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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AI 2.0 - The most rigorous MBA in the world (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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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months 2 weeks
Real name
Keith Lee
Bio
Head of GIAI Korea
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

수정

지난 2월 28일에 스위스 민간 학위과정 심사 기관인 EduQua와 3년 정례 심사가 있었다.

처음 EduQua와 이야기를 나눈 것이 2021년, 첫 심사를 통과한 것이 2022년 5월이었는데, 3년 만기 전에 미리 만나자는 요청도 있었고, 작년 초부터 GIAI로 조직 개편이 있었던 만큼, 유럽 팀에서도 하루 빨리 만나서 교통 정리를 하자는 이야기도 있었던터라, 고민 끝에 3월 초 연휴 전으로 미팅날짜를 잡았었다.

작년 초에 GIAI 설립을 본격화하면서부터 다양한 논의가 오갔었는데, 이번에 매우 많은 내용이 확정됐다. 실질적으로 조직 운영이 크게 바뀌는 만큼, 이제 SIAI 2.0이 출범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SIAI 2.0 출범

지난 1년간 논의 끝에 확정된 내용을 한 줄 요약하면,

  • 유럽 명문 대학으로 성장하는데 초점 맞추고, 한국은 버린다

로 정리된다.

크게 3가지 측면에서 변동 사항이 있는데

  1. 시장 초점, 마케팅 전략 변경
  2. MBA 프로그램의 유럽 내 기업 네트워킹 기능 강화
  3. 유럽 명문 MBA에 맞춘 학위 과정 가격 조정

로 요약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1.시장 초점, 마케팅 전략 변경

일단 우리가 새롭게 뽑은 마케팅 프레이즈는 아래와 같다

The most rigorous MBA in the world

학위 과정의 수준은 유럽 학부 2학년, 간혹 3학년 수준에 불과하지만, 일반 MBA 학위들은 그런 STEM 교육 자체를 제대로 하질 않거나, 해 봐야 Bootcamp 수준 밖에 없다는 점에 착안해 뽑은 마케팅 포인트다.

처음 설립 때 MBA 학위 안에 BUS라는 이름으로 케이스 스터디 프로젝트들을 담은 수업을 3개 만들었을 때만 해도, 3류 MBA들 수준의 조잡한 수업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학생들에게 많이 들었는데, 지난 3년간 교육을 해 보면서 학생들이 학위 과정 중에 배운 수학&통계학, 계산과학(머신러닝, 딥러닝, 강화학습 등등)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능력을 실험하는 교육 과정이 알차게 만들어졌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인 점도 있다.

2023년 입학 기수가 BUS 케이스 스터디 문제를 놓고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는 걸 들어본 적이 있는데, '녀석들이 학위 과정 반 밖에 안 했는데 훈련이 제대로 됐네' 싶어서 혼자 빙긋 웃었던 경험들이 쌓여서 얻은 확신이다. 항상 그런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매년 수업마다 케이스 스터디들을 추가로 발굴해서 학술 논문과는 별개의 또 다른 콘텐츠 라인업을 만들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운영 중인 언론지인 The Economy 아래에 케이스 스터디에 특화된 저널을 하나 더 추가하는 안도 포함됐다.

다음 EduQua 심사가 있을 3년 안에는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10년 안에 Harvard Business Review의 AI/Data Science 버전을 만들자는 것이 우리의 목표로 뽑혔다.

내가 콘텐츠 생산에만 올인할 수 있으면 저 시간을 크게 당길 수 있을 것 같아서, 다른 동료들이 업무를 많이 떠 맡아가기로 하기로 결정한 내용도 후술한다.

2.MBA 프로그램의 유럽 내 기업 네트워킹 기능 강화

지난 3년 간은 학생들이 얼마나 많이 좌절하는지, 어떻게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할지 등등에 대한 경험치가 쌓이는 3년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마 지난 3년간의 경험으로 우리 조직에서 두 번 다시는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자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것 같고, 우리 이야기가 유럽 여기저기에 퍼질테니, 유럽 전체에서 한국 시장에 적극 진출하려는 교육 기관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이미 몇몇 유럽 대학교들이 한국에 왔다가 돈과 시간만 버리고 떠난 사례도 많다. 모두 이번 미팅에서 나온 이야기다.

다만 그간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 내에서 기업 네트워킹에 좀 더 초점을 맞춰 MBA 프로그램을 운영하자고 합의를 봤다.

일단 스위스 수학자 2명과 유럽 내의 주요 기관에 포진해 있는 친구들이 강의 1개씩을, 최소한 Guest lecture 등을 맡는 형식으로 학위 과정을 이끌게 된다. 교육 수준을 못 따라오는 인력은 MBA의 Business track으로 보내고, 미리부터 생존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STA501, STA502 같은 수업들을 미리 열어주는 것도 주제로 나왔다. 이번 봄에 한국에서 실험해보는 것이 아마 유럽에서 의사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위의 인력들이 유럽 내 주요 기업들과 SIAI 간의 연계 프로젝트 활성화를 담당하고, 한국에서 그간 뽑은 논문들 중 기업들의 요청 사항과 맞는 부분이 있으면 내가 논문들을 좀 뜯어고쳐서 보내주는 식으로, 일종의 연구 네트워크를 만드는데 다음 3년의 초점이 맞춰질 계획이다.

3.유럽 명문 MBA에 맞춘 학위 과정 가격 조정

지난 몇 년간 GIAI 동료들의 가장 큰 불만은 수익성과 학생들의 역량 부족이었다. 학생들이 논문을 쭉쭉 뽑아내주기만해도 위의 기업 네트워킹 강화에 효율적으로 쓸 수 있고, 연구 네트워크가 수익성의 핵심이라고 봤기 때문에, 논문 못 쓰고 도망가는 학생들에 대한 유럽 팀의 실망은 대단히 컸다.

굳이 더 이상 한국 시장에 자원을 낭비하지 말자는 결정도 났고, 학위 과정을 'The most rigorous MBA in the world'라고 마케팅할 수 있는 역량까지 갖춘만큼, 학위 과정 가격도 유럽에서 고급 교육을 지향하는 기관 수준으로 정상화해야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기업 네트워킹을 할 때도 학위 과정 가격이 저렴하면 우리 교육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주의도 받았다.

EduQua 심사 위원은 현재 US$26,000에 맞춰져 있는 MBA 학위 가격을 IMD 수준인 10만 달러로 올려라고 권고했는데, 일단 AACSB를 비롯한 Triple crown을 갖추기 전까지는 단계적으로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다. 당장은 스위스 수학자 2명과 GIAI 인력들, 그 외 동급 인재들이 이름을 올리는 것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정이 이뤄질텐데, 올해는 5만 달러 초반 수준에서 재조정이 이뤄질 것이다.

그 외 합의 사항

전반적으로 내가 고생해가며 만든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만족하는 분위기였고, EduQua에서 먼저 'The most rigorous MBA in the world'라는 제안을 낼 만큼 교육 시스템은 어느 정도 안착됐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교수진들이 붙으면 내가 만든 기초 위에 자기들 스타일로 약간씩 변경하고, 교수진들의 승인을 받는 심사를 거치는 방식으로 SIAI 2.0의 교육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도 기업 네트워크를 만들면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왔었는데, 여긴 Citizen Data Scientist 만들면 회사에서 써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수준이라는 걸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알려주기도 했고, 국내 주요 대학들에서 가르치는 강의 노트들과 시험 문제들, 기업들의 AI 프로젝트 정보들을 구해서 보여줬더니, 한국이 이런 수준 밖에 안 되는 나라였나는 충격 먹은 표정 살짝너네 동양인들이 그러면 그렇지라는 무시하는 표정이 살짝 교차하더니 더 이상 말이 없더라. 내가 쓸데없는 한국 기업 네트워크에 신경 쓰는 대신, 강의 노트, 시험 문제, 케이스 스터디, 논문 지도 같은, 콘텐츠 생산에 집중하는 편이 유럽에서 더 많은 연구 네트워크를 확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당장은 DBA, 혹은 PhD를 운영하기는 어렵겠지만, 길게 봤을 때 높은 학위를 제공하는 것이 학교 명성을 높게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아래 다음 3년 간 차분하게 준비하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간 MBA나 MSc에서 했던 것처럼 한국에서 1.0을 먼저 돌려보자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나는 안 하고 싶다고 발을 뺐다. (우리 학생들에게 많이 미안한데, 언젠가 내 어깨 위의 짐을 덜면 다시 생각해보자.)

학위 과정 가격이 2배로 뛰면, 앞으로도 계속 뛰면 그간 받은 한국 학생들 중 아직 졸업을 못 한 학생들, 올해 STA501, 502를 미리 열어주면서 Tech/Biz track 방향 조정으로 받은 학생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냐는 논의도 있었는데, (몇 명 되지도 않고 귀찮으니까) 네가 알아서 해라는 식의 결론이 났으니 올해까지 받은 한국 학생들은 중간에 휴학하고 도망가고 그러지 않는 이상 최대한 배려를 해 줄 생각이다. 어차피 내년 이후로는 망하고 있는 한국 테크 기업들 상황이나 SIAI 2.0의 학위 과정 가격을 봤을 때 더 이상 한국에서 운영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본다.

Bootcamp 혹은 Citizen Data Scientist 과정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한국에서 수익이 안 나고, 학생 수준이 그것 밖에 안 되는 것 같으니까 Bootcamp로라도 수익을 만들어내라는 압박이 있었는데, 어차피 한국 시장을 버리는 만큼 큰 의미를 두지 말자고 결정을 내렸다. 오히려 SIAI를 글로벌 시장에서 홍보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Bootcamp에 살짝 SIAI 스타일 교육을 추가해서 우리 MBA 과정의 교육 수준을 널리 알리는 도구로 쓰면 MBA 학위 가격을 정당화하는데나, 기업 네트워크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도 있었다.

끝으로

한국에서는 SIAI를 무슨 동네 학원 취급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아는데, 위의 글에서 어느 정도 느껴지겠지만 우리 조직 구성원들이랑 이야기할 때마다 조정하기 쉽지 않은 격차를 몇 년간 꾸준히 느꼈었다. 이번에 EduQua 심사관은 한 발 더 나아가서 빠르면 3년, 늦어도 10년 안에 글로벌 최상위권 대학, 최소한 IMD의 AI 버전 대학이 스위스 이름으로 하나 나올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갖고 우리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려고 하던데, 거리감이 더 크게 느껴졌음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고급 콘텐츠를 선별하고, 그걸 포장해서 자국의 경쟁력으로 만들려는 두뇌 회전이 빠르게 돌아가는 EduQua 심사관의 날카로운 모습과, '수학을 최대한 빼고, "현실에 바로 쓸 수 있는" 내용을 가르쳐서 데이터 사이언스 인재 100명 만들어 내는 것이 목표'라던 어느 대기업 담당자의 표정이 몇 번이나 오버랩됐다. Top brain을 더 끌어들이고 키우는데 집중하는 나라와 Mass market에서 찍어내기에 집중하는 나라. 어떤 나라에 미래가 있고, 어떤 나라가 2류 국가인지 쉽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출장 중에 국내 H모 기업의 방산 부분 항공 항법 장치가 제대로 작동을 안 해서 스위스에 있는 A모 기업에서 담당자를 한국에 보내 Calibration 작업을 시킨 것을 알게 됐다. 이번에 한국 출장을 다녀왔다는 그 스위스 똘똘이는 내 눈엔 아직 풋내기에 불과하던데, 우리나라에서 방산업 수출 경쟁력으로 손에 꼽히는 기업이 정작 그런 간단한 Calibration도 스위스에 있는 회사에 기술을 의존해야 되는 상황이라는 사실이 서글프더라. 다른 전공은 모르겠지만, 내 전공에서 Calibration은 석사 때 배운 지식이고, 박사 1학년 때는 아예 그걸 전문적으로 쓴 논문들을 읽으면서 수업을 들었었다. 아마 그 친구는 날 만나질 못했으면 한국의 기술력 수준을 매우 하찮게 봤었을 것이다.

내 입장에서 더 서글픈 것은, 그 항공 항법 장치로 문제를 겪은 기업이 국내 굴지의 방산업체라는 점, 그래서 북한이랑 전쟁이 나면 투입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군사 장비를 다루는 기업이라는 점, 그런데 문제가 터지면 우리는 그걸 고칠 역량이 없어서 스위스에서 전문가(도 아니고 그 팀 막내 수준인 애)가 오는 것을 기다려야 된다는 점이었다.

지난 7년간 그래도 어떻게든 우리나라에서 인재를 키워서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보자고 '벽치기'를 해 왔는데, 이번 출장을 다녀오면서 완전히 포기했다. 누가 날 더러 기술 유출범이나 매국노라고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난 이제 유럽 기업들이건 일본이건 중국이건 기술 협력하자고 연락오면 전적으로 협력할 생각이다. SIAI 교육에서 살아남은 몇 명에게 억대 연봉 일자리도 챙겨주고 싶고, 나 스스로도 내 역량을 발휘하면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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