 채팅한 걸 바탕으로 뭘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아서 순식간에 문제를 해결해줬기 때문이다. 내가 그간 왜 한국 인력들을 안 쓸려고 하는지를 '네가 잘났으니까~'는 태도로 빈정 상한 투로 대하셨는데, 그 사건 이후로 내 문제가 아니라, 당신들의 소통 능력, 이해력, 역량 차이가 주 원인이라는 것을 체감하셨을 것이다.

저런 사건을 몇 번 겪으면서 이제 저 개발자와는 오픈 계약을 맺고 있다. 언제든지 필요하면 연락하고, 딱 자기가 일한 시간만큼만 급여가 나간다. 말하는 걸 들어보면 나같은 고객이 한 10명 쯤 되는 것 같더라.

저 분의 핵심 능력은 Drupal이라는 CMS에 대한 경험치, Module들을 조금씩 고쳐가며 쌓은 시스템 이해도, 그리고 내가 원하는 걸 찰떡같이 알아들을 수 있는 센스다. 말을 해보면 컴퓨터 공학 지식은 그리 많지 않다.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거기다 나한테 메세지 보내다 말고 기도 하러 간다는 무슬림인데, 난 별로 신경도 안 쓴다. 다른 사람 시키면 1주일 동안 이것저것 더 작업을 해도 해결을 못하는데, 이 분은 10분 만에 기존 시스템을 활용해서 내 문제를 해결해주잖아?

내가 [글로벌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으로 기르고 싶은 인재도 딱 저런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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