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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안뽑] ⑫못하는 걸 시킨 나는 악덕 기업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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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months
Real name
Keith Lee
Bio
Head of GIAI Korea
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
한국인 개발자들은 베끼기 전문가지 학습 전문가가 아니다
베끼기 전문가들에게 글로벌 수준으로 배워서 도전하자고 밀어붙인 내가 어리석었다
나 같은 악덕 기업주보다 더 어리석은 사람은 고작 베끼기에 엄청난 연봉을 주는 당신들이다

2021년 초, 아직 찬바람이 매섭던 정월 무렵이었다. 나는 국내 결제 서비스들과 카드 회사들 데이터를 묶어서 해외 광고 타게팅 회사들이 원하는 형태로 가공하고 판매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국내 결제 서비스 회사들을 설득하러 돌아다니던 중이었다.

어차피 국내 회사들이 제대로 말귀를 알아먹을리도 없고, 다들 한꺼번에 시도하겠다고 생각도 안 할 것이고, 매우 높은 확률로 시간 낭비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고, 플랜B라고 썼지만 사실상 플랜A였던 '해외 AI/DS 대학원'설립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던 시절이기도 하다.

그러다 구로에 있는 어느 결제 서비스 회사와 미팅을 하는데, 앞의 다른 2개 회사는 그나마 말 귀를 좀 알아 먹는 사람들이 회사에 한 두명은 있어서 답답한 마음에 창은 난 상태로 사업 모델을 설명했는데, 그 구로에 있는 회사는 진짜 살인 욕구가 치솟아 올랐었다. 친구들이 그런 인력들을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수준이라고 맹비난을 하는데, 아예 그런 수준 자체를 넘어서 그냥 벽에 말하고 메아리만 듣고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예전에도 한번 언급했지만, 그 날 이후로 난 한국에서 누군가와 사업할 생각을 완전히 버렸다. 한편으로는 시간 낭비를 아껴주셨으니 고마워해야겠지?

개발자-안-뽑음_202312
개발자-안-뽑음_202312

못하는 걸 시킨 나는 악덕 기업주였다

해외의 타게팅 알고리즘 서비스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거기에 그들이 갖고 있는 데이터를 다른 데이터와 묶어서 가공하면 얼마나 효과적인 서비스로 바뀌게 되는지, 그래서 그들이 충분히 비용을 내고 구매할 의지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내 나름대로는 전문 용어를 쓰지 않고 쉽게 설명을 했다.

근데 서버 속도라는 부분이 나오니까, 그 회사 개발자라는 사람들이 드디어 하나 아는게 나왔는지 온갖 아는 체를 하면서 그건 말도 안 되는 속도라는 식으로 발목 잡는 소리들을 내놨다. 구글 뿐만 아니라 실리콘 밸리에 있는 회사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었고, 우리 회사에서 어떻게 지원해줄 수 있고 등등을 상세하게 설명해주는데, 개발자니까 이정도 전문 용어는 알아 듣겠지 싶어서 몇 마디 전문 용어를 갖고 왔더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그건 구글이니까 하는거지, 그런 이상한거 못 해요

외국계 좀 다녔다고 자랑해봐야 그 코드 있어요? 그 코드 있어야 되는거 아네요?

이렇게 윽박 지르면서 미팅이 종료됐다. 나오는데 자기네들끼리 담배 태우면서 하는 욕을 하나 더 들었는데

그까짓 실리콘 밸리 회사 코드 한 줄 갖고 있는 걸로 ㅈㄹ 유세떠네 ㅆㅂㄴ

그런 코드 없고, 내 사업 모델 구조상 남의 코드를 써야 할 이유도 없다.

그 날 사무실 돌아오는 길에 우리 회사에 뽑아 썼던 개발자들도 학습 속도가 느려터져서 분통이 터지던 상황이었는데, 저기는 상장사에, 매출액 기준으로 중견회사인데, 저기 인력 수준은 우리 회사보다 훨씬 더 형편이 없구나, 근데 이게 한국 현실이겠지....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도 몇 년이 더 지났고, 이제 나는 정말로 한국에서 개발자를 뽑을 생각이 없다. 내가 한국에서 컴퓨터 공학 전공자를 뽑는다면 탈(脫)한국 교육을 받은 0.001% 정도의 예외 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 인력의 강점은 베끼기, 약점은 학습 능력

플랜B였던 대학 설립으로 넘어왔다가 1년만에 국내 대학 출신 '개발자' 혹은 '컴퓨터 공학과' 출신들이 그들 개발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지식 수준, 눈 높이, 사고 방식, 학습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을 또 한번 보면서, 한국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만들려면 사람을 뽑을 게 아니라 해외에 외주를 주거나, 아예 내가 직접 만들어야 된다는 것을 또 한번 절감했다.

이미 공유된대로 국내 최고 명문대인 S대 컴퓨터 공학과 학·석·박 출신에 국내 대기업에서 부장, 현재는 그 대기업이 출자한 스타트업에 CTO로 가 있는 분과 나눈 우문현답 사건도 있고, 코드 베낄려고 왔다가 베낄 코드 안 준다고 화내면서 학교를 떠난 상당한 숫자의 학생들을 보면서도 또 한번 느낀다.

이 분들에게 학습이란 원리를 이해하고, 논리적 사고를 활용해 그 원리를 응용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만들어 놓은 것을 베낄 수 있는 '자료 수집'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런 인력들을 뽑아놓고 이게 왜 안 되냐고 화를 내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행동이었던 것이다. 나는 어리석은 행동을 해놓고 나 자신을 책망하는게 아니라 못했다며 남들을 책망하는, 곱절로 어리석은 사람이었다.

베껴서 붙일 수 있는 사업만 의미 있는 나라

우리 SIAI 학생들이 모두 느끼겠지만, 내 수업을 12과목 들었다고 해서 내가 하는 도전들을 따라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는 정말 성심껏 가르쳤고, 국내 대학 대학원 한 학기 4과목 분량을 8주짜리 1과목에 집어넣을만큼 많은 내용을 전달했다. 그런 12과목이면 산술적으로 국내 대학 대학원 12학기, 48과목을 들은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배워야 할 것들이 널려있고, 자기가 배운 지식은 기초에 불과하다는 것을 공감할텐데, 외부에서 내가 자주 들었던 욕 중에는

  • 혼자서만 알려고 하는 재수 없는 인간
  • 그런거 다 필요없고, 딥러닝 코드 한 줄만, 무슨 라이브러리 쓰는지만 내놔요

같은 표현들이 있다.

이게 날 욕하는 소수의 그룹에만 한정되었다면 한국 인력을, 특히 한국인 개발자를 쓸 필요가 없다는 강한 톤의 비난을 이어가지 않겠지만, 이게 그간 만났던 국내 인력들의 압도적인 대다수가 보여준 태도들이다. 왜 저런 생각들을 했을까? 내가 남들이 안 가진 코드 몇 줄을 갖고 호가호위를 하고 있다고들 생각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코드만 '훔쳐'갈 수 있으면 내가 말하는 모든 내용들은 필요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지. 평소 사고 방식이 얼마나 암기형 코드 몇 줄에 맞춰져 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 인력들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서비스들은 기껏해야

  • 카페24 복붙하기
  • 남의 솔루션 갖다 붙이기
  • 남의 라이브러리 갖다 붙이기
  • 정부 프로젝트 코드 붙여서 개발 기간 단축시키기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베끼기 전문가들이니까.

내년부터 정부가 R&D 예산을 큰 폭으로 감소시킨다던데, 아예 확 줄여서 정부 프로젝트에 빌붙어 먹고 사는 IT회사들이 멸절되면 좋겠다. 단어를 잠깐 고민하다가 '멸절'이라고 썼다. 그만큼 그들을 혐오한다. 그래야 한국도 더 이상 Java SpringFramework에 의존적으로 돌아가는 나라가 되지 않고, 그런 코드 붙여넣는 걸로 목에 힘주는 개발자들도 사라지고, 정부 프로젝트 아니면 해외 개발자 쓰려는 시도들이 더 많아질테니까.

그리고, 계속 이야기하는 거지만, 저 정도 수준의 개발자들은 해외에 더 널려있다. 한국 대비 1/10, 1/5 비용으로 얼마든지 채용해서 쓸 수 있는데, 나같은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자. 나는 오늘도 해외에 외주 준 결과물에 대해 콜을 2개나 했고, 메일을 8개나 썼다. 개발이나 건설현장 막노동이나, 이렇게 '외노자'들을 쓰는게 맞다는 판단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다시 한국으로 고개를 돌리게 만들려면 우리나라 개발자들이 완전히 환골탈태를 해야할 것이다.

나는 못하는 걸 시킨 악덕 기업주였다. 당신들 기업주들은 고작 베끼기에 큰 비용을 쓰는 바보들이다. 나도 바보였고. 그 비용을 아끼면 적자나는 회사가 흑자로 돌아서고, 남는 돈으로 광고비도 더 쓰고 사업도 더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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