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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안뽑] ㊴정부 프로젝트만 하던 개발자, 당신 회사에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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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months
Real name
Keith Lee
Bio
Head of GIAI Korea
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
정부 프로젝트와 일반 사기업 프로젝트, 작은 IT프로젝트는 구성이 모두 제각각
필요한 역량, 개발자의 태도, 작업 방식 등등이 모두 다 달라져
경력 년차, 전 직장이 중요한 것 아냐, 회사마다, 프로젝트마다 적절한 개발 팀을 꾸려야 

우리나라 개발자들 중 적게 잡으면 5할, 많게 잡으면 8할이 정부가 발주하는 IT프로젝트에 투입된다. 사실 9할이라고 쓰고 싶었는데, 내가 모르는 개발 영역이 있을 것 같아서 숫자를 좀 낮췄을 뿐, 만나는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먹고 살기 위해서' 정부 프로젝트 개발 언어인 Java를 어떤 방식으로건 써 본 경험이 있다.

국내 상당수의 IT기업들이 생존을 위해서 정부 프로젝트를 하나 이상 진행하면서 나온 수익금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고, 정부 발주 프로젝트를 회사 크기에 따라 나눠 맡으며 시장이 돌아가는 구조가 지난 20년 간 완전히 안착된 상태이기도 하다. 정부 이외 기관이 IT프로젝트를 발주해서 회사에 쓰는 경우는 대기업 일부에 불과하고, 중소형 회사들은 정부 아니면 대기업이 IT프로젝트를 발주해주지 않으면 직원들 월급을 못 주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종속된 개발자 사회 구조 밖에 있는 기업들은 자기 회사가 직접 돈을 벌고 있는 네이버, 카카오 등의 일부 IT기업들과 게임 회사들, 그리고 투자금이 탄탄하게 쌓여서 정부 프로젝트를 안 뛰어도 되는 스타트업들 밖에 없다.

워드프레스가 개발자 없이 웹사이트를 운영할 수 있는 좋은 솔루션이지만, 정작 쓸만한 사람을 한국 땅에서 찾기가 어려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 시장 자체가 정부가 정한 Java 언어 안에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개발자-안-뽑음_202312
개발자-안-뽑음_202312

정부 프로젝트만 하던 개발자가 당신 회사에 필요할까?

그렇게 정부가 IT 개발업의 구조를 완전히 확정을 해 놨는데, 정작 당신이 만들고 싶은 웹사이트에 Java가 필요할까? 장담컨대 Java가 필요하신 분들은 10명 중의 1명도 아니고, 100명 중에 1명도 없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지난 2000년대 초반에 확정한 Java 기반의 SpringFramework는 그들이 써야하는 정부 시스템 전용으로 맞춰져 있지, 일반적인 쇼핑몰, 블로그, 회사 홈페이지에는 관련이 없다. 억지로 갖다 쓸 수는 있겠지만, 사각 못을 둥근 원에 맞추려는 행동이라고 봐야 한다. 사각 못의 모서리를 다 쪼개면 쓸 수는 있겠지만, 둥근 원 전용 못과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부 프로젝트만 하던 개발자가 대부분인 한국 시장에서, 학습 속도가 빠른 개발자는 거의 없고, 기존에 하던 업무만 관성으로 계속 따라가려고들만 하고 있으면, 과연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개발자는 얼마나 될까?

지난 몇 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학습 속도가 굉장히 빠른 개발자가 아니면 대부분은 마음 급한 회사의 발목을 잡는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했고, 특히 정부 프로젝트처럼 하던 작업을 반복하기만 하던 개발자는 더더욱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겪었다.

실제로 회사에서 필요한 개발자는 정부 프로젝트에만 투입됐던 경력 10년짜리 개발자, 대기업 경력이 길다면서 대기업 출신이라 믿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개발자가 아니라, 당신이 뭘 원하는지 이해하고 거기에 맞춰 개발 시스템을 운영해 줄 수 있는 개발자다. 그런데 학습 속도가 빠르고, 센스가 넘치는 사람들이 남의 개발을 해 주면서 사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개발 실력보다, 정부 프로젝트 운영 방식 때문에 생기는 문제

1년차 개발자 경력이 10년 쌓인 사람들을 제외하고, 계속 어려운 문제들을 풀어내면서 내공이 쌓인 10년 내공의 10년차 개발자들이 단지 정부 프로젝트들을 많이 했다는 이유로 다른 개발을 못한다고 주장하는 것에 거센 공격이 들어올 것이라는 지적에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개발이라는 것이 특별히 하나만 깊게 파고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두루두루 잘 알아야 개발을 잘 하는 사람이 되기 때문에, 10년 내공이 쌓였으면 원칙적으로는 굉장히 폭 넓은 시야를 갖고 고객사의 문제들을 넘겨짚고 미리부터 대응해 놓는 실력파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러나, 정부 프로젝트가 한국에서 돌아가는 방식을 봤을 때 그 분들이 당신네 회사에서 적응하고 살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개발자 한 명 예시를 들면, 대학 졸업 전에 병특부터 개발자 경력이 15년 쯤 쌓인 분이었는데, 자기는 신기술을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정작 학습 속도가 매우 느렸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응하는 방식이 설명서를 따라가는 교과서 형이라 어디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추론 역량이 심각하게 부족했었다.

좀 더 직접적인 예시를 들면, 웹사이트를 이전하고 난 다음에 이미지가 계속 안 나오는데, 월요일 오전에 문제의 원인을 찾아서 수정해달라고 부탁했던 작업이 수요일 오전까지 전혀 진행이 안 됐었다. 수요일 점심 시간에 1시간 남짓 DB를 뒤져보고 난 다음에 URL이 잘못 적힌 DB Table을 찾아서 수정하면 된다는 사실을 알려드렸고, 좀 늦은 점심 식사에 나가면서 밥 먹고 돌아오면 다 고쳐놨겠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예 DB Table에 적힌 URL 값을 고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계시더라. 정작 그 문제가 해결된 것은 금요일 퇴근 무렵이었다. DB Table을 마지막으로 본 게 3년이 넘은 내가 1시간 만에 문제의 원인을 찾고, 테스트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도 Rewrite query를 이용해서 불과 10분의 추가 시간을 더 쓰면 해결할 수 있을만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1시간 10분이 아니라 5일을 쓰신 것이다.

10년 내공이 대부분 정부 프로젝트에서 온 탓에, 모든 작업 자체가 정부에 보고하기 위한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특별히 내 방법이 맞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주먹구구식이라고 비판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1시간 남짓으로 해결될 일을 5일이나 쓰고 있는 개발자가 당신네 회사에 필요할까? 정부 프로젝트 방식의 프로토콜이 당신네 회사에서도 지켜져야 하나?

다른 인재, 다른 역량, 그리고 다른 직장

같은 10년 경력직 개발자, 심지어 같은 프로젝트에서 백엔드, 프론트 엔드 경험치를 얻었다고 해서 서로 대체 가능한 인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성격이 다르고, 개발 업무에 대한 철학과 당신의 프로젝트를 보는 시각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인재는 다른 역량을 갖고 있고, 결국 회사마다 필요한 인재가 다를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나는 무능력한 탓에 우리 회사에 맞는 개발자를 못 찾았다. 우리 회사에 맞는 개발자를 못 찾았다는 이유로 모든 개발자가 다 무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회사마다 사정이 다르고, 필요한 개발자의 역량은 모두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일반에 알려진 다양한 직군들이 대부분은 직업인의 역량에 큰 차이가 없다. 대부분 기계가 돌아가서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라면 더 동질성이 높을 것이다. 그러나, 그간 겪은 IT 개발은 정부 프로젝트처럼 단조로운 작업의 반복이 아니라면 개발자의 역량이 프로젝트 결과물에 굉장히 큰 영향을 줬다.

굳이 6개월 부트캠프 나온 비전공자 외국인들의 워드프레스 기반 프로젝트 결과물이 국내 SKP 컴퓨터 공학과 출신 최고 인재들이 최신 코드, 검증된 코드를 쓰고 밤을 새서 만든 프로젝트 결과물보다 더 좋았다는 안타까운 사례를 반복적으로 들이밀지 않더라도, 당신네 회사에 맞는 프로젝트는 무조건 시장에서 제일 실력이 좋다고 소문난, 가장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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