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put
국내 개발자들 대부분이 시야가 좁고 학습 속도가 늦어 자기 일처리에만 바쁜 경우 많아 팀 전체를 아우르고, 프로젝트를 회사 경영과 묶어 통섭의 시야로 볼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어 결국 신입들과 격차 줄어들면서 연봉만 비싼 개발자가 되는 경우 시야 갖춘 일부 인재들이 직접 사업체 차리는 도전, 그러나 한국이 해외보다 비중은 압도적으로 낮아
예전에 어느 개발자들 그룹에서 들은 말이다. 개발자가
- 무능하면 취직하고
- 개발만 잘하면 외주 업체 운영하고
- 똑똑하면 직접 사업한다
라는 표현이었는데, 어디까지 공감할 수 있느냐는 개인별로 경험치에 따라 다르겠지만, 요즘 인도, 동유럽의 개발자들이 만든 유료 플러그인을 써 보고, 그들과 계속 디버깅 작업을 진행해보면서 저 말의 의미를 조금은 더 깊게 알게 됐다.
특히 한국에서 내가 겪던 개발자들과 사고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경험을 자주 겪는데, 다른 글에서 소개한 것처럼 ElasticSearch를 쓰라고 추천해주는 방식이 내가 필요한 기능에 맞춘 Customizing으로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는 인도인 개발자, 플러그인 기능이 정상 작동하지 않는다고 상황 설명을 해주니, 일전에 Customizing에 썼던 다른 Code snippet이 어떤 방식으로 문제가 생겼을 거라고 즉석에서 바로 해결책을 담은 이메일을 보내준 동유럽 개발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건 단순히 한국의 개발자 문제 차원을 넘어서 사업을 하는 개발자들이라 유연한 사고력을 갖춘 것이 아닐까는 생각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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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terMind가 되는 개발자 vs. SingleUnit이 되는 개발자
자기 일이 끝났으니 퇴근해도 된다는 사고 방식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다. 급여는 자기 업무를 잘 하는 것으로 받고 있으니까, 남들이 일을 못해서 그들이 늦게 퇴근하는 것까지 책임 져 줄 필요는 없다.
그런데, 자기가 했던 일 때문에 다른 모두가 거기에 맞춰 뜯어고치느라 퇴근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같은 말을 할 자격이 있을까?
첫 직장 시절, 옆에 앉아 있던 동료 하나가 정말 심각하게 게을러서 서울 오피스를 넘어 홍콩 오피스에서도 악명이 높았던데다가, 동종 업계 사람들이 모두 다 소문을 들었는지 처음 날 보는 사람들도 그 혼자서 고생한다는 애가 너냐는 질문을 하곤 했었다. 그 동료는 자기가 손이 빠르고 실력이 뛰어나서 일찍 퇴근하고 주말에 출근 안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태도를 줄곧 견지했었는데, 밤 11시에 홍콩에서 연락오면 한국 사무실의 누가 대신 일처리를 해 주거나, 홍콩에서 한국어 할 줄 아는 인력이 대신 일을 해주거나, 주말에는 어차피 불러봐야 3시간 후에 삐침 대마왕 표정으로 회사에 나타나는데 그냥 우리가 1시간 써서 빨리 해결해버리자고 취급하는 직원이었다.
자기 자신의 역량에 대해 메타 인지가 심각하게 안 되는 인력이라 주변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요즘 개발자 사회를 보면, 특히 한국인 개발자 사회를 보면 그 시절 생각이 계속 난다. 나는 다 했는데, 네가 무능해서 일을 늦게 끝내기 때문에 못하고 있는 것이라는 태도가 너무 닮았기 때문이다.
그 동료를 어느 회사에서 어떻게 계속 쓰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같은 태도인 직원들을 절대로 승진시켜 줄 생각이 없다. 남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 통섭(統攝,Consilience) 수준으로 이해가 갖춰져 있어서, 큰 사건이 터지기 전에 미리미리 조율할 수 있고, 큰 업무 전체에서 내가 할 일이 동료들의 업무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이해하는 경험치가 몇 년간 꾸준히 쌓여야 더 많은 업무를 할 수 있는 인재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걸 가까운 친구가 'MasterMind'의 역량을 갖춘 인력이라고 표현하더라.
큰 회사 다닌 것의 가장 큰 장점 - 남들에게 자랑하기 vs. 대형 시스템 이해하기
글로벌에서 이름난 유명 회사를 다닌 것이 보통 사람들에게는 '자랑' 용도로 매우 효과적인 것 같더라. 나는 한 번도 이렇게 생각하고 산 적이 없고, 굳이 따지자면 남들이 뚫지 못하는 문을 뚫었다는 의미가 있을 뿐인데, 그 회사를 다니고 있어야 우월한 인간이고, 그만두고 나갔으면 더 이상 우월한 인간이 아닌데 왜 자꾸 옛날 이야기 하느냐는 표현도 종종 본다.
내 입장에서 큰 회사, 글로벌 시스템이 작동하는 회사를 다닌 것의 가장 큰 장점은 그런 대형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고 이해할 수 있는 경험치가 쌓였다는 것이다.
회사 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파일 저장소가 있어서 업무 내용이 모두 공유되고, 우리 팀과 해외 팀이 평소에 어떤 방식으로 업무 조율을 하고, 해외의 상위 직급자들이 우리 팀을 어떤 식으로 대우하는지를 볼 수 있는 경험들이 쌓인 덕분에, 글로벌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충 짐작을 할 수 있게 되고, 한국 오피스에 일하는 것이 갖는 한계도 잘 알게 됐다.
위의 MasterMind와 연결 지으면, MasterMind가 될 역량을 갖춘 인재에게 그런 글로벌 회사는 엄청난 경험치를 안겨준다. SingleUnit 수준 밖에 안 되는 인력들은 '자랑' 용도로 밖에 그 회사를 못 쓰기 때문에 그 회사를 못 그만두고 계속 버티고 있겠지만, 경험치를 얻겠다고 생각하는 똘똘한 인재는 1~2년간 그 회사의 속사정을 속속 알게되면 더 이상 얻을 경험치가 거의 없는 순간이 금방 다가온다.
날 더러 '고작 1년 남짓 다닌 주제에 엄청 자랑한다'고 표현하는 분들이 아마 위의 SingleUnit 관점으로 본인 인생을 살고 있기 떄문에,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이는 시야를 가졌을 것이다.
MasterMind를 가진 개발자가 한국에 별로 없는 이유
이발을 하러 가면 이발사가 머리 스타일, 머리 모양, 귀 모양, 얼굴 모양, 평소 서 있는 모습 등등을 다 따져보고 이발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고, 그냥 특정 스타일을 해 달라고 하면 다른 거 신경 쓰지 않고 그 스타일만 그대로 구현해주는 분들도 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겠지만, 모든 사정을 다 고려하면 시간이 좀 더 걸릴 수도 있을지언정, 심지어 실패해서 엉망인 헤어스타일이 나올 수도 있을지언정, 만족할만한 스타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시키는대로 해주는 헤어 디자이너는 결국 내가 모든 위험을 다 부담해야 한다.
개발자라는 직군이 1명이서 모든 걸 다 개발하는게 아니니까 이발사와 1:1 비교는 어렵겠지만, 어떤 개발을 어떻게 하면 무슨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어떤 대응들을 해 줘야한다는 것을 경험에 기반해, 본인의 지식에 기반해서 통섭의 결론을 내리는 경우(A타입)와 그냥 만들어 달라는대로 만들어주고 돈만 받고 잊어버리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B타집)로 비교해보면 어떨까?
태도 자체는 돈만 받으면 된다는 태도는 아니지만, 본인의 학습 역량, 경험치, 생각의 속도가 모두 총체적으로 뒤쳐지기 때문에 결국은 만들어 달라는대로 만들어주는 것과 같은 결론이 나오는데 시간만 더 들어가는 경우(C타입)는?
한국에서 더 이상 개발자를 뽑지 말아야겠다고 결론을 내리게 된 이유는, A타입을 찾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B타입이고, B타입에서 탈피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C타입이더라.
오히려 워드프레스 플러그인 하나만 해도 A타입인 개발자들이 붙어있는 시장을 보고 났는데 어떻게 B타입 아니면 C타입만 모여있는 시장에 돈을 쓸려고 할까?
지난 몇 년간 겪으면서 알게 된 것은, A타입 개발자들이 한국에 희귀해서 그렇지 완전히 없지는 않고, 그런 분들은 다들 자기 사업을 하고 있으시더라. MasterMind 능력자들이다보니 회사 1~2년 보고나면 상황 파악이 다 끝나고, 본인이 하고 싶은 것과 세상에 팔리는 것 사이의 격차를 조율하는 시간을 거치면서 사업가로 성장하는 것이다.
반면 B타입인 경우들은 취직했다가 회사가 월급을 안 올려준다고 징징대면서 나이 40대에 들어서면 치킨을 튀기러 가야되고, C타입 중에서 생산성 업그레이드가 그래도 좀 더 빠른 분들 일부가 회사의 중역으로 살아남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생산성 업그레이드가 늦거나, 인연이 닿지 않은 분들은 직접 자기 사업을 하진 못하고 외주 업체를 돌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 시장은 그래도 시장이 큰 편이라 (사실은 영어를 못하니까) A타입인 분들이 워드프레스 플러그인이나 만들어서 글로벌 시장에 팔려고 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었다. 그리고 A타입이 워낙 극소수라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쉽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반면, 영어로 문서를 읽고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당연한 나라들로 가면 그런 A타입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것이다.
시장 이해가 여기까지 됐는데 굳이 B, C타입에 시간과 돈을 써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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