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개안뽑] ㊶개발자 채용 기준은 프로젝트 경험이 아니라, 학습 속도여야 한다
Picture

Member for

4 months
Real name
Keith Lee
Bio
Head of GIAI Korea
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
남의 프로젝트 베끼기를 하는 개발 업무는 과거 프로젝트 경험이 중요하지만,
새로운 프로젝트를 해야할 경우에는 학습 속도가 빠른 편이 훨씬 더 효율적
평소에 읽고 습득하는 패턴이 갖춰진 인재들을 뽑아야 고급 개발, 최신 개발 가능해져

하던 일을 계속 반복적으로 진행하는 업무가 아니라면, 언제나 새로운 상황이 닥치고, 그런 새로운 상황에 맞게 지식을 습득하고 대응 방식을 바꿔야 한다. 일반적으로 공무원들이 앵무새처럼 설명서를 반복적으로 읽는다는 비판을 많이 받는데, 그 분들과 유사한 업무가 아니라면 지속적인 지식 습득은 직장인의 필수 생존 덕목 중 하나다. 이걸 미루고 피하면 결국 '뒷방 늙은이' 신세가 되고, 회사에 필요없는 인력으로 전락한다.

특히 개발자 사회는 이런 부분이 심한데, 이유가 IT개발이 근간으로 하고 있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개발 작업이 완성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철학처럼 수천년간 인류의 천재들이 대부분의 지식을 만들어 놓은 분야에서도 여전히 새로운 철학 사조가 생길 수 있는데, 고작 수십년의 발전을 경험한 IT업계는 아직도 엄청난 역동성을 가진 분야다. 당연히 어제의 지식은 오늘 더 이상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고, 때문에 새로운 지식 습득을 게을리하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직장에서 무의미한 인력이 된다.

개발자-안-뽑음_202312
개발자-안-뽑음_202312

개발자 채용 기준은 프로젝트 경험이 아니라, 학습 속도여야 한다

국내 많은 IT기업들이 '어느 프로젝트 해 봤냐?'라는 질문으로 경력직을 채용한다. 거의 같은 업무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종류의 프로젝트를 진행해야할 때는 경력직의 경험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가늠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비전공자 출신으로 코딩 부트캠프 6개월을 마친 해외 인력들이 워드프레스를 써서 반 년 동안 만든 웹페이지가 국내 SKP 컴퓨터 공학과 출신들이 6개월 동안 밤을 새어가며 최신 코드, 검증된 코드를 써서 만든 웹페이지보다 더 사용자 경험이 좋았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마 그 부트캠프 출신들은 6개월 동안 새로운 지식을 쉴새없이 습득하느라 노력했을 것이고, 국내 인력들은 6개월 동안 한국식 개발 문화 속에서 '과거에 해 봤더니 잘 됐다'는 말로 윗 사람들을 설득하는 과정에 많은 시간을 허비했을 것이다.

개개인의 능력이 얼마나 차이가 났을지, 집단의 역량이 얼마나 차이가 났을지는 모르겠지만, 또 하나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지식의 양과 그 지식의 습득 속도다. 영어로 된 고급 콘텐츠가 한국어로 된 콘텐츠보다 압도적으로 더 많았을 것이고, 특히 워드프레스처럼 최선 버전에 다양한 부가 기능들이 추가되는 플랫폼의 경우, 방대한 지식 데이터 베이스에를 얼마나 빠르게 습득해서 회사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었는지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을 수밖에 없다.

반면, 한국 개발자들의 경우, 번역된 콘텐츠가 쌓이는 속도가 현저하게 적다보니,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도전은 평소에도 거의 하지 않고, 과거에 해 봤던 경험들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방식으로 조직의 의사 결정이 이뤄졌던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안 읽는다고 하는데, 어차피 다 똑같으니까 안 읽죠"

미국에서 학부를 하고 대학원을 다닌 적이 있는 SIAI 대학원생 중 한 분이 "한국 사람들이 지원할 회사 공고 안 읽고 그냥 이력서만 막 던진다고 하시는데, 어차피 회사들 공고라는게 다 베낀거라서 똑같으니까 안 읽는거죠"라고 말을 꺼낸 적이 있다.

위의 문장 속에 한국인 개발자와 해외 개발자들이 평소에 어떤 방식으로 지식을 습득하는지가 잘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 지식의 양이 부족한 국가이다보니, 서로 베껴서 보여줘도 회사들이 원하는 내용을 전달하는 목적을 무사히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어차피 회사들이 원하는 것도 큰 차이가 날 수 없는 것이, 지식의 양이 많지 않다.

반면, 영어권에는 수 많은 콘텐츠가 매일 같이 찍혀 나오고 있기 때문에, 어느 기업이 하고 있는 일이 다른 기업과 같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해당 기업들도 자기네 목적에 맞춰서 공고를 수정해서 올려야 원하는 인재를 찾을 수 있다. 평소에 지식을 읽고 소비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쌓이는 지식의 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식이 계속해서 쌓이기 때문에 추격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시장과, 오래 전에 번역되어 온 지식을 그대로 답습하기만 해도 충분히 지식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시장, 양쪽 시장의 구성 방식 때문에 결국 인재들의 행동 패턴도 바뀔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학습 속도의 차이는 결국 영어를 안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

정리하면, 영어를 쓰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지식의 양이 제한적이고, 지식 베이스의 문제가 학습 속도의 차이를 낳는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은 영어를 잘 하느냐, 못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평소에 영어를 '안' 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회사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개발자들이 화를 내면서 페이스북 한국어 커뮤니티에 질문해보고, 다른 국내 개발자 커뮤니티에 질문하다가, 구글 검색으로 영어권에서 나온 답변을 찾는다. 그 답변의 문장을 이해 못해 번역기를 돌려보고, 여전히 문제 해결이 안 되면 못 하는 거라고 손을 놓는 경우들을 헤아릴 수 없이 자주 봤었다.

번역기의 성능이 나빴기 때문에 영어 문장의 뜻을 이해 못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평소 지식 검색 습관 자체가 한국어 문화권에 종속되어 있고, 영어로 지식을 묻고, 답할 수 있는 역량은 커녕, 영어로 된 지식 자체를 습득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아니 그 전에, 평소에 자기 업무와 관련된 지식들을 습득하려는 능동적인 자세가 결여되어 있고, 한국어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정보만들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데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아마 한국이 어떤 방식으로건 영어 공용화가 됐었으면 지금보다는 좀 더 많은 지식에 노출된 탓에 저런 수동적인 인재가 퇴출되었거나, 능동적인 인재가 주류가 되는 시장이 되기는 했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문화권은 자국어를 지키는데 성공했다. 부작용은 글로벌 시장에서 공유되는 지식의 양, 지식의 축적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인데, 이걸 해결할 수는 있을까?

일부의 개인이 혼자 힘으로 극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인재가 다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결국 한국에서 내가 원하는 개발자를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된 반면, 해외 시장에는 너무 많이 있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6개월 부트캠프 출신 비전공자들이 SKP 컴퓨터 공학과 출신 경력자들 보다 훨씬 더 사용자 경험이 뛰어난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상황에 까지 이른 격차가 과연 좁혀질 수 있을까? 더 커지기만 하지 않을까?

Picture

Member for

4 months
Real name
Keith Lee
Bio
Head of GIAI Korea
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