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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교수님이 본인 스타일의 직설법으로 기자 간담회를 하셨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직위에 맞춰 직접적인 언급은 최대한 피하셨는데, 아래의 주요 Quote를 보면 알겠지만,
내년 성장률 전망치 1.8% 유지를 두고 "그게 우리 실력이므로 받아들여야 한다"
구조조정을 안 하고 기존 산업에 의존했기 때문
신성장동력을 키우지 않고 해외 노동자도 안 데려오는데 1.8% 이상으로 성장하려면 재정을 동원하고 금리를 낮춰야 한다 - 그러면 나라 전체가 더 어려워질 것
지난 10년 동안 새로운 산업을 도입하지 않은 점을 뼈아프게 느껴야 한다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고 누군가 고통 받아야 하는데 사회적 갈등을 감내하기 어려워 피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그간 내가 매번 하던 말과 똑같은 말씀을 하셨는데, 강의실에서는 할 수 있었어도 현재 직위상 차마 언급 못 하신 한 줄을 덧붙이면 아래와 같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한국은 망한 나라가 됐다.
현장에서 내가 느끼는 건 산업 구조조정 문제 뒤에 '인력 양성 실패'가 숨어 있다는 점이다. 교수님도 잘 아실테니까 아마 한은에서 입시 개혁 같은 이야기를 꺼냈을 것이다.
난 단순히 낮은 경제 성장률을 받아들여야 된다는 수준이 아니라, 아무리 짧게 잡아도 한 세대에 해당하는 25년간 완전히 끝난 나라가 됐다고 생각한다.
지난 100년 사이에 나라가 갑자기 빠르게 망했던 사례들인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그리고 남유럽 국가들과 한국에서 유사한 사건들이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중이다.

1.극단적인 부동산 양극화
먼저, 부자들만 모여사는 일부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부동산이 빠르게 폭락하고 있는 점이 공통적이다.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는 노르델타, 레콜레타와 팔레르모라는 고급 주거지역이 있는데, 그 외 지역으로 가면 치안을 사실상 담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최근 전기톱 대통령으로 불리는 하비에르의 엄청난 개혁이 진행 중인데, 생활 수준이 빠르게 악화되면서 부동산이 폭락하고 있지만 부촌 가격은 꼼짝을 안 한다. 더 올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차베스 정권이 들어서면서 매우 빠르게 망했던 베네수엘라도 까라까스의 라스메르세데스에는 페라리 공식 대리점도 있고,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비율도 도시 전체의 20% 남짓에 불과하다. 경제난으로 심각한 물자 부족이 있던 2019년에도 부촌 마트에는 생필품이 부족하질 않았던 반면, 도시 전체의 집 값은 40% 이상 폭락했다. 부촌 집 값은 물가 폭등으로 오히려 올랐던 걸 생각하면, 다른 지역 집 값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짐작이 될 것이다.
2010년 전후로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은 남유럽은 재정위기에 따른 이자율 폭등으로 부동산 대폭락이 나타났다. 그 와중에 부촌들만 가격이 안 떨어지고 버티면서 몇 년간 주택공급 감소가 이어졌고, 최근 들어서 관광산업을 위한 에어비앤비가 폭증하면서 숙박업 용도의 주거 수요, 해외 부자들의 영주권 취득 수요 등이 몰리고 나서야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아르헨티나의 사정을 설명해주는 예시를 하나 들면, 아르헨티나 출신 여 교수님이 거시경제학 수업을 하던 중에, 아르헨티나가 한 때 글로벌 5대 부국까지 성장했던 시절을 설명하면서
Yes, we belong to Europe
이라고 했다가, 그 이후 경제가 추락하면서 지금의 거지꼴이 된 상황을 추가로 보여주는 그래프와 함께
No, we belong to Africa
라고 머리를 감싸쥐며 농담을 하신 사건이 여러 곳에서 회자된 적이 있다.
한국도 요즘 서울의 일부 지역만 집 값이 오르는데, 나머지 지역은 미분양을 해소할 길이 없어 보인다.

2.극단적인 인재 활용 양극화
2010년, 런던에서 공부하던 중에 이탈리아계 브라질 형님(?)과 경제 상황이 그나마 좋은 북부 이탈리아의 좀 부잣집 아들이 이런저런 대화를 하는데 끼여든 적이 있었는데, 너네 나라로 돌아가는거 어떠냐는 질문이 나오니 셋 다 Hell No~!를 외치던 중에, 이탈리아 사정 이야기가 나오니 브라질 형님이 손을 휘휘 저으면서
No job there. Just no fxxxin job.
이라며 절망적인 표정을 지으셨다.
같은 자리에 있던 스페인 똘똘이 스머프 친구는 스페인에서 일하던 직장에서 제발 석사 공부하고 돌아오면 돈 더주겠다고 그랬던 메일을 보여주기도 했고, 결국 그 친구는 런던에서 직장을 찾고 나중에 LBS에서 박사까지 했다. 보스턴에서 학회 있을 때마다 만나서 반가웠던 기억이 있는데, 스페인 돌아가봐야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직장 밖에 없다며 고개를 저었었다.
그리고 10년도 더 지나서 최근 SIAI 관련된 사건으로 오랜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유럽, 특히 남유럽 사정을 들으면 예전보다 상황이 더 심해졌다.
예전엔 청년이 10명 있으면 3명은 그래도 입맛에 맞는 직장을 가고, 다음 3명은 좀 타협하고, 나머지 4명은 놀거나, 마피아로 빠지거나 등등으로 나뉘어졌었는데,
최근엔 10명 중 1명이 겨우 마음에 드는 직장을 가고, 2명이 타협하고, 7명 중에 누군가는 플랫폼 노동자 (쿠팡 알바 같은거)를 하거나, 아님 그냥 놀아야 된다다.
내가 최근에 남유럽 출신 애들이 모인 에이전시에 웹사이트 개발 시킨 적이 있었다고 하니까,
They are lucky. Others don't even have chances
라는 답변을 받았다. 내가 보기엔 자국(or 최소한 유럽) 고객사도 아니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동양인에게 프로젝트 수주해야 되는 사실이 비참했을 것 같은데, 그렇게라도 노동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경우도 별로 없단다.
참고로, 아르헨티나 출신 석사 동기는 그 나라 명문대에서 박사 과정 하고 있던 중에 왔던 친군데, 자기 나라에 돌아가면 학위를 받아도 자기는 굶어야 된다고 그랬었다.
시험 공부를 같이 했던 베네수엘라 출신 동기는 모 외국계 증권사 다니던 중에 결혼까지 하고, 아내가 지원을 계속 해주는 돈으로 공부하는 친구였는데, 나도 외국계 증권사 그만두고 공부하러 왔다고 하니까 너네 나라도 외국계 증권사 다녀봐야 나라 망해서 일이 없냐고 묻더라.

3.저급 노동자 시장만 활성화
위의 사례들에서 어느 정도 짐작이 되겠지만, 그런 똘똘이 스머프들이 자국에서 찾을 수 있는 직장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그 똑똑한 두뇌를 못 쓰는 직장이거나, 설령 그 두뇌를 쓰는 직장이 있어도 나라가 망해서 일이 없는 상황이었다.
요즘 한국을 보면 상황이 거의 똑같아 보인다.
교수님께서 한은 총재 되신 후로 지난 몇 년간 계속 말씀하시는대로 나라가 구조조정에 실패했고, 신산업을 못 키웠다.
남아 있는 일터 중에 고급 브레인을 쓸만한 곳은 희귀하고, 쓴다고 주장하는 곳들이 얼마나 기술 개발을 못했으면 이젠 중국에 모두 다 따라잡힌 나라가 됐다는 평가가 계속해서 쏟아져 나온다.
이렇게 망한 나라가 되면 고급 지식을 배워봐야 위의 아르헨티나 출신 동기처럼 자국을 탈출하는 것 밖에 답이 없고, 그 나라에서 그나마 할 수 있는 일들이나 해야 한다.
아마 날 더러 수학 기반의 AI 배워봐야 아무 소용 없다고 무시하는 사람들이 보기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뽑는 수준이 고작 개발자들에 불과하니, 영어로 돌아가는 시장이 안 보여서 저런 사고 흐름이 갖춰졌을지도 모른다.

한국 노동 시장의 진화 방향
보통은 직장이 없어서 노는 인력이 많은데, 한국은 좀 상황이 다르다.
노동 시장에서 열패로 밀린 인력들이 절대로 타협하지 않는, 속칭 'ㅈ소기업'이라는 곳들은 인력이 부족하다. 이런 곳들 중에 일부는 중국 경쟁사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려 무너지기 직전이거나 이미 무너졌고, 일부는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서 생존 투쟁을 하고 있고, 또 다른 일부는 자기들이 인건비 저렴한 동남아로 탈출하거나, 동남아에서 인력 수급을 해 와서라도 살아남을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한국인 2030 청년들에게는 그 정도 급여를 주고 일을 시키질 못한다는 걸 아니까 저런 선택들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인력이 부족해진 직군 중에 그나마 급여를 많이 줄 수 있었던 건설업은 그 노동 시장을 3D라고 욕하며 버린 한국인 대신 몽고, 아랍계 외국인을 쓰면서 버텼고, 식품업 쪽은 조선족을 쓰면서 지난 10년, 20년을 버텨왔다. 그러다 이제 최저임금이 생산성에 비해 너무 많이 오르다보니 건설업도 수익성을 내면서 '팔리는 집'을 만들 역량을 잃었고, 조선족들도 예전처럼 헝그리하게 시장에 진입하지 않는다.
아마 당장은 일본처럼 노령층이 노동 시장에 진입해 그 빈칸을 메울 것이고,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유럽처럼 외국인 저급 노동력을 쓰지 않으면 사회 시스템을 유지하는게 불가능한 시대가 곧 올 것이다.
유럽에서 당장은 이민자들에 대한 반발이 극심하지만, 심각한 저출산에 따른 시스템 유지 불가능을 인지하고 나면, 일부 부촌을 제외한 나머지 도심지에 인프라 관리 비용을 투입하지 않고 비용을 아끼는 형태로 갈 가능성이 높다. 이미 런던, 파리는 그런 상태가 된지 10년이 넘었다. 어차피 그 지역구에 세금 내는 사람도 많이 없으니 돈이 없어서라도 인프라 관리를 못할 것이다. 지금까지 한 세대 정도가 그렇게 흘러갔는데, 앞으로도 한 세대가, 길면 두 세대 정도가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반대로 이민자를 더 받아들이는 도전을 선택할 수도 있을텐데, 그들의 범죄율을 따져보면 아마 유럽인들 모두 두려울 것이다. 역사적으로는 (야만인이라고 불렀던) 갈리아 인들에게 의지했던 서로마가 그렇게 멸망을 맞은 사례가 있다.
한국도 지방 농어촌으로 가면 한국 토종이 소수 집단이고, 동남아 혼혈이 다수 집단이어서, 이민자들이 가득찬 유럽과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수도권으로 오면 도심지 중 '상급지'에만 자본이 몰린다. 세계 각국에서 봤던 망하는 나라들의 역사가 한국에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경쟁에서 밀리는 기업들
저출산, 노동시장의 변화 등과 더불어, 그 노동력을 고용하는 기업들의 사정을 보면 더 상황은 암울해진다.
이미 여러차례 반복한대로, 한국은 대학 개혁에 실패하면서 3류 교육을 했고, 그 교육을 받은 인력이 기업의 기술적 도전에 인건비만 낭비하게 만들었고, 그래서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기술 경쟁력이 줄줄이 후퇴했다.
80년대 한국이 가장 열심히 추격했던 일본이 그렇게 90년대에 우리에게 많은 산업을 내줬는데,
똑같은 상황이 중국과 한국 사이에 2010년대 후반부터 벌어졌고, 이제 한국이 중국에 기술적 우위를 점한 상품이 얼마 남질 않게 됐다.
일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요타가 30년간 글로벌 자동차 시장 최상위를 지켰고, 공작기계를 비롯한 기계 제조업에서 기술적인 혁신을 이록한 덕분에 국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한국은?
예전엔 중국에 상품을 팔아서 돈을 벌었는데, 이젠 기업과 자산을 팔아서 돈을 벌다가, 더 이상 팔 게 없어지는 순간이 10년 안에 올 것이다. 이미 사모펀드들은 대기업들이 자금 압박에 털어내는 자회사들을 예전만큼 비싼 가격에 못 사주고 있다. 다음 손 바뀜은 중국일텐데, 중국이 기술 구하겠답시고 그렇게 비싼 가격을 내야할 이유가 없는 업체들이 됐고, 한국 시장에 침투한다고 수익성이 그렇게 좋은 편도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국에서 털어가야 할 기술을 이미 모두 다 털어갔다.
아마 미-중 갈등에 물을 만난 조선업, 방산업, 일찌감치 해외로 공장을 이전한 자동차 기업들, 늦게마나 이전 중인 반도체, 배터리 산업 등등이 그나마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는데, 해외로 이전한 기업들은 현지 채용을 안 하면 현지에서 외면을 당할테니 점점 한국에서 채용을 못할 것이다. 그나마 마지막까지 우리나라에 남아있을 조선업, 방산업은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산업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도 아마 한 세대가, 좀 더 냉정히 보면 두 세대 정도가 이렇게 빠르게 인구 감소를 겪을 것이다. 다만 의학 발달로 평균 수명이 크게 늘어난 덕분에 70대, 80대까지 노동시장에 투입되면서 전체 노동자 숫자가 급격하게 감소하지는 않겠지만, 갑자기 통일이나 베이비 붐이 오지 않는 이상 2070년대 후반까지 연 평균 출산인원 20만명 수준이 다시 40만명대로 올라서는 일은 없을 거라고 본다.
모든 걸 다 떠나서 기업이 채용을 해줘야 출산하고 먹고 살 수 있을텐데, 한국에서 대규모 채용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런 혁신 산업군이 나올거라고 보이진 않는다. 더 줄어들 가능성만 높다.
교육이 망한 나라에서 인재가 혁신을 갖고와 나라의 먹거리를 만들어 내는 건, 적어도 역사 기록에 남은 사례로는 전쟁 밖에 없었다.

국장 탈출은 지능 순
영국, 호주, 뉴질랜드, 남아공 애들은 언어가 같으니 미국으로 탈출할 수 있는 기회라도 있는 반면, 한국은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언어적 기반이 없으니 하드웨어에 집중해야 하는데, 아마 삼성, LG의 TV가 중국에 완전히 따라잡히게 될 2020년대 후반, 삼성이 스마트폰 시장을 내려놓고 싶어질 2030년 전후가 되면 전자제품 수출도 어려워 질 것이다. 당장이야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특허를 많이 갖고 있으니 일본이 지난 30년간 그랬던 것처럼 부품 시장이라도 갖고 갈 수 있겠지만, 중국의 추격을 보면 그것도 몇 년 못 버틸 것 같다.
더 소설 같은 암울한 전망을 쓸 수도 있겠지만, 확신 있는 이야기를 하는데만 에너지를 쓰고 싶으니 여기까지만 하자.
글 속에 ChatGPT에게서 받은 답변 몇 개를 스크린 샷에 담에 공유했는데, 그간 내가 AI/Data Science에서 수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그간 한국 시장에서 받은 Backlash를 마치 한국 시장에서 상세하게 자료 조사를 다 한 것처럼 똑같이 묘사해 놓은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게 Hype 위주로 돌아가는 나라에서 Telling the truth를 하는 사람에게 때리는 공격으로 Textbook 사례에 해당한다는 표현을 보고, 그럼 Hype 위주로 돌아가는걸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서 집단으로 반격하면 어떤 결론이 나오는지 물어봤었다.
근데 그 결론으로 나오는 내용을 보면 미국의 최상위 빅 테크 기업들 아니면 딱 중국 이야기다.
중국은 AI가 무슨 마법이라고 선동하는 뉴스도 드물고, 자국의 초특급 인재들이 진입해서 미국과 맞짱을 뜨는, 기술적 도전의 영역, 중국의 자부심을 만들어 내는 영역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어 있는 나라다.
한국은 지난 10년 간 많은 기회가 있었는데, 그 기회를 모두 놓친 나라가 됐다.
이제 1.5%, 1.8%를 충격이 아니라 정상이라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이창용 교수님의 말씀 속에 담긴 표현을 국내 주식 커뮤니티 식으로 한 줄 요약하면 아래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국장 탈출은 지능 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