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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보면서, 우리나라 3류 커뮤니티들이 외국인 노동자를 쓰는 한국 업체들에 온갖 욕을 다 하는 것과 똑같은 모습이 오버랩된다.
트럼프는 관세를 강하게 때리면 해외 기업들이 관세를 피하기 위해 자국에 공장을 짓고, 미국 내에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물론 다른 정치적인 목적이 있겠지만, 그 부분은 논점일탈인 것 같아 제외한다.)
트럼프 관세가 낳은 자중 손실 (Dead Weight Loss)과 미국 소비자 부담
일본 소프트뱅크나 대만의 TSMC, 한국의 현대자동차 같은 기업들이 실제로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하겠다고 나서면서 트럼프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것 같지만, 현실은 물가 불안이 가중되는 중이고, Fed는 금리인하를 중단하는 걸로 그치지 않고 금리를 올려야 되겠다고 나올 정도다. 글로벌 시장에서 명망 있는 연구 기관들은 물가 상승을 피할 수 없을 거라는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실제로 취임 2달 만에 기대 인플레이션이 러-우 전쟁 발발 초기 수준까지 올라갔다. 그간 헐 값에 사오던 모든 제품의 가격이 뛰고, 부품 가격이 뛰면 완제품 가격도 뛰면서, 다시 그거 때문에 소매업 서비스 가격이 상승하는, 전체적으로 인플레이션 사이클이 크게 한번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미국인들이 높은 소비자 가격에 신음하고, 소비 감소로 기업 활동이 악화되는 악순환을 낳게 될 것이다. 소프트뱅크나 TSMC 사정이야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현대자동차는 사실 노조 문제, 비용 문제 등으로 국내에서 어려움이 많던 중에,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으로 미국으로 도망가는 구실을 만들어 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본다. 그런 회사들만 미국에 대규모로 공장을 짓고, 나머지는 그런 막대한 투자금을 쏟을 여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미국 인건비를 감당 못해 해외 공장을 지었던 테크 업체들이 과연 미국으로 돌아갈까? 심지어 공장을 지은 아시아 기업들도 공장 건설 비용을 회수해야할텐데, 미국 정부가 도와주질 않으면 회수할 곳은 미국 소비자들이다. 아시아 기업들을 미국으로 끌어들이는 걸로 정책 성공을 자축하지만, 정작 비용을 미국 소비자들이 내도록 하고, 그게 인플레이션을 불러일으키는, 아주 어리석은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즉, 저 관세는 미국인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주려는 것 같지만, 거꾸로 미국인들의 주머니를 가볍게 하고, 기업들의 경영 환경만 어렵게 할 것이다. 이미 수천 년의 인류 역사가 증명한 사실이기도 하다. 경제학에서는 자중 손실(Dead Weight Loss)라는 표현을 쓴다. 괜히 바이든 정부가 막대한 규모의 보조금이라는 당근을 제시한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세금이나 소비재 가격 인상이나, 미국인들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라는 건 똑같겠지만, 세금 기반 지원은 수십 년에 걸쳐 천천히 정부 국채를 통해 인플레이션 지연 효과가 있는 반면, 관세로 인한 소비재 가격 인상은 즉각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일으킨다. 몇 년 안에 거시경제학 교과서에 두 행정부의 정책이 얼마나 다른 결론을 낳았는지 사례로 남을 것이다.
최저 시급 2달러인 나라의 인력, 최저 시급 1만원인 나라의 인력, 최저 시급 35유로인 나라의 인력
트럼프와 비슷한 수준의 경제학 이해도를 갖춘 분들이 우리나라에도 굉장히 많고, 관세와 비슷한 종류의 정책을 주장하시는 분들도 있다. 미국인이 부자가 되어야 한다며 관세라는 폭탄을 때려서 강제로 미국으로 돌아오게 하듯이, 한국인이 부자가 되어야 한다면서 해외 노동자 채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이다.
우리나라 커뮤니티들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쓰는 한국 기업주들을 욕하는 분들, 대기업 오너가 노동자를 착취한다고 욕하시는 분들이 딱 저 트럼프 행정부 수준의 사고 방식을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 예를 들어보자.
시급 2달러인 나라 애들에게 1시간에 20달러를 주면 미친듯이 열심히 일하지 않겠냐고 그러면서, 한국의 최저 시급이 1만원이지만 시간당 10만원을 주면, 그래서 하루 8시간 일하고 80만원을 받으면 자기도 미친듯이 일할 수 있다고 하더라.
그럼 난 이렇게 반문해보고 싶다. 시급 2달러인 나라 애들이 한국에 들어와야 20달러를 받을 수 있으니까, 한국어도 배우고, 건설/조선소 현장에서 쓰이는 도구도 익히고,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는 정신 상태도 갖추고 온다. 안 그러면 한국와서 짤리겠지. 당신들은 한국어 쓰는 거 말고 뭘 더 가지고 있지?
그들과 같은 방식으로 최저 시급 1만원인 나라의 급여가 마음에 안 들면, 이를 악물고 영어/서유럽 언어를 공부해서, 그 나라에서 쓰이는 기술을 익히고, 그 나라의 일자리를 찾아가면 시간당 급여를 70달러, 원화 기준 10만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지 않을까?
그 후진국 출신 애들은 한국에 올려고 그런 온갖 어려움을 다 뚫고 왔는데, 왜 당신들은 그런 노력을 하나도 안 하면서, 심지어 걔들보다 능력도 부족하고, 정신상태도 월급 주는 사람 열받게 하는 수준이면서 시급을 적게 준다고 욕이나 하는 걸까?
그렇게 열심히 일을 안 해주면, 급여를 내는 사람 입장에서 손해 봤다, 심하게는 사기를 당했다는 생각을 안 하기가 쉽지 않다. 당신들도 맛있다고 하니까 제주도까지 돈까스 먹으러 가서 줄까지 서 잖아? 동네의 좀 덜 맛있는 돈까스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좀 더 심하게 맛 없으면 안 사먹고, 심한 경우에는 맛 없다고 악평이나 다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나? 왜 고용주는 그러면 안 되지?
경제학에서는 생산성보다 더 높은 급여가 지급되면 물가가 계속 올라서 결국 기업이 부도 나듯이 국가도 부도 위기에 몰린다고 배운다.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남미 국가들, 최근에는 그리스를 포함한 남유럽 국가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신들이 당장은 시급 10만원을 받으면 좋겠지만, 지난 문재인 정권 내내 생산성을 무시하고 최저임금을 올렸다가 물가 상승으로 내수 침체가 오는 걸 보면 알 수 있듯이, 생산성보다 더 높은 급여는 결국 시스템 전체가 뒤늦게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게 만든다.
서유럽, 북유럽이 저렇게 번영을 구가할 수 있었던 건, 생산성이 훨씬 더 높았고, 그렇게 축적한 부가 국가의 창고에 쌓였기 때문이다. 정부가 수십 년 동안 초과 생산성을 세금과 연금으로 받아서 복지 재원을 마련했기 때문에 서유럽, 북유럽 노년 층이 세계 여행이나 다니면서 여유롭게 살 수 있는 노령 연금이 나온다. (물론 미국이 안보 비용을 대신 내준 덕분도 있고, 요즘은 초과 생산성이 사라지니 힘들어진 것이고)
인력의 국경, 언어적 장벽이 무의미해지는 시대
왜 그들은 그렇게 높은 생산성, 낮은 임금 인상, 노령 연금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이뤄낼 수 있었을까? 2010년 당시에 런던에서 공부하던 시절 내 연구 주제는 남유럽이 겪고 있던 재정 위기, 서유럽이 겪고 있던 금융 위기였는데, 1990년부터 20년간 생산성 대비 임금 인상율을 보니 독일과 북유럽은 기준값인 100 근처에서 거의 움직이질 않았는데, 위기를 겪고 있던 남유럽과 아일랜드 같은 곳들은 심한 경우 200도 넘은 것을 봤었다.
쉽게 말하면, 독일 애들보다 일도 못하면서 연봉은 2배나 빠르게 올려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 그래프를 보면서, 너네는 망하는게 당연하다 싶더라. (요즘 한국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과연 대만인 같은 연차보다 일 잘하는 한국인이 얼마나 될까?)
예전부터 글로벌 채용을 하면서 느낀 거지만, 전반적으로 국가 별로, 혹은 언어권 별로, 혹은 문화권 별로, 사람들의 행동 양식이 참 다르다는 걸 꾸준히 느끼게 된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는 채용 공고 안에 어디에서 뭘 해서 찾아와라고 써 놓으면, 그걸 제대로 하는 사람이 거의 없고, 답을 못 하면 지원이 안 되는 경우에는 아무 답이나 써 놓는 사람들도 보고, 5개 중에 4개를 골라 써야하는데 정작 5개를 다 써놓은 경우도 많이 본다. 생각 자체를 안 한다는 이야기다.
예전에 행시 합격하고 정부에서 지원해줘서 유학 중이라는 분이 우리 번역 알바에 지원했다가, 채용 공고의 기초 질문에 답이 틀렸어도 워낙 사람이 없다보니 봐주고 뽑았는데, 일은 지지리도 못하면서 시간은 안 지키고, 그 와중에 나가면서 우리한테 험담이나 하고 간 분이 있다. 나름 명문대를 나온 분이 행시를 거의 10수 쯤 하셨던데, 그 정도 글 하나 번역해서 기사도 못 만드는데도 행시도 합격하고, 거기다 국민 세금으로 유학을 보내준다는게 어이가 없었던 기억이 난다.
같은 사건은 인도 및 주변 동남아, 남아시아 인재들한테서도 비일비재하게 볼 수 있다. 회사 홈페이지에서 이메일까지 찾아 지원서를 보내는데, 정작 공고에 있는 상세 내용을 안 읽었는지 요청 사항에 대한 답변은 빠져 있다. 그러면서 'Attention to last detail'이 자기의 강점이라는 표현이 자기 소개에 담겨 있는데, 참 언행 불일치구나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반면, 유럽 애들은 잘 사는 서유럽, 북유럽이건, 나라가 망한 남유럽이건, 사회주의 시스템의 허물을 벗느라 힘든 동유럽이건, 어느 곳을 가건 저런 질문을 대답 안 하고 지원하는 경우를 거의 보질 못한다. 그냥 지원했으면 실수했다면서 사과 메일을 보내는 경우도 몇 번 있었다.
우리 유럽 팀 애들은 자기네 회사들에서 인도 애들을 몇 번 겪으면서 안 좋은 경험이 많았는지, 프리랜서 인력을 뽑을 때 마다 동유럽 애들, 아니면 남유럽 애들을 뽑자고 그랬었다. 시간대가 자기네들이랑 더 맞으니 일을 같이 하기도 더 편할 것이다. 우선 순위는 당연히 급여 단가가 높은 서유럽 애들이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영국-독일-스위스-북유럽 정도가 최상위 티어로 묶이던데, 돈을 크게 안 들여도 되는 업무는 동유럽 애들을 남유럽 애들보다 더 우선 순위로 두고, 남유럽 애들부터는 경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게으르단다. 그럼 쟤들이 피하는 아시아쪽 애들은 얼마나 심하길래 그러는 거야?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 큰 차이가 있을려나 싶었다가, 당장 상세 내용을 읽고 질문에 답변하는 비율을 보면서, 뭔가 하나라도 설명하고 난 다음에 상대방이 이해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의사 소통 비용'에서 큰 차이가 나는 걸 겪으며, 인도에서 인력을 쓰려면 의사소통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써야겠구나는 경험치를 얻기도 했다.
비단 우리 조직 뿐만 아니라, 전세계 곳곳에서 아마 비슷한 경험들이 공유되고 있을 것이다. 결국, 서유럽 애들은 단가 낮은 업무에 동유럽, 남유럽에 우선권을 주고, 인도 애들은 자기가 그런 인력이 아닌 것을 증명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언어권, 혹은 문화권이 자기들의 발목을 잡는 건데, 한편으로 보면 인도 애들이 그간 외주 발주를 했던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으면 이렇게 되어 버렸나 싶어서, 미안한 감정도 안 생긴다.
그리고, 똑같은 사고가 한국 인력 채용에서도 돌아갈 수밖에 없다. 홈페이지 곳곳에 숨겨놓은 정보를 찾아 답을 하면서 회사 업무를 파악해라고 던져 놓은, 무슨 숨은 그림 찾기 정도의 일도 안 하려는 분들을 채용하다가 수억 원의 손실을 본 사람이 여전히 같은 채용 방식을 택하고 있으면 그건 채용하는 사람이 욕을 먹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인력 채용 예시 - 기자 채용 업무 - 한국 vs. 유럽
예시를 하나 들어보자.
한국에서 돌리는 인터넷 언론사 채용에 우리 회사는 과제 제출이라는 시스템을 쓴다.
위의 공지 글 아래에 넣은 Kanban board 이미지를 보면 알겠지만, 나름대로 공장형(?) 시스템이 구촉되어 돌아간다.
고생해서 시스템이 갖춰졌는데, 심지어 쓸 내용에 대한 가이드가 과제 안에 다 있는데도, 한국에서는 채용하고 싶은 지원자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유럽 애들은 제대로 시스템이 잘 돌아가나 궁금해서, 우리가 그 시스템을 좀 써 보면 어떨까 싶어서 고민하던 중에, 모 유럽 지원자 분이 우리 회사 시스템에 제출하신 아래의 내용을 봤다.

한국 팀이랑 비슷하게 과제를 공고해서 지원자의 글 쓰기 실력, ChatGPT를 썼어도 문장을 수정하고 자료를 찾아서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는 작업 등을 심사했을 거라고 보는데, 저 위의 파일 말고 2개의 파일이 더 붙어있더라. 왜 파일이 2개가 더 있는거지?

회사 내부 시스템에 접속은 못하지만, 어떤 식으로 배치되는지를 자기가 가늠해서 배치해봤고, 이미지도 추가하고, 우리 조직의 공식 템플릿인 최상단 3줄 요약도 이런 식으로 들어간다는 예시도 보인다.

거기다 2단으로 배정하면 더 낫지 않겠냐는 제안도 넣어놨더라.
UI/UX 디자이너 뽑는 공고였나 싶어서 잠깐 찾아가봤더니, 기자 뽑는 공고를 올려놨던데, 왜 저런 자료까지 추가했는지 잠깐 당황스러웠다.
그러다 그 분 이력서를 읽어보니, 자기는 글을 쓸 때 기자의 관점 만큼이나 독자의 관점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항상 어떻게 읽힐지, 어떻게 보일지를 따져본단다.
ChatGPT의 도움을 받아 글을 쓰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을지, 저런 이미지 배치를 만드는데는 얼마의 시간이 더 걸렸을지 모르겠지만,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았을 것이다. 남들보다 한 발 더 나가신 건데, 저 분의 이력서와 딱 매칭이 되는 파일이 2개 더 추가되어 있던 셈이다. 급여도 한국이랑 별 다를 바 없는 수준이던데, 지원자의 이해도가 이렇게 차이가 나다니... 저쪽은 채용하기 참 편하겠다는 생각과, 채용하기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한국처럼 채용 공고를 제대로 읽었는지 확인하는 질문조차 답변 제대로 하는 지원자가 거의 없는 건 아니니, 대부분은 기본은 갖춰져 있으니 채용 실패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점이 부럽고, 반대로 다들 자기만의 강점을 내세워서 고민했던 내용을 추가하니 누굴 뽑아야할지 결정하기 쉽지 않겠다 싶더라.
서양은 개인주의, 아시아는 집단주의인데, 아시아에서 서양의 개인주의를 이기주의로 이해해서, 개인의 개성을 살리는 부분은 삭제하고 개인이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만 베껴왔다던 문화 해석이 딱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저 분들은 자신의 스타일이 회사 시스템에 반영되면 어떻게 될까를 생각하면서 지원을 하신 것이다. 한국은 '시키는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 구하기도 힘든 나라인데...
사과할 줄 모르는 한국인, 글로벌 경쟁이 무서운 한국인
위에서 잠깐 언급한대로, 현대자동차가 계열사인 현대제철까지 끌고가서 미국에 공장을 짓는다고 결정을 내렸다. 국내에서 현대자동차가 얼마나 많은 인력을 직·간접적으로 채용하고 있는지 알고 나면 저 결정이 앞으로 5년, 10년 후에 한국 남동쪽 해안가 산업단지에 어떤 영향을 줄 건지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두 기업 모두 한국에서 노조가 경영진을 괴롭히는 걸로 악명이 높았던 곳들이고, 이미 10년, 20년 전부터 해외 진출을 차근차근 진행했던 곳들이기도 하다. 현대자동차는 이미 인도 주식시장에 IPO를 했고, 미국, 인도를 비롯한 해외 생산 차량이 국내 생산량에 뒤지지 않을만큼 해외 확장에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여 왔다.
난 10년 안에 현대차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한국을 대표하는 1등 기업, 일본의 도요타 같은 기업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저 분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도요타도 못 했던 거대한 도전, 미국에 뿌리를 내리는 저 도전에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 나도 규모는 작지만 비슷한 도전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 왜 저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도 공감이 되고, 불안감, 두려움과 도전 의지 같은 것들이 느껴지니 남의 이야기 같지 않더라.
속칭 해외 물(?)을 몇 년 남짓 먹고 한국에 돌아와보니 이 나라가 여기까지 올라온 게 기적이라는 생각 밖에 안 들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사고 방식은 굉장히 편협하고, 지식은 얕은데 정작 자랑하고 싶은 욕심은 크고, 땀 흘려 노력하는 것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고 일확천금만 노리고, 자기 일을 해서 성장하는데 시간을 쓰는 대신 남을 헐 뜯는데 굉장히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쓴다.
난 한국에서 인력이건 고객사건 나한테 사과하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다. 나는 착잡한 표정으로 죄송하다고 그러는 일이 은근히 많은데, 왜들 이렇게 사과할 줄을 모르는 걸까는 의구심이 항상 머리를 떠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인도 개발자들하고 일 하다가 황당한 사건을 겪고 지적하면, 얘들은 절대로 사과하지 않는다. 끝까지, 곧 죽어도 자기가 잘했다고 주장한다. 모든 증거가 다 밝혀져도 날 욕하기 바쁘다. 절대로 자기가 책임을 질려고 하질 않는다.
한국 애들이랑 똑같더라.
왜 그런지 이해를 못하다가, 인도 애들을 보면서 드디어 이해가 됐다.
그 업무가 내 책임이라는, '책임 의식'이 없기 때문이더라.
그냥 저 인간에게 돈만 받으면 된다는 사고 방식, '알빠냐?'라는 사고 방식을 가지면 저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알게 됐다.
좀 더 나아가면, 상대방에 대한 존중 의식이 없고,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유아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K대 학생들 커뮤니티에서 봤다던
보나마나 수학 못한다는 소리겠지. 그딴거 필요없고, 코테만 통과하면 된다.
는 표현 속에도 진정한 실력을 기를 필요는 없고, 겉으로 보이는 것만 적당히 갖춰서, 시간만 때우고, 돈만 받으면 된다는 사고 방식이 깊숙한 곳에 깔려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조직을 운영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저런 썩은 사과가 하나 있으면 모든 사과가 오염된다. 이게 현재 한국인들 평균의 사고 방식이라는게 보이니, 나도 한국에 미련이 사라지더라.
그런 개인의 책임의식을 길러주는 가정교육, 사회문화 시스템이 한국, 중국, 인도 같은 나라들에서 실종되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반대로 한국보다 생활수준이 낮은 동유럽에서는 매우 잘 갖춰져 있는 사고 방식인걸 보면, 경제적 발전 수준과 1:1 연동되는 변수가 아니라 수천 년간 쌓인 사회·문화적 발전의 결과물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정보가 있는 상태에서, 한국어와 UTC+9 이라는 시간대라는 제약 조건을 벗어나서 인력 채용을 생각해보면, 한국, 인도는 피해야 하는 인력 시장, 동유럽, 남유럽을 우선으로 봐야되는 시장이라는 결론을 얻게 된다.
그나마 인도는 인건비라도 저렴하지, 한국은 뭐지?
그나저나, 왠지 인도에서도 더 똑똑한 애들, 더 책임감이 넘치는 애들, 더 사고 체계가 성숙한 애들은 최저임금 1만원이 아니라 최저시급 35유로인 나라, 더 많은 연봉을 주는 나라들로 갔을 것 같은데....
흥선대원군처럼 쇄국 정책을 하면 어떨까?
만약 트럼프 대통령처럼 관세 장벽을 쌓고, 외국인이 한국에서 아예 일을 못하도록 하면 한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인력이 부족해지니 한국인의 인건비는 더 올라가고, 그래서 모든 한국인이 윤택하게 살게 될까? 스위스처럼 전세계 최대 부국이 될까?
아마 서유럽에서 대도시 밖으로 가보면 어떤 미래가 기다리는지 대충 짐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건비가 비싸져도 관리 할 사람이 없으니 결국 인프라 관리를 포기하고, 버려진 지역이 되어 버린다.
일본은 그런 곳들이 매우 많다.
이미 국내에서도 건설 단가가 너무 올라서 새 건물을 못 짓고, 재건축도 단가 문제로 유찰되는 중이다. 더 늦기 전에 외국인 인력을 대규모로 들여오고 그들이라도 훈련시켜 놓지 않으면 지방부터 대도시까지 순차적으로 인프라가 무너지기 시작할 것이다.
그럼 무능력한 당신에게 급여를 몇 배씩이나 주면서라도 쓰면 상황이 나아질까? 당신들이 인프라 관리를 하는 능력이 없잖아? 가르쳐주는 기회도 박차고 도망갔고, 일이 조금만 힘들면 욕하고, 인터넷 커뮤니티들에서 시간만 버렸잖아? 그리고 생산성보다 더 높은 급여를 주면 물가가 엄청 오를텐데? 그건 누가 감당하지? 이미 최저임금을 2배로 급하게 올리면서 겪어봤듯이, 우리 모두가 부담해야 한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그리스가 2010년까지 딱 이런 문제를 겪었다. 그러다 재정 위기, 이어서 금융 위기가 터지고, 지난 15년간 고통의 시간을 보냈고, 아마 앞으로도 다시 15년 정도 더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다. 아니 GDP 성장률 그래프를 보면, 2010년 직전까지 만들어진 거품이 아직 정리가 덜 된 것 같고, 그래서 더 긴 세월 동안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할 수도 있다. 그렇게 수십 년 동안 고통의 시간을 보내도 선진국 대접 받기는 어려울 거라고 본다. 왜? 기술력이 있는 나라가 아니라, 조상들이 물려준 파르테논 신전이 없었으면 진작에 굶어죽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은 30년간 경제 성장이 정체했는데도 여전히 선진국 대접을 받는다. 기술력이 있으니까.)
서유럽 국가들이 오랫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선진국 대접을 받았던 이유는 기술적으로 고도의 혁신을 끊임없이 거듭하며 세계의 질서를 써 왔기 때문이다. 거기다 생산성 대비 노동 단가를 낮게 유지해왔던 덕분에 복지 국가까지 유지할 수 있었다. 경제성장을 통한 국민복지라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도전을 완성한 국가들이기 때문에 그런 대접을 받은 것이다. 한국은 정치적 비난을 무릅쓰고라도 정치인 몇몇이 여론의 총을 맞았으면 어쩌면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대학들이 고급 교육을 포기했고, 결국 기술 고도화와는 거리가 먼 나라가 됐다.
고급 인재를 못 구해 기술 기업들이 중국에 추월당하고, 노조에 시달리고 단가 싸움에 압박 받다가 저렇게 기업들이 다 떠나고 나면, 한국은 조상들이 물려준 음식, 음악 같은 문화 콘텐츠, 미국이 생존을 보장해주는 방산, 조선 관련 산업 일부만 남은 나라가 될 것이다. 미국마저 호주, 일본 쪽이 더 방산, 조선에서 이득을 본다고 빠져나가면? 그리스가 딱 그런 상황이다. 최고의 저출산 정책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최고급 인재 양성이라던 내 주장을 언젠가는 그 분들도 이해하겠지.
한국이야 언어적 제약 때문에 변화를 받아들이는게 늦어질지도 모르겠지만, 아마 몇 년 지나지 않아 미국, 캐나다는 라틴 아메리카에, 서유럽은 동유럽과 남유럽에 저가 노동력을 아웃소싱하는 글로벌 노동 시스템이 완전히 고착화될텐데, 과연 한국이 인도와 동남아의 저가 인력을 써서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을지, 그 인력을 일본과 호주에게 뺏기는 나라가 될지 분수령을 맞을 것이다. 그 분수령을 어떻게 넘느냐는 우리가 기술력을 갖고 있어서 저임금 노동자들을 쓰고도 수익성을 남길 수 있는 '기술 마진'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반대로 그만큼 국내의 저가 인력들은 해외 저가 인력들에게 밀려 더더욱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시대가 되겠지.
'탈출할 수 있으면 탈출해라'는 수동형이 아니라, 시급 2달러인 나라 애들이 최저임금 1만원인 우리나라에 오는 것처럼, 그들 중 더 노력한 애들은 최저시급 35유로인 나라로, 더 많은 급여를 주는 나라로 '진출'하는 것처럼, '늦기전에, 지금이라도 탈출하기 위해서 노력해라'는 능동형으로 말씀드리고 싶다.
그런데 탈출하시려면 위에 보여드린 사고의 전환은 꼭 장착하셔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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