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트리플 트랜지션’ 시대 ③ ‘녹색 전환’으로 말미암은 세계 질서 ‘재구축’

녹색 전환 지분 차지한 中, 美, “주도권 탈취할 필요 있어” 美 “중국 청정에너지 지배는 세계적 환경 안보에 큰 위협” 국제질서 변동 가시화, 중견국으로서의 韓 역할론 강화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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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금융위원회

급격한 세계 질서의 변화 속에서 우리나라가 ‘디지털 전환, 녹색 전환, 국제질서 전환’ 등 3중의 통합적 전략인 설계를 구상하고 실행해 나가야 한다는 국회의 조언이 나왔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영향력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또한 강대국 전략경쟁 틀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이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녹색 전환의 시대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디지털 전환만큼이나 중요도가 높아진 부문이 있다. 바로 녹색 전환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글로벌 거버넌스와 정책의 부상에 따라 세계 국가들은 녹색 전환을 국가전략화하고 최우선 정책과제로 강조하고 있다. 지난 2021년 말엔 전 세계 136개국이 탄소 중립을 약속하기도 했다. 저탄소 전환은 이제 세계적인 합의가 됐고, 녹색은 경제 발전의 배경색이 됐다. 국회미래연구원(미래원) “녹색 전환은 글로벌 트렌드가 되었고, 세계 국가들의 미래전략의 핵심 어젠다가 됐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녹색 전환의 시대, 중국의 부상과 강대국 경쟁의 부활이라는 국제질서 전환은 녹색 전환을 둘러싼 지정학 경쟁을 가속화하는 주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에너지 지정학 전문가인 예르긴(Yergin)은 녹색에너지 분야는 중국이 이미 21세기 신산업분야에서 지배적 역할을 하겠다는 ‘중국제조 2025’ 목표를 달성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현재 새로운 태양광 및 풍력발전 용량의 4분의 3 이상과 매년 추가되는 새로운 수력발전 용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전 세계 해상풍력 용량의 50%, 태양광 패널 공급망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10대 풍력터빈 제조업체 중 6개가 중국 기업이다. 게다가 모든 리튬 이온 배터리의 4분의 3이 중국에서 생산되며 나머지 배터리의 대부분도 중국 부품을 필요로 하는 만큼, 지금부터 2030년까지 모든 배터리 생산의 70%가 중국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녹색 전환에도 중국의 영향력이 무시하지 못할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방증이다.

중국은 기술적 발전을 통해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글로벌 공급망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의 녹색 전환은 점차 중국에 의존하는 추세에 접어들었으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가 적어도 2030년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래연은 “녹색 전환 기술을 바탕으로 향후 몇 년 동안 중국의 외교적, 경제적 영향력이 제고될 것”이라며 “서구의 디리스킹(위험제거) 노력에도 불구하고 녹색 전환 과정에 중국은 녹색기술 공급망의 핵심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역 전쟁이나 대만위기 등 정치적 문제가 녹색 전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견되는 이유다.

녹색 영향력 제고한 中, 美도 영향력 확대에 ‘온 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은 녹색 전환을 자국의 강대국화와 글로벌 영향력 확보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 녹색 전환에서 중국의 리더십과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2018년 2월 중국 생태환경부가 공고한 국제협력사업 내용에 따르면 중국은 국제협력사업 추진의 목표를 ‘중국이 기여자, 지도자가 되는 것’으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개발도상국에 대한 녹색협력 지원을 통해 남남협력을 강화하고, 중국의 영향력과 중국 주도의 녹색협력망을 확대해 가고 있다.

이 같은 중국의 부상에 미국은 “중국의 청정에너지 지배는 에너지 안보에 주요한 위협”이라고 강조하며 중국의 지배력을 줄이는 것을 핵심 어젠다고 삼았다. 이를 위해 미국은 청정에너지 기술에 대한 투자와 파트너 국가들과의 공조를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제프리 파이어트(Pyatt) 미국 에너지자원국 차관보는 지난 6월 하원외교위원회 청문회 서면보고에서 “중국의 에너지 공급망 지배력이 집단적 에너지 안보를 약화시킨다”며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국내 역량을 구축하는 게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미국은 중국의 개발도상국 녹색지원에 대응해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 대한 녹색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은 아프리카 정상회담 직후 에너지 참여를 강화하겠다 약속했고, 실제 에너지자원국 차관이 아프리카 에너지 전환 논의를 위해 수차례 아프리카를 방문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엔 태평양도서국에 녹색 지원 확대, 중앙아시아 청정에너지 펠로우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태국, 호주, 베트남과 워싱턴 대화를 주도하는 등 주도권 확보를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아울러 일본과의 청정에너지파트너십, 일본-미국-메콩 전력파트너십, 미국-대만 에너지파트너십 등 인태지역의 에너지 전환 외교도 확대하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사진=대통령실

‘트리플 트랜지션’의 시대, 韓도 중장기적 미래 비전 설정해야

세계는 디지털 전환과 녹색 전환의 ‘트윈 트랜지션’과 국제질서 전환이 연계되는 ‘트리플 트랜지션’의 시대에 직면해 있다. 세계 국가들은 저마다 2030년, 2050년 등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디지털화 비전, 녹색 비전, 디지털화와 녹색화의 이중전환 전략을 구체화 해나가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미래연은 ” ‘국제질서 전환-디지털 전환-녹색 전환’의 트리플 트랜지션의 추세는 디지털 전환과 녹색 전환 전략이 단순히 기술, 경제, 산업 전략을 넘어 글로벌 안보환경과 질서변화를 통찰하는 외교 전략을 포괄해야 함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전환과 녹색 전환은 글로벌 다자외교와 미래질서 형성에 가장 중요한 어젠다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디지털 전환과 녹색 전환이 지정학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국제질서가 이 두 전환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며 혁신 중견국으로 넘가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모색하는 게 한국의 주요 정책적 과제라고 국회는 설명했다. 미래연은 “유사 입장의 혁신 중견국들과의 다자외교를 통해 균열과 충돌이 아닌 규범에 기반한 협력과 대화의 틀을 구축해 가는 데 역할을 찾아야 한다”며 “트리플 트랜지션 시대 아래 한국은 다차원적 외교 전략을 구체화하면서 디지털 전환과 녹색 전환 과정에서 국익을 보호할 수 있는 가림막을 준비해 둘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세계는 질서의 대격변을 겪고 있다. 강대국 경쟁의 부활과 파괴적 기술 혁신의 가속화가 이뤄지는 가운데, 향후 10년이 미래 질서를 결정할 중대한 역사적 시기가 될 것으로 미래연은 보고 있다. 이 같은 질서 전환 속에서 세계 국가들은 나름대로 모두가 자국의 생존과 위상,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전략에 고심을 거듭한다. 질서의 전환을 형성하는 흐름을 통찰하고 중장기적 미래 비전을 설정하는 과정이 우리나라에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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