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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 한국형 개발자 vs. 실리콘밸리 스타일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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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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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d of GIAI Korea
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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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7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었던 조윤제 교수님의 강연이 있었다.

영상 내용 중 핵심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한국이 여전히 Rent 사회

라는 표현인데, 변호사/변리사/회계사 같은 자격증만 있으면 먹고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고 생각하는 구조를 말한다. Rent(지대)는 먼저 특정 조건을 충족한 사람들이 후발주자들이나 그 조건이 없는 사람들에게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행위를 말하는데, 한국에서는 공무원, 자격증 등의 시험 통과자에게 특별한 혜택을 부여하는 것으로 잘 나타난다.

학문적인 예시를 들면, '박사 학위'를 받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3류 대학에서 논문 같지도 않은 논문을 써서 어찌어찌 박사 학위만 받고나면 실제로 정부에서 진행하는 각종 프로젝트에서 '꿀을 빠는' 것이 가능한 사회라고 보면 적절한 비유가 될 것 같다. '박사 학위'를 연구할 수 있는 훈련이 됐다는 최소 요건이 아니라, 일종의 자격증으로 보는 것이다.

글로벌 수준에서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특정 자격증을 가졌다는 이유로 평생 '꿀을 빠는' 사회가 바로 'Rent 사회'인데, SIAI 설립 시절부터 꾸준히 듣던 이야기 중 하나가

저기 졸업하면 대기업 들어갈 수 있냐

같은 질문이었다. 말을 바꾸면,

'저 자격증(?)을 따면 꿀을 빨 수 있냐?

는 뜻일 것이다. 학위 과정을 실력 양성을 위한 기본 훈련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격증이라는 관점에서 보는 상황, 즉 한국식의 'Rent'라는 관점에서 보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질문이고, 우리나라 대기업이 대학 학위를 또 그렇게 '자격증'처럼 취급해서 인력을 뽑고 있기 때문에 확산된 편견이라고 생각한다.

왜냐? 노동법의 보호 덕분에 한번 뽑히고 나면 자르는 것도 쉽지 않고, 이런저런 패키지를 받고 나오니, '머슴살이도 대감 댁에서'라는 표현이 도는게 한국 현실이기 때문이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대기업 취직이 '꿀통'을 찾았다는 관점이겠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무능한 인력에게도 월급을 꼬박꼬박 챙겨줘야된다는 위험을 안겨주는 셈이고, 글로벌 시장 관점에서 보면 나라가 얼마나 기업 활동을 막고 있는지, 더 깊숙하게 보면 얼마나 'Rent' 위주로 나라가 돌아가고 있는지, 즉, 얼마나 2류 시스템으로 돌아가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구직자 분들께 안타까운 사실은 기업들도 글로벌 시장으로 탈출(?)하는 중이기 때문에, 이제 저런 '꿀통'은 빠르게 사라질 것이다. 이미 IMF구제금융 이후 지난 30년간 매우 많이 사라지기도 했다. 다음 세대는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는 인재가 못 되면 '기본소득제' 법안이 통과되는 것만 기다려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 원하는 개발자 vs. 글로벌 시장에서 원하는 개발자

국내 IT학원들에서 키우는 개발자들을 모두 만나본 것이 아니니 지나친 일반화를 조심해야겠지만, 그간 만나본 개발자 애들은 대부분

A를 하면 B를 할 수 있다

는 식의, 일종의 게임 Tech-tree를 만드는 스타일로 IT개발이라는 지식을 접근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학부 시절에 경영학과 애들에게서 자주 봤고, SIAI 설립 전후로는 공대 출신들에게서 매우 자주 봤던 관점인데, 지식을 자꾸 공식화 하더라.

이런 사고는 위의 'Rent 사회'와 그대로 맞닿아 있다.

사법고시를 합격(A)하면 꿀(B)을 빨 수 있다.

좀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면, 머리가 나쁜 애들, 사고력의 깊이가 매우 얕은 애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기분 나쁘실테니 하나 에시를 들어서 납득을 시켜드리면, 구구단을 달달 외우는 와중에, 연립부등식을 이용한 다리 4개, 2개인 동물 숫자 찾아내는 문제를 던지면 응용을 쉽게 하는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교 졸업할 때가 되어도 그 응용이 안 되는 애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후자 쪽에서 이런저런 변명을 하겠지만, 한 줄 요약하면 '머리가 나쁘다'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머리는 납득이 되어도 가슴으로 납득이 안 되어서 날 욕하고 싶으면 욕해라. 그래봐야 당신의 사고력 깊이가 얕은 것은 바뀌지 않는다.)

Jordan Peterson -What kind of Job Fits Your IQ

위와 같은 맥락에서, 개발자들 교육이 위와 같은 '공식형' 시스템이면 글로벌 시장에서 먹히는 인재가 아니라, 로컬 시장에서만 먹히는 인재가 된다.

한국에서 교육 받은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코딩 몽키(Coding Monkey)' 이상의 성과를 못 내는 것도 같은 이유다.

국내에서 몇 년간 개발자를 채용해보고, 개발자라는 사람들과 부대껴보니 이제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게 됐다.

한국에도 저런 한국식 인재가 아닌 분들이 은근히 있겠지만, 한국 개발자 사회의 주류는 아닐 것이다.

미국 동부형 인재 vs. 서부형 인재

국내 스타일의 인재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질문을 안 한다는 것이다. 시키는 걸 '이해만 했으면' 직진하면서 문제를 해결한다.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반대로, 일을 시켜보면 끊임없이 질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정도는 네가 알아서 이해하고 끼워넣으면 안 되냐 싶지만, 모든 걸 질문한다. 일 시킨 사람 입장에서

하나를 가르치면 둘이 아니라 열을 아는 사람

에게 일을 시키고 싶은데, 정반대로 하나를 가르치면 겨우 하나를 아는 것 같아서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위의 관점으로 보면, 아마 질문이 많은 사람들은 IQ가 매우 낮은 사람들일 것이다.

그런데 정말 질문을 많이 하는 사람이 IQ가 낮은 사람, 일을 못하는 사람일까?

많은 일은 업무 담당자가 프로젝트 전체의 방향성, 회사의 상황 등을 적절히 고려해서 결정을 내려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워킹 레벨에서 결정하기 매우 어려운 주제들도 적지 않다. 단지 프로젝트 초기에는, 윗 사람의 눈에는 잘 안 보였을 뿐인데, 그런 질문은 반드시 하고 넘어가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길 하면, 특정 순간에 A와 B 중 하나의 결정을 내리면서 향후 서비스 개발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고, 나중에 업그레이드를 할려고 해도 상황이 완전히 바뀌는 그런 중요한 결정들이 있다. 아니, 회사를 이끌고 있고,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보면 그런 순간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일어날 수 있다.

SIAI 설립 당시로 예를 들면, 해외에서 대학을 만들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스위스에 SIAI를 만들고 독일어로 모든 문서를 감당하는 편이 미래 지향적인 선택이냐, 미국 몬태나에 MIAI를 만들고 영어로 모든 문서를 관리하지만 정작 몬태나 같은 외딴 시골에서 대학을 만들어서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옳은 선택인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그 하나의 결정으로 회사의 10년, 어쩌면 100년이 바뀌어 버릴 수도 있다.

'질문을 안 하는' 인재들은 이런 상황이 오면 위에서 결정을 내릴 때까지 대기 상태로 들어간다. 결정을 내려야 다른 일들이 진행되고, 자칫 결정이 바뀌면 했던 일이 헛수고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단, 자기가 찾아서 자료 정리한 다음에 윗 사람과 '회의'하는 일은 안 한다. 시킨 사람 입장에서 매우 짜증나는 유형이다. 내가 잘 몰라서, 시간이 없어서 너한테 일을 시켰는데, 결국 내가 모든 정보를 다 다시 습득하고 그간 했던 일들을 추적해야 되기 때문이다.

뭐 잘 모르겠고, 일단 대학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을 넣은 업체와 대화를 나누는 중이라고 해 보자.

'질문을 안 하는' 인재들을 데리고 있는 컨설팅 업체의 보스는 고객사에도 친절하게 설명을 다 해주면서 고객사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고, 직원들에게도 어떤 상황이 진행되고 있으니 어떻게 준비해야 된다고 설명을 다 해줘야 한다.

속칭 PM(Project Manager)라고 불리는 직위에 있는 분이 혼자서 '커뮤니케이션'에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PM이 누구인지가 매우매우매우 중요한 일처리 방식이다.

이런 한국식 시스템이 한국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미국에서도 동부의 큰 기업들을 가면 종종 볼 수 있다. 기획서를 뽑아내는 팀이 있고, 발주처 경영진과 기획서 뽑는데 반 년, 1년을 쓴 다음에 완성되면 개발 팀에 넘긴다. 사실 많은 공학 프로젝트가 이렇게 진행될 것이다.

이게 틀린 방식아라고 힐난하려는 글이냐?

아니, 대부분의 경우 위의 방식이 맞다.

공학 프로젝트와 맞지 않는 서부형 인재

그런데, 저 시스템은 개발 기간 X년, 비용 Y원이라고 딱 정해진 프로젝트에만 적합할 뿐, 시간을 두고 천천히 만들어 올려야 되는 시스템, 회사 발전에 맞춰서 계속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하는 경우에는 최악의 개발 방식이다.

회사가 반 년 사이에 쑥 성장해서 뜯어고쳐야 되는데, 성장을 감안해서 만든 시스템이 아니면 기존에 만든 걸 완전 해체하고 새로 만들어야 되는 경우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타트업이 성장하면서 계속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는 미국 서부로 가면 '질문을 안 하는', 좀 더 구체적으로는 회사 사정을 감안하지 않는, 무조건 최신 기술, 사람들이 많이 쓰는 기술만 찾는 인재는 좋은 인재로 평가 받기 어렵다.

이런 시스템에서 원하는 인재는 의뢰인 or 보스의 생각을 읽고, 꾸준히 대화하고, 프로젝트를 단계적으로 끊어가면서 가능성들을 하나하나 짚어주는 분들이다.

즉, '질문을 안 하는' 인재는 최악의 인재, '질문을 (매우 잘) 하는 인재'가 최고의 인재가 된다.

그간 한국에서 인력을 뽑아서 위의 업무 시스템을 요구하면 대부분 나한테 엄청나게 짜증을 냈었다.

내가 언제나 들었던 말은

  • 왜 이렇게 일을 계속 던지냐
  • 왜 이렇게 기획서도 안 주냐
  • 왜 자꾸 날 더러 생각해라고 그러냐

같은 표현들이었다.

난 기획서를 만들어 줄 수 없는 상황인게, 만들다보면 계속 바뀌는게 뻔하고, 회사 진행 상황에 따라 자칫 접거나 아이템을 완전히 뜯어고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의논해서 결정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그 미팅에서 우리 팀이 내 의도를 이해하고 가면 좋겠는데, 그들은 내가 생각을 다 해서 기획서를 던져주는 '효율적인' 진행을 원했던 것이다.

이렇게 되면, 막힐 때마다 모든 문제를 내가 풀어야 하고, 내가 모든 결정을 다 해야 한다.

그러다 심하게 막히면, 근데 내가 풀어내지 않으면 그 프로젝트는 흐지부지 된다.

아무도 문제 해결을 위해 생각을 안 하기 때문이다.

즉, PM이 누구인지가 매우매우매우 중요한 일처리 방식이 되어 버린다.

쿠팡 김범석 의장 더러 '누구랑 같이 일 못하는 사람'이라고 비난하는 전직 쿠팡 관계자들 몇몇을 아는데, 가끔 가까운 분들이라 진심으로 충고해줘도 되겠다 싶으면

(당신이) 공식형 인재라서 공식을 따르지 않는 사고를 하는 분, 그런데 잠깐 사이에 이미 결론까지 다 뽑아내는 생각의 속도를 내는 분을 못 따라간 것

이라고 솔직히 말해주는 일들이 있다. 지적 듣고 쿠팡 김 의장이랑 날 더러 똑같은 인간이라고 욕 하시던 분들께는 어쩔 수 없지만, (사실 칭찬인거 같아서 ㅎㅎ) 빈 공터에서 100조짜리 기업을 만들어 낸 대표가 한국 토종들처럼 'Rent 사회', '공식형 인재'와 같은 사고 방식을 갖고 있었으면, 거기다 생각의 속도마저 느렸으면, 그 회사는 진작에 무너졌을 것이다.

이걸 미국에서는 '서부형 인재' 혹은 '실리콘밸리형 인재'라고 한다. 처음에는 아무 것도 모르는 채로 시작하지만, 엄청난 학습 속도로 업계 전문가를 따라잡고, 끊임없이 사고의 틀을 깨는 분들을 지칭한다. 쿠팡 김 의장이 왜 한국 인재들을 그렇게 싫어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될 것이다.

감히 김범석 의장과 비교할 주제는 아니지만, 나도 저런 짜증들을 듣다가 못 참고 한국 개발 팀을 없애버렸다. 프리랜서 인도 팀을 쓰는게 비용 절감은 둘째 문제고, 대화하는데 속이 뻥~ 뚫린다. 일을 계속 던져주면 엄청 좋아하고, 설명을 하면 무슨 뜻인지 확인하면서 자기 나름대로 방향 설정을 해 주고, 내 생각이 틀렸으면 고쳐주고... 한국에서도 이런 개발 팀을 뽑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는 인재, 질문하는 인재, 실리콘밸리형 인재

다만, 모든 조직이 실리콘밸리형 인재를 찾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많은 공학 프로젝트는 완성된 설계도, 기획서를 들고 움직이는 것이 맞다.

다만, 그런 경우에도 시장 상황은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현장 상황에 맞게 끊임없이 세부 조건들을 바꿔야 한다.

보통은 경험치가 아주 많은 인재들에게 그런 PM 자리를 준다. 이미 다 겪어봤으니 어떤 사태가 발생해도 잘 대응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물론 그래도 경험 밖의 사건이 터지면 대응을 못하는 PM들이 있고, 그래서 결국 프로젝트가 망가지고 막대한 손해 배상 소송에 휘말리기도 한다.

반대로, 경험치는 부족하지만 순간 대응을 잘 하면서 문제 해결을 빠르게 해 나가는 인재들도 있다.

후자의 인재는 매뉴얼 대로 따라가는 PM들, 동료들의 꽉 짜인 사고 방식이 불편하거나, 아예 자신의 역량을 숨기고 조용히 일만 할 것이다.

그러다 윗 사람의 눈에 띄여 동부형 조직 안에서도 승진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실리콘밸리 스타일의 조직에서 성장의 기회를 만나면 지분을 받고 이직하고, 그 조직이 성공하면 함께 이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그럼 누가 실리콘밸리형 인재가 될 수 있을까?

좀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당신들은 '머리가 나쁘기' 때문에 '서부형 인재', '실리콘밸리형 인재'가 되기 어려울 것이다.

실리콘밸리형 인재들은 질문을 하고 싶어서 하는게 아니라, 질문을 해야되는 순간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에, 이미 N가지 시뮬레이션이 머리 속에서 빠르게 다 돌아갔기 때문에 의뢰인이, 보스가, 대표님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신지 확인하고 넘어가야 되겠다 싶어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여기서 더 뛰어난 실리콘밸리형 인재들은 먼저 몇 가지 해답을 찾아서 질문을 던지고, 미리부터 어떤 대답이 나오건 상관없이 해놔야 되는 일들을 준비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재수 없다, 너만 잘났냐 등등의 온갖 비난을 받는다는 것을 알지만, 이런 식의 사고 확장이 안 되는 당신들은 2류 인재의 틀을 벗어나기 어렵다. 그냥 시키는 일만 열심히 잘 하는 일벌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 우리나라 공기업, 대기업에 취직해라. 거기 취직 안 되면 배달이나 하던가. 백수로 살던가. (못 돼먹게 말해서 미안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우리 회사에 짧게 2달 동안 인턴을 하고 갔던 한 수도권 대학 출신 인재가 있었는데, 회사를 떠나면서 내게 했던 표현이

이런 게 실리콘밸리 스타일인 것 같은데, 저는 ....

차마 말을 더 잇지 못했는데, 계속 우리 조직에서 성장하고 싶은데, 자기 능력이 부족해서 이걸 못 따라간다는 걸 느껴서 포기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글로벌 개발자 양성 과정에서 살아남을 인재들

뭔가 난잡하게 던진 것 같지만, '글로벌 개발자 양성 과정'으로 내가 키우고 싶은 인재, 그래서 글로벌 노마드로 살 수 있는 인재, 자기 실력으로 나이 50, 60까지 밥벌이가 가능한 인재는

  • 'Rent 사회'적인 사고 방식에서 벗어난 인재
  • 똑똑하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상대방의 의사를 넘겨 짚을 수 있는 감성적인 인재
  • 학습 속도가 굉장히 빠른 인재

들이다.

이미 한국 사회는 적어도 기술 분야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완전히 뒤쳐진 2류 국가가 됐다. 그나마 먹여 살려주던 중국이 더 이상 한국에서 뜯어먹을 것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상황인만큼, 남은 시간이 거의 없고, 그나마 미국이 먹여 살려주는 조선, 방산 같은 산업들은 더 버티겠지만, 나머지 산업들은 미국, 인도 같은 세계의 공장 국가로 떠나 버릴 것이다.

요즘 기술 추격 당하는 걸 보면, 길어봐야 10년, 아마 5년 안에 한국에서 최상위권 인력을 제외한 모든 인력들이 70년대, 80년대 우리 아버지 세대가 그랬던 것처럼 해외에 나가서 돈 벌이를 해야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데 거의 확신을 갖게 됐다.

그 시대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은 독일 광산 깊숙한 곳에 투입되고, 시체 닦는 간호사로 돈 벌이를 했다. 또 한 세대는 중동에서 열사병에 걸려가면서 건설 현장 막노동으로 돈 벌이를 했는데, 그나마 베트남 전쟁에 투입되어 생존을 위협받고 고엽제로 남은 평생을 고생한 것보다는 낫지 않냐고 그러시더라.

근데, 그렇게 할아버지, 할머니들 시절처럼 추락하는게 얼마 안 남았다. 안 믿기면 1995년, 2005년에 취준을 했던 선배들, 2015년에 취준했던 선배들과 2025년에 취준하고 있는 당신들과의 격차를 가늠해봐라. 그나마 인구가 빠르게 줄고 있으니 사정이 조금은 나아지겠지만, 2035년에는 지금보다 더 암울한 취준 시장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남유럽 애들이 경제 붕괴되던 2010년에 그걸 겪고 '글로벌 개발자 양성 과정' 같은 쪽으로 발을 돌린지 10년이 됐기도 하다.

한국에서 Rent를 찾아 '꿀 빠는' 인생을 살고 싶은 분들은 어쩔 수 없고,

  • 로스쿨에 이어 의대마저 무너지는 걸 보면서 Rent 시장의 미래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 분들,
  • 그렇게 꽉 짜인 인생에서 희망을 못 찾는 분들
  • 급여 빵빵하게 잘 받으면서 글로벌 노마드로 살고 싶은 분들

이라면 늦기 전에 글로벌 시장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사고 구조를 바꾸라고 충고하고 싶다.

글로벌 개발자 양성 과정이라고 이름을 붙인 교육 과정은 딱 저런 성향인데,

  • 정작 문과라서 개발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거나
  • 강남 IT학원 갔더니 '이상한 거만 가르쳐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거나
  • 개발자로 취직하려니 문과라고 기업들이 커트해버리거나

는 이유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위한 과정이다.

그간 인도, 파키스탄, 동남아, 터키, 동유럽, 그리고 남유럽까지 일을 시켜보면서 느낀거지만, 한국에서 똘똘한 인재들이 이 시장에 진입하면 몇 년 안에 어지간한 대기업 재직자들보다 많은 돈을 벌면서 살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인들이 잔머리는 잘 돌리잖아?

단, 가만히 입만 벌리고 있어도 과일이 떨어지는 '꿀 빠는' 인생을 사는 코스는 아니다.

사족

이제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가는 2007년 여름, A모 컨설팅 회사에서 잠깐 인턴을 했었는데, 거기 이사님이 항상 하셨던 말씀 중에,

차 떼고, 포 떼고도 할 수 있어야

라는 표현이 있다. 회사 이름 없이, 자기 혼자 힘으로 해낼 수 있어야 된다는 의미다. 비슷한 뜻으로 일본 유명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에서는 '간판을 잃어도 빛나는 인재야 말로 진짜 인재다'는 표현이 있다.

당시 A모 컨설팅 회사가 MBB처럼 글로벌 탑 티어는 아니지만, 그래도 회계법인 컨설팅 조직들보다는 티어가 높으니, 그 브랜드 밸류로 기업들 설득해서 프로젝트 따는 걸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게 당시 그 회사 분위기였는데, 그 이사님도 삼성 구조본 출신에, 업계에서 나름대로 명성을 갖춘 컨설턴트였지만, 그 회사가 안 하던 걸 새로 만들어 내려니 혼자 힘으로 팀을 키우는게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솔직히 A모 컨설팅 회사에 가고 싶지 않았지만, 그 분이 도전하시는게 내가 꼭 해보고 싶은 일이기도 했고, 나도 큰 마음을 먹고 갔다가, 회사 이름 값보다 그 분이 헤메는 걸 보고 있기가 너무 답답해서 결국 2주일 만에 그 팀에서 나왔다. 20년이 다 됐지만, 항상 마음이 무겁고 죄송한 일이다.

지난 몇 년간 한국에서 사업해보면서, 한국 시장에서 차 떼고, 포 떼고 뭔가 하는 건 거의 기적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왜? 아시아 문화권은 '대기업, 대기업, 대기업'이라고 노래를 부르는 곳, '대기업'이 아니면 기업이 B2B의 상대로 인정해주지 않는 곳, 최소한 품질 경쟁력으로 시장 불신을 깨는 건 불가능한 사회·문화권이기 때문이다. 그걸 ①사기 안 치고 ②혼자 힘으로만 뚫은 분들은 업종마다 사정이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엄청나게 존경을 받으셔야 한다. 현실은 일본식으로 이야기하면 '패배조 자회사(負け組 子会社)'에서도 안 하려는 잡일에 만족해야 한다. 아니면 대기업에 기술을 뺏기거나.

아시아와 달리, 내가 본 유럽 시장은 대기업 편향성이 상대적으로 없는 시장이었다. 안 그랬으면 SIAI 설립 조차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미국은 대기업 편향성이 유럽보단 강한 곳이지만, 적어도 한국이나 일본 같은 곳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위에 언급한 글로벌 개발자 양성 과정 정도는 미국, 유럽 어디를 가도 대기업을 찾진 않을 것이다. 개인 프리랜서가 해도 되는 사업, 기껏해야 100~200명 정도 인력의 에이전시가 하는 사업이라는 인식이 이미 잘 갖춰져 있을테니까. 한국에서 WordPress를 비롯한 주요 웹사이트 오픈소스들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 이유도 아마 대기업이 뛰어들 만한 시장도 아니고, 실제로 대기업이 뛰어질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1달간 몇 차례 글로벌 개발자 양성 과정 이야기를 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수요가 거의 없어서 이걸 한국에서 운영 못 할 거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언급했던 사고력 문제, 영어 문제를 한국 교육이 전혀 해결해주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진짜 문제는 '대기업, 대기업, 대기업' 노래를 부르는 한국 시장의 선입견이기 때문이다.

SIAI를 처음 만들고 스위스 EduQua에서 학위 과정 승인을 받아오고, (사)데이터사이언스 경영학회를 한국 정부 승인까지 받아 학위 논문 심사하는 구조를 구축했는데, 어느 국내 대학 학생은 SIAI가 모 스위스 대학의 자회사라는 식의 뇌피셜을 여기저기 써 놨다가 우리 SIAI가 그 대학에 고소를 당하게 만들기도 했고, 여전히 국내 커뮤니티들은 SIAI를 한국 강남 일대의 '동네 학원'이라고 무시하거나, 기껏해야 그 뇌피셜 학생처럼 내가 남한테 얹혀가서 돌리는 유학원 정도로 생각한다. 그 고소 건도 입학시험 40점을 두 번 받고 탈락한 학생이 단독으로 벌인 일이라는 정보를 주고 합의하지 않았으면 더 괴로운 일이 터졌을 것이다.

아마 그 뇌피셜이 나온 이유는, 자기가 가고 싶은 학교는 '대기업'처럼 매우 유명한 학교, 큰 학교, 잘 나가는 학교여야 된다는 자기 세뇌 탓일 것이다. 실제로 그런 인력들이 SIAI 욕하는 내용을 보면 '신생 학교 주제에', '랭킹 높냐?', '유명하지도 않은 주제에', '분명히 저 인간이 혼자서 한 게 아니라, 뒤에 큰 기관이 있을 것이다' 같은 내용 아니면, 이 교육 프로그램의 핵심을 만들어 낸 나에 대한 음해 공작들이다. 자기들이 그렇게 '높은 위치'로 인정하는 스위스의 기관에서 인정 받은 교육 프로그램인데, 정작 그 인증의 핵심이 나라는 것을 못 받아들이는, '서구 사대주의'의 틀에서 못 벗어나는 사고의 편협함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일련의 오해와 왜곡은 정보를 제대로 읽고 소화하는 능력이 매우 떨어지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 스스로 판단하지 않고 남의 말에 부화뇌동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SIAI가 스위스라는 나라에서 허가 받고 설립된 학교 법인이고, 내가 한국인들 상대로 따로 시스템을 추가해서 운영 중이라는 설명을 아무리 읽어봐도 (혹은 긴 글을 읽을 능력이 없어서)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그들에게 '설명', '설득'하려면 글로벌 탑 50위권, 10위권 대학이다, 유명 대기업에서 만든 대학이다는 식의 한 줄 임팩트 홍보 이외에는 먹히질 않을 것이다.

그들은 딱 한 줄 요약 수준의 정보 습득력, 지식 이해도를 갖춘 인간들에 불과하니까. 그들은 '유명하냐?' 한 줄 이외에는 더 이상의 정보를 묻고 답할 능력이 없으니까. 그러니 어디서 유명하다는 기관이랑 연결되어 있으면 실체는 보지도 않고 달려들고, 그래서 사기 범죄 비율이 중국과 더불어 압도적으로 1등인 나라인 것이다.

지난 몇 년간 SIAI 학생들의 학위 논문도 쌓고, SIAI 모 회사인 GIAI의 Reputation도 이만큼 쌓아올렸는데, 그걸 유럽 팀 애들은 손가락만 놀리는 동안 한국에서 갖은 고생을 해가면서 키웠는데, 심지어 글로벌 개발자 양성 과정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경험치도 쌓였지만, 그래서 퍼즐에 맞춰 들어갈 수 있는 인재만 있으면 충분히 돌릴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지만, 아마 저 인력 양성 과정은 한국에서 실패하고 GIAI 본사에서 그간 제휴 맺으려 노력했던 인도의 어느 조직 중 한 곳에게 넘어가게 될 것이다. 몇 년간 거기를 키워서 GIAI India 매출액 정보가 널리 알려지고 나면 그제서야 기업이 커졌다고 '대기업, 대기업, 대기업' 노래 부르는 분들 시야에 들어오니, 날 더러 한국에서 채용 안 하고 인도에서 채용한 악마라고 욕을 할지도 모른다. SIAI의 연구 인력 양성과는 비교도 안 되는 학원 수준 개발자 교육을 말하는 중인데, 또 구분 못하고 한국 욕하고 인도 갔다는 식으로 황당하게 덮어 씌우려나? 워낙 참신하게 황당한 사건들을 많이 겪어서 또 무슨 신선함이 나올지 상상도 못하겠다.

그 때를 대비해 미리 남긴다. SIAI의 고급 AI/Data Science 교육이 아니라, GIAI 본사에서 대학 교육과 별개로 운영하는 WordPress, Drupal, Moodle 같은 오픈소스 개발자들 훈련 프로그램이었고, 나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본사가 인도 대신 한국을 선택하도록 노력해봤다.

전에 어느 Q&A에 쓴대로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바라보는 조선 고종의 심정이지만, 어쩌랴. 한국 실력이 그 수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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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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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d of GIAI Korea
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