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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안뽑] ⑬개발은 회사 업무 효율화를 돕는 도구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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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months
Real name
Keith Lee
Bio
Head of GIAI Korea
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
개발 잘 된다고 회사가 돈 버는거 아냐
개발은 회사 잘 되도록 돕는 기능에 불과할 뿐이라는 걸 직시해야
자기 하고 싶은 것만 찾는 개발자가 최악의 개발자

새 서버에서 경험이 어떻냐고 질문했더니 직원들이 속도가 빨라져서 너무 좋다며, 기존 서버를 그대로 고집했던 날 부끄럽게 만들었었다. 그 때 머리를 스쳐갔던 부분이, 성능에 93점이 나왔는데, 저 성능을 100점으로 만들기 위해 무슨 노력을 해야할까로 나름대로 읽어보고 정리해놨던 내용들이었는데, 실제로 내가 손으로 옮겨 놓은 건 수십가지 중 10가지도 안 되는 것 같다.

왜? 그 때도 했던 말이고, 오늘 또 하는 말이지만

저거 100점 받는다고 회사 경영 상태가 나아지는게 아니라, 여러분이 만드는 콘텐츠를 수익화해야 회사 경영 상태가 좋아집니다

였는데, 이게 내가 항상 개발과 싸웠던 부분과 그대로 맞닿아 있다.

개발자-안-뽑음_202312
개발자-안-뽑음_202312

개발은 회사 업무 효율화를 돕는 도구에 불과하다

예전에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있다.

Many companies forget what it means to make great products. After initial success, sales and marketing people take over and the product people eventually make their way out

수익성 안 나오는 매킨토시 접자는 주장하던 '굴러온 돌'에게 쫓겨났던 '박힌 돌' 입장에서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너무 이해가 된다. 상품의 품질이 중요하지, 세일즈 전략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사실 회사가 기초부터 탄탄해야 한다는 말과 같은 말이다. 나 역시 좋은 제품을 만들고 팔려고 해야지, 양아치같이 대충 갖다 붙여놓고 이제 다 만들었으니까 사세요라는 태도를 멸시한다. 수 많은 스타트업들이 거짓말로 회사 가치를 부풀려 올리고 상장까지 하고 난 다음에 나중에 아직 다 안 됐다고 밝히는 것들을 이미 많이 보셨을테니, 우리나라 거의 대부분의 인력들이 갖고 있는 태도라고 해도 크게 반박이 나오진 않을 것이다.

근데, 저 위의 표현에 매우 중요한 단어가 있는데, 수 많은 사람들이 그 부분을 놓치고 있다.

Great products

에서 특히 'Great'이라는 단어다. 한국 IT업계에서 개발, 디자인처럼 생산 쪽 업계에 계시는 분들 중에 과연 'Great'을 만들어 내실 수 있는 분들이 얼마나 될까?

시간이 없어서 못 만들었다, 회사가 시간 압박을 엄청나게 많이 한다는 식의 변명을 할텐데, 혹시 그거 당신들이 무능해서 그런거 아닐까?

왜 6개월 부트캠프 나온 애들이 만든 서비스보다 SKY, SKP 나온 애들을 투입시켜서 만든 서비스가 더 엉망으로 나왔다고 비판들이 나올까? 이 사건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무능'이다. 원인이 어디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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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ote-many-companies-forget-what-it-means-to-make-great-products-after-initial-success-sales-steve-jobs-133-50-71 / 출처=A-Z Quotes

서비스를 먼저 이해해야 개발이 되지, 개발이 되고 난 다음에 서비스가 맞춰지는 것이 아니다

나는 한국형 개발자들, 디자이너들이 굉장히 싫어하는 방식으로 회사 운영을 한다. 기획서 없이 사업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나는 보통 뭘 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서만 맴돌다가 뭔가 쉽게 내 문제를 풀어낼 수 있을만한 상황을 발견하면, 그걸 붙여서 내가 고민하던 무슨 사업을 해 보자, 무슨 기능을 덧붙여보자고 나선다.

그럼 개발자들은 기획서를 달라고 하고, 디자이너는 기획서 없이 어떻게 디자인을 뽑냐고 불만을 표현한다.

저 분들의 불만을 십분 이해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어떻게 들리냐면,

생각은 네가 다 하고, 나한테 뭐 만들어라, 뭐 그려라는 것만 던져라, 난 그것만 할께

라는, 아주 얍샵하고, 치사하고, 재수없고, 머리 안 돌아가는 티가 팍팍 나는, 무책임한 태도로 느껴진다. 네 사업이니까 네가 알아서 하고, 나는 그냥 시키는거만 할랜다, 모르겠다는 태도잖아?

이렇게 프로젝트가 돌아가면, 전체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사람은 회사 안에 나 밖에 없고, 어디에 무슨 기능이 왜 들어가야하는지 아무도 이해를 못하기 때문에 서로 간 겹치게 뭔가를 만들거나, 반대로 겹치니까 아무도 안 하는 경우들이 수두룩하게 발생한다.

내가 항상 기대하는 거지만 한국에서는 절대로 안 될 것 같고, 역시 해외에서 개발자를 채용할 때도 반드시 확인하고 가는게, 내가 그 서비스를 왜 만들려고 하는지 이해하고, 거기에 필요한 것들이 뭐가 있는지를 역제안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인데, 이런 경험을 한국에서 겪을 수 있다면 그 개발자는 '한국인 개발자니까 뽑지 마세요'라는 표현을 쓰기가 미안해진다.

위의 스티브 잡스 표현으로 돌아가서, 'Great products'가 나올려면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이 서비스 이용자들에 대한 각종 고려를 다 해야한다. 그래야 서비스가 'Great'이 되지, 안 그러면 쓰고 싶지 않은 쓰레기만 양산하게 되기 때문이다.

넌 눈X이 삐었냐, 아이콘을 요따구로 작게 만들면 누가....

어느 IT프로젝트 외주 전문 회사가 모 정부 기관에 시스템을 만들어주고 이런저런 보완 요청을 받았을 때 우연히 옆에서 본 사건이다. 그 정부 기관 발주 담당자의 상관이 와서 불만을 잔뜩 털어놓는데, 아직도 그 표현이 잊혀지질 않는다

넌 눈X이 삐었냐? 아이콘을 요따구로 작게 만들면 그걸 누가 클릭해? 아니 XX, 이딴 인간들한테 세금이 얼마나....

그 프로젝트 맡았던 회사 대표가 고개를 푹 숙이고 듣고 있고, 그 옆에는 좀 어린 직원 하나가 고객사 불만을 열심히 받아치고 있더라. 아마 그 회사의 아무도 그 서비스를 써 보지 않은 상태로 '납품'을 했을 것이다. 애당초 그 서비스를 왜 만들려고 하는지 이해하고 개발에 뛰어든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나도 첫 직장 시절에 부장님, 이사님이 뭘 해달라고 그러시면 내 딴에는 양껏 했는데, 윗 사람들의 지적을 듣고 나면 고개를 들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상식적으로 고민해볼 수 있을만한 내용, 혹은 상식 이전에 내가 한번만 더 신경을 썼으면 절대로 안 터졌을 사건들이기 때문이었다.

그 시절 나는 일이 너무 많았고, 잠을 잔 적이 별로 없었고, 그냥 모든 게 너무 힘든 시절이었다고 변명하고 싶지만, 그 시절 받았던 연봉을 생각하면 난 그런 실수를 하면 안 됐다. 거꾸로 이사님이 원하는 걸 내가 먼저 알아서 찾아드렸어야지.

이게 대부분 자기 역량보다 더 많은 일, 더 어려운 일이 떨어졌을 때 발생하는 상황이다. 어느 정도 눈 높이가 달라지고, 업무에 여유도 생기니까 자연스럽게 그런 실수를 하는 일도 줄어들고, 내 시야도 점점 더 넓어지는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개발, 디자인이 정말로 고액 연봉을 받을려면, 장기간 근무한 걸로 급여가 올라가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나이와 경험이 쌓인만큼 더 넓은 시야를 갖고 프로젝트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저 분들이 뭘 원하는지, 그게 왜 필요한지 이해하고, 대화를 통해서 그 분들의 잘못된 편견도 고치고, 더 필요한 것이 뭔지 납득을 시키는 과정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겨우겨우 'Great products' 근처라도 가는 상품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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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고 싶은 것을 찾아가는 개발자 vs 사람들이 필요한 것을 만드는 개발자

내가 만나봤던 수 많은 개발자들은 별 생각 없이, 쉽게 복붙으로 일할 수 있고, 리모트 챙겨주고, 연봉 잘 주는 회사만 찾는 사람들이었다.

근데, 가끔보면 자기가 뭔가 하고 싶은게 있는데, 그걸 하는 회사를 찾겠다는 인력들이 있다. 무슨 서비스를 만들고 싶은데 자기는 개발 역량 밖에 없다는 겸손한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은 무슨 언어를 써서 개발하고 싶다, 무슨 언어를 배우면 무슨 지식을 배우는 것이 아니냐는 좀 납득하기 어려운 태도들이다.

예를 들면, R을 배우면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가가 되는거 아니냐는 표현인데, 고급 수학 및 통계학을 배우고, 그걸 응용해서 현장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직관적 사고력 훈련을 받아야 된다고 이야기했을 때, 한국에서 그간 알아먹는 사람이 얼마나 적었는지 생각해보면 아마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어떤 상태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난 '직관'을 강조하는 글을 꾸준히 써 오면서 개발자라는 집단의 사람들에게 온갖 욕과 음해, 왜곡을 다 들어야 했다. 내 말이 맞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렇게 날 바보 취급하는 무시 발언을 듣지는 않았어야 하지 않을까? 말을 바꾸면 그들이 정말 시야가 전혀 열리지 않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날 정신이상자 취급했었다는 결론 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슬람 사원 철문을 혀로 10번, 100번 핡는다고 코로나가 안 걸린다는 걸 아니라고 설명해줘봐야 이슬람교를 믿지 않는 이단자의 괴변을 들을 필요 없다고 '인샬라!'라고 외치는 걸 봤던 기분이다.

그래도 뭔가를 더 배우고 싶다는 분들은 저 위의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개발자들보다 좀 더 자기 개발형 인간은 맞지만, 그렇다고 회사에서 쓸 수 있는 분들은 아니다. 그냥 자기 발전 의지만 있는 분들이다.

정말로 회사에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개발자는 사업 모델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모델 이해로 회사가 성장할 수 있도록 자기 관점에서 지식을 계속 습득하고, 그 덕분에 회사의 사업 모델이 조금씩 바뀌도록 돕는 사람이다. 난 내 사업이니까 뭔가 그렇게 하나 발견하는게 있으면 회사에 그거 적용해보자면서 프로젝트 방향을 뒤틀고, 되겠다 싶으면 아예 사업 방향 전체를 뒤틀때도 있다.

그럼 개발이 빡친 표정으로 너 같이 수시로 뭐 바꾸는 인간이랑 일 못하겠다고 분노를 표현하고는 짐을 싸서 나가버린다.

그 분들께 내가 하는 변명은 아래와 같다.

기존에 짰던대로 하면 남들이랑 똑같은 서비스 되잖아요? 어떻게 키울래요? 그건 개발 아니니까 내 일이 아니고, 그래서 아무 상관 없는 일인가요?

이런건 개발이 먼저 찾아와서 저한테 보여줬어야 하는거 아닌가요?

상품을 잘 만들어서 고객을 설득해야 사업이 크지, 내가 하고 싶은 거, 어제까지 계획한거 따라가기만 하면 사업이 크나요?

최신 기술로 만들었다, 그게 개발자만 좋은 이야기가 아닐려면 다른 서비스들이랑 잘 맞아들어가야죠, 왜 자기가 하고 싶은거만 할려고 그래요?

하시고 싶은 건 회사가 커져야 할 수 있는거에요. 저도 DS 모델링 하고 싶은 마음 꾹 참고, 일단 트래픽 올릴 수 있는 서비스부터 만들려고 하는데, 왜 당장 필요도 없는 걸 지금부터 해야된다고 고집이에요?

왜 한국 초명문대인 SKY, SKP 출신들이 만든 서비스가 고작 영어권 6개월 부트캠프 출신들이 만든 웹서비스보다 낮은 평가를 받냐고? 이걸 사업을 같이 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하느냐, 그냥 내가 만들고 싶은 것들을 내가 쓰고 싶은 '최신' 기술, '검증된' 기술을 써서 '초고속'으로 만드느냐의 차이에서 나왔다고 하면 얼마나 사실에 가까울까? 6개월 부트캠프 수준이어서 개발 실력은 모자라지만, 서비스 사용자가 뭘 원할지 고민하면서 만들다보면 자연스레 필요한 각종 '최신' 기술을 학습하고, 그 중에서 서비스에 가장 적합한 기술을 고르고 조합하는 경험들을 할 것이다. 실력이 느는 것은 둘째 문제고, 이렇게 노력해야 사용자에게 'Great' 서비스가 나오지, 한국형 개발자들이 무조건 '최신'을 노래불러봐야 서비스는 개발자 본인한테만 'Great'가 된다.

내가 한국인 개발자들을 싫어할 수밖에 없는 이유, 한국인 공돌이들을 싫어할 수밖에 없는 이유, 한국어 사용자 대부분을 싫어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그 SKY, SKP 출신들이 만든 서비스에 그대로 녹아 들어가 있을 것이다.

당신들의 상식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겠지만, 그래서 또 온갖 음해, 비난을 듣겠지만, 이제 나는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다.

당신들은 기껏해야 개발자들에게만 유능한 사람들이다.

우리에게는 무능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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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